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각) 미얀마 만달레이시의 한 무너진 빌라에서 미얀마와 중국 구조대원들이 생존자 구조에 나서고 있다. 만달레이/EPA 연합뉴스
4년째 이어지는 군부 쿠데타와 오랜 내전으로 시름해온 미얀마에 큰 지진이 발생해 31일(현지시각) 현재까지 3000명 가까운 이들이 숨졌다. 대통령 윤석열의 12·3 내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에 더해 영남 산불로 큰 고통을 겪은 우리 입장에서도 남일 같지 않다. 우리도 국가적 위기에 빠져 있는 건 사실이지만,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을 위해 인도적 관심과 성의 있는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28일 미얀마 제2 도시인 만달레이 인근에서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했다. 미얀마 군부는 30일 밤 현재까지 2028명이 숨졌다고 했고, 현지 독립 언론인 디브이비(DVB)는 실제 사망자는 최소 2928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지진 같은 큰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생존자가 외부의 도움 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골든 타임’은 보통 72시간 정도로 잡는다. 아직 건물 더미에 깔린 이들이 많고 이들을 구조하기 위한 중장비 투입이 늦어지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사망자 수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마리 만리케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연맹(IFRC) 미얀마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는 시엔엔(CNN)에 “건물들은 무너졌고 아직 그 밑에 사람들이 깔렸는데 그들을 구하기 위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며 “아시아에서 한 세기 넘게 보지 못한 정도의 참사”라고 말했다.
안타까운 것은 현지의 참상에 견줘 국제사회의 지원이 늦다는 점이다. 미얀마 군부를 지원해온 중국·러시아 등이 구조팀을 파견하고 동남아시아의 이웃 국가들도 손발을 걷고 나섰지만, 미국 등 서구의 존재가 잘 보이지 않는다. 2021년 2월 쿠데타 이후 경제 제재가 이어져온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국제 구호 활동을 지휘하던 국제개발처(USAID)를 사실상 해체했기 때문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역시 뒷짐을 지고 있긴 마찬가지다. 2023년 2월 튀르키예 지진이 발생했을 땐 사흘 만에 지진 피해 지원을 위한 긴급구호본부 회의를 열고, 총 3차례나 긴급구호대를 파견했었다. 이번엔 외교부가 “우선 국제기구를 통해 200만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외국의 인도적 지원이 피해 정도가 아니라 국제정치적 상황과 위치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큰 피해를 입은 미얀마 국민들을 위해 더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