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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학 서울대 교수
차세대 광반도체 ‘키랄 유기 광소자’
‘빛의 회전’에 정보 담아 속도 67%↑
동종기술 중 빛 감지 성능 최고 달성
뇌임플란트·암 진단센서 개발 기대
오준학(맨 오른쪽)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와 연구진이 키랄 유기 광전자 소재 기반 원편광 소자를 연구하고 있다. 사진 제공=오준학 교수

[서울경제]

“삼진법 연산이 가능한 원편광 소자(素子) 중 세계 최고 성능을 달성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뉴로모픽 반도체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용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4월 수상자로 선정된 오준학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실리콘포토닉스(광반도체)의 핵심인 원편광 소자 연구를 앞세워 국산 반도체 기술 혁신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 연구팀은 원편광 소자로 활용될 수 있는 ‘키랄 유기 광전자 소자’를 개발하고 동종 소자 중 최고 성능을 달성한 연구성과를 2023년 5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후 다양한 차세대 반도체 응용을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원평광 소자는 기존 0과 1의 디지털(이진법) 방식을 넘어 0과 1, -1까지 3개의 숫자로 한번에 더 많은 계산이 가능한 삼진법을 구현할 수 있어 학계에서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기존 반도체 회로는 트랜지스터라는 반도체 소자를 통해 전기가 통하면 1, 통하지 않으면 0의 정보를 인식한다. 실리콘포토닉스는 소자가 전기 대신 빛을 인식해 더 적은 전력으로 더 빨리 연산할 수 있어 오늘날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로 기대받는다. 현재 개발 중인 실리콘포토닉스가 여전히 이진법에 머물러있다면 한발 더 나아가 삼진법을 구현한 게 원편광 소자 기술이다. 오 교수는 “원편광은 빛의 세기와 파장뿐 아니라 회전 방향에도 정보를 실을 수 있다”며 “단지 빛이 꺼지면 0, 켜지면 1로 인식하는 것을 넘어 원편광 방향이 시계 방향인지 반시계 방향인지에 따라 +1과 -1을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편광은 일종의 빛의 ‘결’이다. 빛은 전기와 자기가 교차하며 진동하는 ‘전자기파’이다. 빛이 360도 모든 방향이 아니라 특정한 한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현상을 편광이라고 한다. 일상의 예로 선글라스는 렌즈에 가로 방향으로 일종의 미세한 결이 쳐져있어 같은 가로 방향의 편광만 눈으로 통과시키고 세로 방향의 편광은 차단함으로써 빛의 양을 줄이는 원리를 갖는다. 원편광은 편광이 회전해 빛이 꽈배기(나선형) 방향으로 진동하는 현상이다. 원평광은 회전 방향이라는 세 번째 변수로도 정보를 구분할 수 있어 삼진법 계산이 가능하다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키랄 유기 광전자 소재(왼쪽)와 이를 활용한 원편광 소자를 나타낸 그림. 사진 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편광 소자는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편광판과 위상지연판 같은 추가 장치가 필요해 소자를 소형화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키랄 유기 광전자 소재라는 신소재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오 교수는 “키랄성은 분자 구조가 오른손과 왼손처럼 모양은 같지만 서로 겹쳐질 수 없는 성질”이라며 “키랄성을 가진 물질은 좌우가 서로 반대인 두 가지 종류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물질은 대부분의 물리·화학적 성질은 같지만 감지할 수 있는 원편광의 방향이 서로 반대라는 차이가 있다. 한 종류가 시계 방향 원편광을 감지한다면 키랄성 관계의 다른 종류는 반시계 방향 원편광을 감지할 수 있는 식이다.

연구팀은 기존 키랄성 소재의 제작 비용이 높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개 이상의 분자들이 느슨하게 결합돼 한몸처럼 행동하는 ‘초분자’ 물질로 키랄 유기 광전자 소자를 개발했다. 오 교수는 “삼진법 기반의 광통신 시스템을 구현해 이진법 광통신 대비 67% 빠른 정보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암호화한 정보를 전달하고 실시간 감지할 수 있는 대면적 센서 형태의 시제품도 만들었다”고 했다. 일반 실리콘포토닉스와 달리 빛이 소자로 들어오는 방향, 즉 입사각과 무관하게 빛을 폭넓게 감지할 수 있어 반도체 소자뿐 아니라 초정밀 센서나 디스플레이 소자로도 응용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특히 집중하고 있는 후속연구는 뉴로모픽 반도체와 BCI용 반도체다. 뉴로모픽은 인간의 뇌를 닮은 구조로 AI 연산에 특화한 반도체로 꼽힌다. BCI는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처럼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사용자의 생각으로 전자기기를 제어하는 기술인데 이를 위한 반도체로도 원편광 소자를 응용하겠다는 게 연구팀의 목표다. 오 교수는 “새로운 소자는 기존 실리콘 같은 무기 물질이 아닌 유기 물질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생체친화적”이라며 “암 진단 센서 등 다양한 바이오일렉트로닉스(바이오 특화 전자공학) 기술로도 응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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