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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전 산림청장 인터뷰>
벌채 혐오에서 비롯된 '임도부족'
벌채한 곳에서 산사태 안 일어나
"3년 지나면 생태계는 더 안정화"
비과학 선동, 문제해결 도움 안돼
박종호 전 산림청장이 서울 여의도 아시아산림협력기구 회의실에서 기후변화와 산림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민승 기자


박종호(63) 전 산림청장은 경북 의성군 산불이 역대 최대 규모 피해로 이어진 배경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 만연한 벌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벌채는 인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인데, 우리나라에선 묻지마식 비판의 대상”이라며 “그 때문에 필요하고, 좋은 줄 알면서도 공무원들은 숲길(임도)을 내지 못했고, 임업 선진국들의 10분의 1 수준의 열악한 임도가 산불 예방과 진화, 구호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2차 대전 후 산림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유엔식량기구), ‘한국의 산림녹화 성공은 인류가 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잉에르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 등 “세계의 격찬 속에서 발생한 이번 산불은 우리에게 큰 숙제를 안겼다”는 그로부터 국내 산림, 환경 정책의 문제와 극복해야 할 도전에 대해 들었다. 지속가능한 산림관리를 목적으로 2012년 출범한 국제기구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도 이끌고 있는 박 전 청장은 1989년 산림청 사무관을 시작으로 주인도네시아 산림관 등을 지내는 등 국제 산림 정책에 밝은 인물이다. 1시간가량 이어진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다른 나라에선 벌채가 문제 되지 않나.

"세계 어디를 가도 임업용 산지에서 재조림 목적으로 벌채했다고 손가락질하는 곳이 없다. 다 큰 나무는 베서 활용해야 한다. 닭, 돼지가 그렇듯 식물도 예외는 아니다. 수확해서 활용하고, 탄소 흡수율이 높은 어린 나무를 다시 심어서 탄소고정량을 늘려야 한다. 각종 기후변화 협상이나 무역협상에서 인정받는 탄소 감축법이다."

-국제사회에서 재조림하는 벌채는 장려한다고 한다.

"논의 벼를 벤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다. 임업 선진국 숲은 목재를 생산하는 들판이다. 산림녹화에 성공한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한다. 종이, 화장지, 기저귀, 생리대 등을 만드는 목재 대체재가 있나."

-벌채가 산사태를 부른다는 주장이 있다.

"근거 없는 이야기다.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이뤄진 벌채는 산사태와 무관하다. 뿌리까지 뽑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지력은 유지된다. 임도가 환경을 파괴한다는 주장은 고속도로가 교통사고 사망자를 양산한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있다."

-주로 어떤 이들인가.

"환경 양치기들로 불리는 절대보존주의자들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선택의 문제를 선과 악의 문제로 보고 상대를 비난한다. 그들을 넘어야 바른 정책이 나올 수 있고, 산불 피해도 줄일 수 있다."

박 전 청장이 쓴 '환경 양치기' 표현은 마이클 셸런버거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 등장하는 표현이다. 겉으론 환경을 위하는 척하지만, 과학적 근거 없이 감정적 주장을 내세워 대중을 오도하는 환경주의자를 뜻한다.

박종호 전 산림청장이 숲 가꾸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벌채에 따른 생태계 훼손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제시한 사진. 왼쪽은 빛이 들지 않아 생물 다양성이 크게 줄어든 숲의 모습. 오른쪽은 숲 가꾸기와 벌채가 부분적으로 이뤄진 재조림지로, 다양한 식물이 자라 더 안정된 생태계가 구축된 모습이다.


-그래도, 나무를 베면 그 숲의 생태계가 훼손되는 거 아닌가.

"
일시적 현상이다. 벌채해서 조림한 곳은 3년만 지나도 생태계가 안정되고, 더 다양한 생물이 자리를 채운다. 산에 사는 멧돼지가 왜 목숨을 걸고 도시로 내려오나. 숲에 먹을 게 없기 때문이다. 숲이 울창해 빛이 들지 않으면 초식 동물의 먹이가 되는 초목류가 감소하고 결국 초식 동물 개체가 감소한다. 이어 그 포식자도 연쇄적으로 사라진다. 진달래, 토끼가 눈에 덜 띄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세계는 벌채 구역의 10% 이상을 남겨두는 군상잔존방식의 친환경 벌채가 대세다."

-목재는 한국이 석유 다음으로 많이 수입하는 원자재다.

"중국, 일본, 미국에 이어 세계 4위 목재 수입국이다. 16% 수준의 목재 자급률을 끌어올릴 수도 있는데, 벌채에 대한 오해 때문에 연 7조 원어치를 수입한다. 우리나라에서 벌채를 안 하는 게 지구를 위한 것이라는 건 착각이다. 그만큼 다른 곳에서 가져온다. 대표적인 열대림 목재수입국으로서, 국제사회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국산 목재 생산 확대가 필요하다. 반세기 산림 녹화로 쓸 만한 나무가 많다."

-목재는 수입하는 게 더 싸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임도를 더 확충해야 한다. 임도가 있어야 장비가 들어가고, 생산 목재의 가격경쟁력이 생긴다. 임도가 발달한 일본 산촌엔 젊은 여성도 일을 한다. 기계화돼 있기 때문이다. 임도는 소멸 지역 산촌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도 있다."

-국산 목재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인공림 조성이다. 거기서 숲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면 천연림 대비 목재생산량이 3~5배 높아진다. 목재 대체재를 발명하지 않는 한, 인류의 목재 사용은 불가피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천연림을 보전하기 위해서도 일정 규모의 인공림 조성은 필요하다."

박 전 청장은 적절한 평가를 거쳐 벌채, 재조림된 산지는 산사태 등 재해로부터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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