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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각)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발표하면서 생산 효율화를 이유로 해외에 생산 거점을 구축해 온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미 품목 관세가 부과된 자동차, 철강뿐만 아니라 배터리, 스마트폰, 가전, 각종 소재에 대해서도 수십%의 국가별 상호 관세가 적용돼 대미 수출 경쟁력이 약해질 전망이다.

미국 행정부는 전 세계 모든 교역국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불공정 무역국으로 여기는 국가에 개별 관세를 매겼다. 국가별로 부과한 상호 관세율은 ▲중국 34% ▲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태국 36% ▲스위스 31% ▲인도네시아 32% ▲말레이시아 24% ▲캄보디아 49% ▲영국 10% ▲남아프리카공화국 30% 등이다. 한국은 25%가 부과됐다.

기본 관세 10%는 한국 시간으로 5일 오후 1시 1분(현지시각 5일 0시 1분), 국가별 개별 관세는 9일 오후 1시 1분(현지시각 9일 0시 1분)부터 적용된다. 국내 기업들은 관세가 사업에 미칠 영향력을 검토하며 대책을 세우는 데 몰두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는 스마트폰 사업이다. 삼성전자의 최대 스마트폰 생산국인 베트남에는 46%의 상호 관세율이 부과됐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50% 이상이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대부분의 물량이 미국으로 수출된다. 한국, 인도, 브라질, 터키에서도 스마트폰이 생산되지만 대부분은 현지 또는 인근 지역에 공급된다.

브라질과 터키의 경우 10%의 낮은 관세율이 적용됐지만 현지 생산 능력이 크지 않아 대미 수출용으로 돌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으로 알려졌다. 인도 역시 중저가 모델 중심으로 생산하고 있어 프리미엄 스마트폰 소비 중심인 미국 수출로 돌릴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가전 사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 태국, 중국 등에서 생산한 가전제품(TV 포함)을 미국에 주로 수출해 왔다. 베트남 46%, 태국 36%, 중국은 34%까지 상호 관세율이 오르면서 두 회사의 고민은 깊어진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과 멕시코에 어느 정도 생산 능력을 갖춘 가전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가 발생하지 않고,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멕시코산 가전제품도 미국에 수출할 때 관세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과 멕시코의 생산 능력을 높이는 쪽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이번 상호 관세 적용에선 빠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반도체 관세를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기지는 한국에 집중돼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에 반도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 삼성전자 제공

미국에 수출되는 제품에 들어가는 각종 소재를 생산하는 업체도 관세 부과에 따른 직간접적 영향을 받게 됐다. 효성과 HS효성그룹은 관세 46%가 부과된 베트남에서 스판덱스, 타이어코드(타이어용 섬유 보강재) 등 주력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기준 베트남 누적 투자액은 총 39억달러(약 5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물량은 많지 않지만, 동남아에 공장을 둔 고객사가 납품 가격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또 주요 고객사의 미국 수출량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도 우려하고 있다.

배터리 업체들도 관세의 영향권에 간접적으로 속해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주요 배터리 3사는 지난 수년간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이들이 미국에서 생산한 배터리는 관세 대상에서 제외되며 ‘첨단 제조 생산세액공제(AMPC)’에 따른 보조금도 받는다.

그러나 양극재 등 배터리를 구성하는 주요 소재는 한국에만 생산 시설이 있는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에코프로비엠, LG화학 등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배터리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양극재의 대미 수출 규모는 2023년 기준 29억3000만달러(약 4조30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음극재와 분리막까지 합치면 총수출 규모는 32억6800만달러(약 4조8000억원) 수준이다. 미국의 배터리 소재 수입국 가운데 한국의 비율은 33.7%로 1위다.

배터리용 동박을 생산하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SK넥실리스 역시 관세 영향권에 놓였다. 이들 업체는 전기료가 저렴한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짓고 미국, 유럽 등에 위치한 한국 기업의 배터리 공장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미국은 말레이시아에 24%의 상호 관세를 부과했다.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공장 전경. / SKC 제공

현대차와 기아도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다. 완성차의 경우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 품목에서 제외됐지만,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했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품목 관세 25%를 3일(현지시각) 오후 1시 1분부터 적용받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은 총 184만대(도매 기준)로 이 중 한국(102만대)과 멕시코(15만대)에서 생산한 물량이 전체의 64%에 달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현대차 앨라배마공장(33만대)과 기아 조지아공장(35만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30만대)를 운용하고 있다. 그룹은 HMGMA의 순차적 증설을 통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며 관세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완성차와 마찬가지로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받은 철강업계 역시 수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IBK 기업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철강 관세 25% 부과로 대미 수출액은 11.4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기준 대미 철강 수출액(약 29억달러)을 고려하면 감소액은 약 3억3000만달러(약 4835억원)다.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에 제철소를 건설할 예정이며, 포스코도 미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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