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권한 행사 자제’ 본인 말 뒤집어
내란 잔존세력의 헌재 장악 시도”
국힘 “용단… 마은혁 임명은 유감”
내란 잔존세력의 헌재 장악 시도”
국힘 “용단… 마은혁 임명은 유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 개회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퇴임을 앞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하며 대통령 몫의 권한을 행사했다. 김지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8일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지명하자 즉각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돼야 한다던 한 권한대행이 자신의 말을 뒤집고 월권적 인사권을 행사한 건 다분히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란 주장이다. 민주당은 새 정부 출범 이전 헌법재판소의 지형을 ‘보수 우위’로 굳혀 놓으려는 보수 진영의 의중이 투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전에 이날 지명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민주당은 당혹감 속에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 자체가 원천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긴급 최고위원회의 직후 “이번 일은 내란 잔존세력에 의한 헌재 장악 시도”라며 “윤석열이 대통령일 때 국무총리를 한 한덕수가 파면된 대통령을 대신해 인사한 것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정에 출석했던 이재명 대표는 “토끼가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호랑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권한대행인 한 총리에게는 그런(지명) 권한이 없다. 오버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재판관 지명을 강행한 배경으로 보수층과의 교감설을 제기했다. 정권교체 이전에 진보 성향의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을 보수 성향 재판관으로 교체해 보수 우위의 헌재 지형 만들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대선 승리로 입법권과 행정권을 모두 장악하게 될 가능성을 대비해 사법기관만이라도 ‘보수 저지선’을 구축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의미다.
앞서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26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유보하는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법적 조치나 국회 절차 등 모든 방안을 총동원해 두 후보자 임명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한민수 대변인은 “(헌재에)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이번 지명이 원천적 무효임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완규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022년 5월 13일 법제처장 취임 직전까지 국민의힘 당적을 유지했기 때문에 재판관 자격 자체가 없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가 당적을 가진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재추진 주장도 나왔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애써 잠가 놨던 탄핵의 문을 한 권한대행이 활짝 열어젖혔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익이 별로 없다는 반론도 많아 당장 탄핵 추진을 공식화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재판관 2명의 지명을 ‘용단’이라고 치켜세웠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여야 간 합의가 없는 마 후보자를 임명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면서도 “한 권한대행이 공석이 되는 두 명의 재판관을 지명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