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野, 헌재 재판관 임기 연장 법안 발의
與 “대통령 몫 후임 지명할 것” 응수
헌법·통설 반하는 주장에 비판 고조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면서 여야는 ‘우리 편 헌법재판관’ 확보를 위한 다툼에 뛰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곧 퇴임하는 두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는 이례적인 법안을 발의했고, 국민의힘은 이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대통령 지명 몫인 두 재판관의 후임 지명을 요청하겠다며 응수했다. 여야 모두가 법치와 헌정질서 수호를 주장하지만 속내는 당리당략이라는 평가가 많다. 헌재 구성을 둘러싼 정치권의 정략적 수싸움이 사법 불신을 더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1일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경우 오는 18일 임기가 만료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 지명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통상 (헌법재판관) 임기 만료 두 달 전에 정부에서 임명과 관련된 청문회 개최 요구서를 제출하는 것이 지금까지 관행”이라고 원론적인 설명을 했지만 기저에는 ‘보수 우위’로의 헌재 지형 변화 의도가 담겨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야당은 문·이 재판관의 임기 연장을 꾀하고 있다.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당장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이른바 ‘적극적 인사권’도 허락되는지의 여부에서 헌법학계의 통설과 부딪힌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계의 다수 의견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은 소극적인 권한 내지 현상유지적 권한이라는 것”이라며 “장관 임명이나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권한대행의 권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도중 대통령이 지명했던 박한철 헌재소장이 퇴임했으나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은 박 소장의 후임을 지명·임명하지 않았다. 한 권한대행 역시 여당의 이런 의견 전달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민주당은 후임이 임명되지 않은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후임 임명 때까지 자동 연장하도록 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들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헌법재판관이 공석이 되는 경우를 피한다는 취지지만 헌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앞서서도 이 같은 헌재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헌법재판관 임기를 6년으로 정한 헌법 규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임기제도의 취지에도 반할 우려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 폐기됐다. 여권 관계자는 “법률로 헌법상의 임기를 바꾸는 발상”이라며 “이재명 대표를 위한 의회 쿠데타”라고 말했다.

여야가 '우리 편 재판관' 확보에 몰두하는 모습은 사법적 결정이 '법과 양심'이 아닌 개별 헌법재판관의 정치적 성향이나 추천자의 의중에 부합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 실제 여야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중 번갈아 가며 헌법재판소를 비난했다. 여권이 '의로운 재판관'이라 칭하는 이들이 야권에서는 '신(新)을사오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직무 복귀와 파면을 둘러싸고 계속되는 극단의 정쟁은 사법 불신, 나아가 사회 분열을 부채질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당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이념적 성향을 문제시하고, 야당은 마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는 모습이 31일에도 이어졌다. 여권 관계자는 "인민노련(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 출신이라는 논란만으로도 마 후보자 임명은 재고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헌재가 권한쟁의심판 결과 마 후보자 미임명을 위헌적인 것으로 판단했으나 여권은 이후 한 권한대행이 탄핵심판에서 '상당한 기간'의 숙고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여권 내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결국 마 후보자 임명은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을 향해 "내란 공범이 아니라면 헌재가 위헌이라 판단한 마 재판관(후보자)을 즉각 임명하라"는 논평을 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1일까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중대 결심'에 나서겠다며 재탄핵 추진 방침을 시사한 상태다. 다만 어려운 민생 상황에서의 줄탄핵은 무책임하다는 비판, 한 권한대행은 직무에 복귀한 지 1주일밖에 되지 않았다는 항변도 제기된다. 야권이 돌연 마 후보자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헌재가 '탄핵 기각'에 기울어 있다는 방증이란 여권의 추측도 나온다.

여야 모두 마 후보자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참여할 경우 '인용' 의견을 낼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인사청문회에서 노회찬 전 의원 등과 인민노련 활동을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하고 합격한 이후로 꽤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여당의 색깔 공세든, 야당의 무조건 임명 촉구든 모두 '우리 편 재판관'을 찾는 모습이며, 차분히 선고를 기다리지 않는 행태는 일반 대중의 사법 불신만 조장한다는 지적도 많다.

헌재를 둘러싼 정치권의 극단적 정쟁, 사회 일반의 혼란 책임이 헌재에도 있다는 쓴소리 또한 나온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공정과 신속을 공언해왔으나 지금은 아무래도 선고 시점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전직 헌법재판관은 "적시에 선고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결론마저 유동적이라는 말이 흘러나온다"며 "헌재가 국민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겠지만 예전과 같지 않은 난장판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378 계엄부터 탄핵 선고까지‥122일 만에 결론 랭크뉴스 2025.04.01
47377 마은혁 뺀 '8인 체제' 결정‥"'5 대 3' 가능성 낮아" 랭크뉴스 2025.04.01
47376 尹 선고일 지정에 쏟아진 “승복” 메시지… 野선 “불복” 주장도 랭크뉴스 2025.04.01
47375 용산 “차분히 기다려” 여 “기각 희망” 야 “8 대 0 파면 확신” 랭크뉴스 2025.04.01
47374 중·러 대사관 “윤 선고일 극단적 사건 가능성” 자국민 유의 당부 랭크뉴스 2025.04.01
47373 도수치료 받고 실손 못 받는다…윤곽 드러낸 '5세대 실손보험' 랭크뉴스 2025.04.01
47372 장제원 前 의원 유서, 가족·지역구민에 메시지 랭크뉴스 2025.04.01
47371 외신 '만우절 기사' 찾기 어려워졌다…"가짜뉴스의 시대라서" 랭크뉴스 2025.04.01
47370 "새우버거 참 즐겨먹었는데"…롯데리아 패티 베트남서 '전량폐기', 무슨 일? 랭크뉴스 2025.04.01
47369 산불에 할머니 업고 뛴 외국인 선원…법무부, 장기거주자격 검토 랭크뉴스 2025.04.01
47368 경찰 “헌재 반경 100m 진공상태로”… 당일 ‘갑호비상’ 발령 랭크뉴스 2025.04.01
47367 전국 의대생 복귀율 96.9%…'미복귀' 인제대는 370명 제적 예정 랭크뉴스 2025.04.01
47366 운명의 날, 윤 대통령 직접 나올까? 랭크뉴스 2025.04.01
47365 마침내 고지된 윤석열 ‘운명의 날’···선고 당일 절차는 어떻게? 랭크뉴스 2025.04.01
47364 "올리브영·다이소에 다 뺏겼다"…현대면세점 동대문점 결국 폐점 랭크뉴스 2025.04.01
47363 [크랩] ‘급신호’올 때 사실 배 아프면 안 되는 거라고? 랭크뉴스 2025.04.01
47362 미국, 감자 등 무역장벽 지적…정부 "미국 협상 요청 없어"(종합) 랭크뉴스 2025.04.01
47361 최태원 SK 회장 "사회문제 해결 위해 기업들 협력·연대해야" 랭크뉴스 2025.04.01
47360 작전명도 없앴다, 중국의 대만 포위작전…"밥먹듯 반복될 것" 랭크뉴스 2025.04.01
47359 "부산시장 출마 준비했었다"…'원조 윤핵관' 불리던 그의 죽음 랭크뉴스 202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