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8일 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정상 간 직접 소통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3분부터 31분까지 28분간 통화하고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지난해 11월 7일 12분간 통화하고 한미일 협력과 한미 동맹,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상황, 양국 간 조선 협력 등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같은 달 14일 탄핵소추로 직무 정지되면서 한미 정상 간 소통은 중단됐다.
이날 한미 정상간 통화는 미국발 통상 전쟁에 대해 정부가 좀처럼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던 중 전격적으로 이뤄진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한미 동맹 강화 등 안보 문제 뿐 아니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등 무역·통상 문제와 조선 분야 협력 방안 등에 대한 언급이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특히 이날 통화는 미국이 경쟁국·동맹국을 가리지 않고 57개국에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고율의 상호관세 발효(한국시각 오후 1시1분)를 16시간 정도 앞두고 이뤄졌다.
다만 통화 종료 후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 민감한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방금 한국의 대통령 권한대행과 훌륭한 통화를 했다"며 "우리는 그들의 막대하고 지속 불가능한 (무역) 흑자, 관세, 조선, 미국 액화천연가스(LNG)의 대규모 구매, 알래스카 파이프라인의 합작 투자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가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 보호에 대한 지불에 대해서도 대화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에서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재협상을 압박한 정황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신의 집권 1기 때 방위비 증액 합의를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 대행은 이날 공개된 미국 CNN인터뷰에서 ‘한국이 중일과 연합해 미국 관세에 맞설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그런 길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행은 “그런 종류의 반격이 상황을 극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중일, 특히 한국에 실제로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