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상장 이후 첫 주주총회에서 머리를 숙였다. / 한국경제신문
백종원 대표가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습니다. 백 대표가 세운 더본코리아의 상장 후 첫 주주총회 자리에서였어요. ‘믿고 먹는 백종원’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백종원 대표에 대한 대중의 호감은 매우 컸는데요. 작년 11월 더본코리아를 증시에 상장한 뒤 줄줄이 부정적인 이슈가 불거진 게 사과의 이유입니다.
더본코리아가 야심 차게 내놓은 ‘빽햄’은 품질 대비 가격이 높아서 ‘소비자 기만’이란 비판이 나왔고요. LPG 통 바로 옆에서 요리하는 영상을 올려 소방안전 규칙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어요. ‘연돈볼카츠’ 가맹점주에게 인기 없는 다른 브랜드 매장으로 바꿀 것을 권유해 ‘대리점 돌려막기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이 밖에 농약 분무기로 사과 주스를 넣어 뿌리거나 특정 소스에 물만 타서 더 비싸게 팔았다는 논란 등도 이어졌습니다.
백종원 대표 말대로 “잔칫날이 됐어야 하는” 상장 후 첫 주총은 사실상 대국민 사과 자리가 됐습니다. 사실 더본코리아 실적만 보면 칭찬을 받아도 부족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백종원 대표뿐 아니라 더본코리아에도 질타가 쏟아지면서 주가마저 떨어졌고 주주들도 등을 돌렸습니다.
이러한 여러 이슈가 단지 유명인의 리스크일까요, 아니면 이제껏 가려져 있던 백종원 대표와 더본코리아의 한계가 드러난 것일까요.
◆장사의 神, 성공적 상장
더본코리아는 1994년 백종원 대표가 세운 회사입니다. 원래 백 대표는 무역업으로 성공하겠다는 꿈이 있었다고 해요. 서울 논현동에 사무실을 내고 인테리어 회사로 시작했는데 사업이 잘 안돼 쌈밥집을 인수한 게 외식사업을 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이후 쌈밥집은 부업으로, 무역업을 주업으로 했어요. 하지만 1997년 IMF 사태 때 무역 사업이 망했고 큰 빚을 져야 했답니다. 수중에 남은 건 17억원의 빚과 쌈밥집뿐이었다고 해요.
백 대표는 쌈밥집을 기반으로 외식 사업 확장으로 방향을 틀게 됩니다. 1998년 ‘한신포차’를 시작으로 2002년 ‘본가’, 2004년 ‘해물떡찜’, 2005년 ‘새마을식당’, 2006년 ‘빽다방’과 ‘홍콩반점’을 줄줄이 성공시키며 단숨에 ‘장사의 신’으로 등극합니다. 지금은 무려 25개 외식 브랜드와 3000여 개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어요.
사업가 백종원이 국민 요리 전문가로 이름을 알리게 된 건 2013년 배우 소유진과의 결혼이 ‘촉매제’였어요.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되면서 단숨에 스타가 됩니다. 특히 2015년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 출연이 컸어요. 이 방송이 잘되면서 전문적인 예능인, 방송인의 길을 걷게 됐어요. 백종원 대표는 방송에서 얻은 명성을 프랜차이즈 사업에 잘 활용했는데요. 특히 망해가는 음식점을 컨설팅한 뒤 ‘맛집’으로 부활시킨 방송은 임팩트가 컸습니다.
‘화룡점정’은 지난해 ‘흑백요리사’가 찍었죠. ‘흑백요리사’의 대성공 이후 작년 11월에 증시 상장까지 하게 됩니다. 그것도 무진장 성공적으로요. 공모 희망가로 더본코리아와 주관사 측은 주당 2만3000원에서 2만8000원을 적어 냈는데요. 수요가 몰리면서 공모가는 3만4000원이 됐어요. 당초 상장을 통해 690억원을 조달하려고 했는데 1000억원 넘는 현금이 들어왔어요.
더본코리아 실적이 좋긴 했어요. 2022년 약 2800억원이었던 매출이 2023년 4000억원, 지난해 4600억원으로 크게 늘었어요. 수익성도 좋아요. 지난해 영업이익은 360억원, 영업이익률은 7.7% 수준이었어요.
◆사실 커피 프랜차이즈였어…
그런데 여기서부터 ‘반전’이 있습니다. 상장 이후 더본코리아의 속살이 드러났어요. 모든 정보가 낱낱이 공개됐거든요.
우선 25개 브랜드 중 생각보다 잘되는 곳이 많지 않았어요. ‘새마을식당’을 예로 들게요. 매장 수가 최근 1년 새 9곳 줄었어요. ‘본가’, ‘미정국수’, ‘백스비어’, ‘돌배기집’, ‘인생설렁탕’, ‘리춘시장’, ‘막이오름’ 등도 매장 수가 감소했어요. 물론 잘되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빽다방’이 대표적이죠. 1년 만에 매장 수가 263개나 늘었어요. 작년 말 기준 1712곳이나 됩니다. 또 ‘한신포차’, ‘빽보이피자’, ‘롤링파스타’, ‘역전우동’도 매장 수가 늘었어요.
특히 ‘빽다방’은 정말 잘되고 있어요. 더본코리아 전체 가맹점의 55%나 차지하고 있습니다. 더본코리아의 주력 사업이 커피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예요. 이 대목에서 조금 의문이 드는데요. 백종원 대표는 요리, 음식 전문가로 알려져 있잖아요. 그런데 정작 본인은 커피 프랜차이즈를 주력으로 하고 있어요.
커피숍 단가가 식당에 비해 작으니 단순히 매장 수만 갖고 얘기하면 안 될 수도 있어요. 매출 비중으로도 볼게요. ‘빽다방’은 37%가량 됩니다. 매장 수만 봤을 때보다 비중이 다소 내려가죠. 그래도 높은 편입니다. 그다음인 ‘홍콩반점’의 비중은 약 12%, ‘롤링파스타’는 5% 수준이거든요. 더구나 ‘빽다방’의 매출 비중은 계속 올라가는 중입니다.
이렇게 커피 프랜차이즈 비중이 높은데도 원두 커피 공장이 없다는 건 다소 의문이었어요. 더본코리아는 다섯 곳의 생산 시설을 두고 있는데 소스나 장, 가공육, 술을 만들고 있어요. 커피는 경서에프앤비 등에서 받아서 쓰고 있다고 사업보고서에 나와 있어요.
그렇다고 외식 사업에 엄청난 노하우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상품 매출이 2950억원에 달했어요. 전체 매출의 65%나 차지합니다. 상품 매출이란 쉽게 말해 물건 떼어다가 판 것을 말해요. 조미료부터 고춧가루, 돈육, 장과 소스, 채소, 간편식 등을 팔았어요. 이 물건을 사 간 곳은 당연히 가맹 점주분들입니다. 더본코리아의 노하우를 담아 무언가를 만들어서 공급한 게 아니라 단순 유통만 한 겁니다. 물론 더본코리아가 만든 상품도 있어요. 자체 공장에서 장, 소스, 고기 같은 상품을 만들어 점주들에게 납품했는데 그 매출이 지난해 369억원에 불과했어요.
사실 이건 한국 외식 프랜차이즈 대부분이 비슷한데요. 이런 구조에선 가맹본부는 점포 숫자를 늘리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요. 매장 숫자만 늘리면 자연히 매출도 늘거든요. 문제는 이렇게 매장 수가 너무 늘면 기존 점주가 장사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빽다방’의 경우 이미 매장 수가 1700개를 넘겼는데 이 추세로 가면 올해나 내년께 스타벅스의 매장 수 약 2000개를 따라잡을 수도 있어요. 가뜩이나 장사도 안 돼 힘든데 근처에 ‘빽다방’이 하나 더 생기면 기존 점주분은 더 힘들어지겠죠.
◆주주와 점주 간 이해상충
상품 매출이 많아지면 본사는 가격을 올려 받고 싶은 유혹도 커져요. 더본코리아의 경우 상품 가격을 10%만 올려 받아도 작년 기준으로 약 300억원의 추가 매출이 생겨요. 실제로 상품 공급 가격 인상 탓에 본사와 점주 간 분쟁이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어요. 더본코리아는 상장까지 해서 더 유혹이 클 수밖에 없죠. 투자자나 주주들의 실적 개선 압박이 더해졌으니까요.
그래서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상장하는 게 맞는지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어요. 가맹점주와 주주 간 이해관계가 상충하거든요. 상장을 하면 주주들이 본사의 매출, 이익 개선을 끊임없이 요구하는데요. 이렇게 하면 점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죠.
주주와 점주, 그리고 본사 간 이해관계가 달라지면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워져요. 실제로 국내에 상장했던 많은 외식 회사들이 오래가지 못했어요. ‘쪼끼쪼끼’, ‘할리스’, ‘미스터피자’ 등이 그랬죠.
물론 더본코리아도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빽햄’ 같은 자체 브랜드 제품을 계속 내놓고 가맹 사업 비중을 낮추려는 것이겠죠. 또 마스터프랜차이즈 형태로 현지 기업과 손잡고 해외 진출도 했어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본업인 가맹 사업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어떻게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가인 것 같아요. 미국의 경우 맥도날드·스타벅스·치폴레 같은 외식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실적을 개선하고 여기에 맞춰 주가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요. 이들 기업은 대체로 가맹점에 상품을 팔아서가 아니라 점포에서 나온 매출의 일부를 로열티로 받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본사와 가맹점 모두가 잘되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이죠. 이 시스템이 꼭 정답은 아니더라도 더본코리아가 참고할 만한 방향인 건 분명합니다. 더본코리아가 한국의 지속가능한 외식 프랜차이즈 모델을 보여주는 기업이 되길 기대합니다.
안재광 한국경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