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하루가 지난 5일 오후 자유통일당 등이 연 ‘국민저항권 광화문 국민대회’에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박고은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하루 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국민 저항권’을 앞세우며 서울 도심 집회에 나섰다. 무대 위에선 헌법재판소와 야당은 물론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강도를 높인 위협적인 발언이 쏟아졌지만, 집회 참여 열기는 탄핵 전에 견줘 다소 시들해진 분위기였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와 자유통일당은 5일 서울 대한문~동화면세점에서 ‘국민저항권 광화문 국민대회’(국민대회)를 열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우산 위에 ‘국민저항권 발동’ ‘반국가세력 척결한다’가 적힌 손팻말을 얹었다. 전날 전광훈 목사는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헌재 판결이 다가 아니다. 그 위의 권위인 국민저항권이 남아있다. 이걸 행사하기 위해서 내일 광화문 광장으로 3천만명이 다 모이자”고 한 바 있다.
마산, 정읍고창, 포천, 경북의성 등 각 지역 명패 아래 모인 지지자들은 “나라 망했다” “자유가 사망했다”고 분노하며, 무대 위 과격한 발언에 우산을 흔들며 호응했다. 다만 집회 참여 인파는 이전 주말 집회보다 다소 줄어든 분위기였다. 집회 현장 뒤편으로 빈 의자가 많아 자리를 채워달라는 주최 쪽 요청도 이어졌다. 이날 자유통일당은 집회 인원으로 20만명을 신고했다.
무대 위 도를 넘는 ‘위협’과 현실에 대한 ‘부정’은 한층 강도를 더했다. 한 남성은 무대에 올라 헌법재판관 8명을 향해 “국민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경고로 끝나지 않는다. 이 개XX들아”를 외친 뒤 “이재명을 죽여야 한다”고 외쳤다. 지지자들은 “가만두지 않는다”고 호응했다. “할렐루야, 하느님 살아계신다”를 외친 뒤 “이재명 한동훈과 헌재 8적, 대대손손 천멸 자손”을 구호로 외치기도 했다. “저들은 교회를 핍박할 것”이라는 발언에는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하루가 지난 5일 오후 자유통일당 등이 연 ‘국민저항권 광화문 국민대회’에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박고은 기자
전날 헌재 파면 결정에 대해 황당한 발언을 이어가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도 이어졌다. “이번 계엄은 단순한 계엄이 아니라 중국과 북한 그리고 대한민국과 미국이 한편이 된 하이브리드 전쟁의 일부분이었으며, 우리가 멋진 승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헌재가 부정선거를 간과한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변호인단에 속한 이하성 변호사가 대독한 옥중서신에서 김 전 장관은 “너무나 큰 분노와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시작이다”라며 “법의 심판보다 더 강력하고 무서운 국민의 심판을 적들에게 안겨주자”고 했다.
이날 집회에선 “6월 조기 대선은 없다”는 외침이 지속해서 울려퍼졌다. 특히 파면 뒤 대선을 준비해야 할 국민의힘을 향한 강도 높은 경계가 이어졌다. 그간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무대에 올라 발언하는 등 이들과 적극적으로 결합해왔다. 한 청년은 무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계시는 한 조기 대선 이야기 입밖에도 꺼내지 마라. 목숨 걸고 대통령 복귀시킨다. 그거 막는 사람, 다시 정치하려고 하는 사람들 용서하지 않겠다”며 “자유통일당이 국회로 가는 게 국민의힘보다 천만배 만만배 낫다. 각오해 국민의힘 가라지(쓰레기)들”이라고 외쳤다. 지지자들은 우산을 흔들며 환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