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진아 교수 "헌법학자들 이견 없어"
"권한대행이 월권···헌법소원 가능"
헌법학자회의 "새 대통령이 임명해야"
"권한대행이 월권···헌법소원 가능"
헌법학자회의 "새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한 이완규 법제처장(왼쪽)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연합뉴스
[서울경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완규 법제처장,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이달 18일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으로 지명한 데 대해 헌법학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정치권이 헌법재판소의 신뢰와 권위를, 더 나아가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를 깎아내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할 수 없다는 것이 헌법학회의 다수 견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소극적, 현상유지적 권한만 행사할 수 있다’는 법 해석이 근거다. 차 교수는 “국회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후보자들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것은 소극적 권한 행사로 이해되지만 대통령 몫의 후보자 지명은 적극적 권한 행사”라며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 밖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관 후보는 삼권분립의 취지를 살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입법부인 국회,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각각 3인씩 지명하도록 돼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중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이 임기만료로 퇴임했을 때의 전례도 있다.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은 박 소장의 후임자를 지명하려 했으나 결국 헌법학자 다수의 견해에 따랐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당연히 권한대행이 지명할 수 없다고 해석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서 교수는 “대통령 궐위 상태의 권한대행은 국정 운영을 위한 최소한 권한과 책임만 다하도록 돼 있는데, 본인이 나서서 대통령처럼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한 권한대행의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가 150명 이상(대통령의 경우 200명 이상)이라고 판단한 헌재의 판단도 언급했다. “대통령이 아닌 총리의 월권행위”라는 이야기다.
차 교수는 한 권한대행의 지명이 헌재의 신뢰를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마치 ‘사법부 코드 인사 전쟁’ 같다”며 “여야 모두 수년 전에 했던 말들을 뒤집고 각자 상황에 유리하게 움직이려 한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이 헌재의 신뢰와 권위를 깎아내릴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법에 대한 신뢰,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차 교수는 “국회에서 한 권한대행의 후보자 지명에 제동을 걸 수는 없다”며 “애초에 대통령 몫의 지명이라 국회의 권한이 침해받았다고 볼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헌법재판을 받고 있는 당사자라면 권한대행의 임명행위에 대해 '장래기본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권리가 침해된 것은 아니지만, 헌법재판관 임명으로 인해 장래에 공정한 재판 침해가 예측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밖에 헌법학자 100여 명으로 구성된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도 이날 "마용주 대법관과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은 지극히 당연한 헌법상 의무의 이행으로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한다"면서도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은 권한대행이 할 수 없는 월권·위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헌법재판관의 임명에 대한 규정이 나와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6조에 따르면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헌법학자회의는 특히 이번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이 대통령 선거 절차가 개시된 이후 내려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헌법 제68조 제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헌법분쟁에 관한 최종적 결정권을 가진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과 같이 헌정질서에 중차대한 효과를 초래하는 창설적 결정권은 국민의 신임을 받은 새로운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한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설명이다.
헌법학자회의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윤석열 파면 결정 이후 가까스로 회복의 실마리를 마련한 민주공화국 헌정을 또 한 번 위기에 빠뜨리는 것이므로 그 지명을 즉시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