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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 예금금리 '제로'···갈 곳 잃은 자금 대이동
물가 뛰는데 수신금리는 낮아져
금 통장·골드바로 수요 몰리고
불확실성 탓 대기성 자금 급증
올 요구불예금 19조 늘어 650조
'5~6% 특판' 찾아 2금융도 북적

[서울경제]

석 달째 물가 상승률이 2%를 웃돌면서 시중은행의 실질 예금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낮은 금리에 정기예금에서 빠져나온 돈은 트럼프발(發) 무역전쟁과 정치 불확실성에 금과 가상자산, 투자 대기 자금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BNK경남은행의 1년 만기 ‘더 든든예금’의 기본금리는 연 2.0%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2.1%)을 고려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다. 신규 고객과 마케팅 동의, 이벤트 금리 등 우대 항목을 더해도 실질금리가 0%대다.

제주은행의 1년제 ‘스마일드림정기예금’ 역시 기본금리가 2.05%에 불과하다. 신한은행의 ‘쏠편한예금’과 SH수협은행의 ‘Sh첫만남우대예금’의 기본금리도 2.15%다. 이들 상품은 우대금리 항목이 존재하지만 각종 부대 조건이 달리는 만큼 실질금리가 사실상 제로로 가는 셈이다. SC제일은행도 1일부터 예금금리를 최대 0.2%포인트 낮췄다. 만기 1~6개월의 예금금리는 1.95~2.1%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경기가 빠르게 꺾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은행의 예금금리는 더 하락하게 된다. 실제로 금리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올 들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4조 6400억 원가량 감소했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지점장은 “무역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트로이온스당 4000달러까지 간다는 전망도 있어 예금에서 나온 자금이 금 관련 투자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이 무려 15조 5507억 원이나 급감했다. 2월에 15조 7006억 원 폭증했던 정기예금 잔액이 한 달 만에 반대로 15조 5500억 원 이상 쪼그라든 것이다. 올 들어서는 4조 6000억 원가량 감소다.

이는 은행들이 앞다퉈 수신금리를 낮추는데 물가는 뛰면서 자금을 정기예금에 묶어둘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BNK경남은행이나 신한은행·제주은행 등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올해 한두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금금리는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렇다 보니 시중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1차로는 금에 돈이 쏠리고 있다. 시중은행의 금 통장을 취급하는 KB국민과 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누적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1조 83억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수요 폭증에 한동안 중단됐던 시중은행의 골드바 판매도 재개돼 금 투자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1일부터 한국금거래소의 1㎏짜리 골드바 판매를 다시 시작했다. 전문가들 역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갱신하고 있어 여전히 금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은 지난해부터 50% 넘게 올랐지만 인플레이션 구간에서 가상자산에 빼앗겼던 지위를 일부 회복한 수준으로 평가한다”며 “현재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투자자 심리를 감안할 때 앞으로 1~2개월 정도는 금을 활용한 전략이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관세 부과에 따른 불확실성 탓에 대기자금도 크게 불어나고 있다.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포함한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지난달 말 기준 650조 1241억 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18조 8906억 원이나 늘어났다. 요구불예금은 이자가 거의 없는 대신 예금주가 언제든 넣고 뺄 수 있는 돈으로 투자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대기자금인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도 같은 기간 54조 2427억 원에서 58조 4743억 원으로 4조 2316억 원 늘었다. 금리가 낮은 정기예금에서 돈을 빼내 추가 투자를 위해 대기하는 자금이 많다는 뜻이다. 미국 관세와 탄핵 심판 같은 불확실성에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지점장은 “지난해부터 커졌던 관세와 국내 정치적 요인에 따른 불확실성이 4월 초 정점을 찍고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1분기까지 예금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금에 몰리는 양상을 보였다면 앞으로는 주식시장으로도 자금이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기예금에 돈을 넣는 이들의 특성상 2금융권으로도 일부 자금이 흘러가고 있다. 연 3%가 넘는 예금이 사라진 시중은행과 달리 상호금융권에서 높은 금리의 예적금 상품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양재동에 본점을 두고 있는 단위 조합인 강남 농협은 1일부터 1년 만기 정기예금에 최대 3.5%의 금리를 제공하는 특별판매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판 금리는 금액별로 다른데 △1000만 원 이상 3.3% △5000만 원 이상 3.4% △3억 원 이상 3.5% 등이다. 정기적금도 1인당 200만 원을 한도로 최고 5.2%의 금리를 적용해준다.

서초중앙새마을금고도 1일부터 새마을금고 공제 상품에 가입하면 6%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적금 특판을 시작했다. 울산수협이 1일 최고 6% 금리로 출시한 ‘얼쑤적금’ 비대면 특판은 판매 개시 약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완판됐다. 상호금융권 상품은 최대 3000만 원까지 이자소득세 면제 혜택이 주어져 실질적인 수익률이 높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길 잃은 자금들이 움직이고 있다”며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큰 만큼 투자 주기를 짧게 하고 대응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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