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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폭망했다 ④ | 재창업 전문가 3인 좌담회
유희숙 재도전협회장·전화성 AC협회장·양동우 호서대 교수
투자자가 재창업 격려하는 ‘컴퍼니빌딩’ 길 열려
민간 주도로 도와야...“리스크 줄이며 방향성 세워야”

창업에 있어 실패는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인이 성공하기까지 겪는 실패 경험은 약 2.8회. 3번은 실패해야 성공도 따라온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재창업이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탓이다. 조선비즈는 실패를 딛고 일어선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실패’의 가치를 조명한다. 창업가들은 실패하며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재기에 성공했을까. [편집자 주]

“실리콘밸리에서는 세 번째 창업자가 가장 성공 확률이 높다는 통계가 있어요. 실패를 경험한 창업자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조선비즈 대회의실에 모인 유희숙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장,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 양동우 호서대 벤처대학원 교수 등 전문가 3인은 이렇게 한목소리로 말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조선비즈 대회의실에서 만난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왼쪽부터), 유희숙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장, 양동우 호서대 교수가 "실패를 경험한 창업자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이들은 한국의 금융 시스템과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적 시선, 제도적 허점 등이 재창업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간 주도의 재창업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15년부터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를 이끌고 있는 유희숙 협회장은 과거 영화 제작자로 활동하며 회생과 파산을 겪고 재도전에 성공, 현재는 재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재기 상담과 자문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재도전중소기업협회는 실패 원인별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고, 재도전 IR(투자자 대상 기업설명) 행사를 통해 투자 유치까지 돕는다.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 역시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 카이스트 석사 과정을 밟고 있던 중 학내 벤처 1호인 에스엘투(SL2)를 설립했다가 병역 문제로 해임된 아픈 경험이 있다. 현재는 이를 계기로 씨엔티테크 재창업에 성공했으며 투자 전문 액셀러레이터(AC)로도 활동하고 있다. 양동우 호서대 벤처대학원 교수는 한국창업협회장, 호서대 글로벌창업대학원장을 역임한 바 있는 ‘창업 전문가’다.

그래픽=정서희

―한국에선 재창업이 왜 어렵나.

양동우(이하 양) “기업의 자금 조달이 투자가 아닌 융자 중심으로 이뤄져서다. 재창업이 활성화된 미국이나 영국은 투자 중심의 고위험 고수익 자금 지원이 이뤄진다. 그러나 우리 금융 제도는 독일과 일본을 따라 융자 중심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한 번 실패하면 신용에 금이 가 재창업에 나서기 어려운 구조다.”

유희숙(이하 유) “제도에 허점이 많았다. 기관 주도로 융자식 지원을 하다 보니 채무 이력 등이 기록에 남아 재기를 어렵게 한다. 파산, 회생, 연체기록 등 부정적 신용정보를 가려주는 신용 블라인드 제도 등도 만들어 시행 중이지만 현장에서는 관리를 위해 기록을 만들어 보관하다 보니 제대로 시행되기 어렵다.”

전화성(이하 전) “사회적 시선이 주는 심리적 요인도 크다. 실패 직후 재창업을 준비해야 성공률이 올라가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실패한 초기창업자들이 주변 시선을 의식해 재취업을 택한다. 생계 문제도 원인 중 하나다. 실패 트라우마를 겪은 뒤 월급이 안정적으로 나오는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재창업 의지가 꺾이게 된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분위기도 재창업에 부담이 될 것 같은데.

“2024년 12월 초 비상계엄 선포 이후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며 우리 주식 시장의 수요·공급이 완전히 무너졌다. 벤처캐피털(VC)은 좋은 회사를 상장시켜도 주가 부진으로 엑시트(자금 회수)가 어려우니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 투자가 위축되면 재창업은 물론 창업 자체를 섣불리 시도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픽=정서희

―재창업을 활성화하려면 어떤 것들이 개선돼야 할까.

“재창업 지원 사업을 재정비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초기 창업에 비해 재창업에 대한 지원 제도가 미비한 편이다. 창업 지원 제도의 경우 평균적으로 매년 2조원 내외의 예산을 집행한다. 사업도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 등 다양하다. 그에 비해 재창업 지원 사업은 재도전성공패키지, 재창업지원자금 등이 존재하긴 하나 규모도 작고 인지도도 낮다.

미국의 경우 파산보호제도를 통해 창업 실패자의 개인자산을 보호하고 SBA(Small Business Administration·중소기업정책시스템)를 통해 파산자에게도 재도전 기회를 보장한다. 유럽연합(EU)은 2014년부터 ‘성실 실패자 보호법제’를 시행, 재창업자에 대한 낙인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이어왔다. 영국의 경우 파산자에게도 창업자금 대출을 허용하는 등 재창업 자금 조달의 길을 열어뒀다.”

“재창업 지원이 정부 중심으로 가는 게 문제다. 민간이 주축이 돼야 우수한 기업이 발굴되고 투자 유치까지 이어지는데 재도전 사업을 정부가 주관하다 보니 데이터 구축조차 안 된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 VC·AC가 자회사 설립 방식으로 재창업에 투자(컴퍼니빌딩)하는 사례가 많다. 실패 경험이 있지만 가능성 있는 창업자를 다시 창업 전선으로 끌어들이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AC가 컴퍼니빌딩을 하는 것이 금지돼 있지만, 최근 창업 초기 폐업 사례가 잇따르면서 정부가 벤처투자촉진법 시행령을 개정해 컴퍼니빌딩이 가능해지도록 길을 열 전망이다.”

그래픽=정서희

―재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제언한다면.

“창업 과정에 존재하는 리스크가 무엇인지 정확히 분석해 대비하는 준비성을 갖춰야 한다. 강연에서 ‘창업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리스크가 뭐가 있는지 아느냐’고 물어보면 거의 대답을 못한다. 10년 전이나 최근이나 마찬가지다. 창업은 실패를 딛고 가능성에 한 발 나아가는 것이다. 리스크를 줄여야만 성공할 수 있지 않겠나. 첫 실패 때 느낀 부분을 토대로 리스크를 줄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실패를 통해 자신만의 경영 철학과 방향성을 세우길 바란다. 나의 경우 창업 과정에서 조직 관리의 중요성을 절감, 이를 즉각적으로 반영하며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채용을 경력직 대신 신입으로 하고, 리더급 교육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과거 경험을 통해 확립한 원칙이다. 가장 약했던 부분을 가장 강한 부분으로 성장시킨 거다.”

“창업 실패는 인생 실패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론 머스크, 스티브 잡스 등 세계적으로 성공한 창업자 대부분은 2회 이상의 실패를 겪었다. 세번째 시도할 때 창업은 성공률이 가장 높아진다. 실패했더라도 10년치 공부를 한 번에 한 셈쳐라. 너무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그간 쌓은 내공을 백분 활용해 재도전해보기 바란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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