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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실 민주노총 다같이유니온 전국노인일자리기관지회장이 지난 25일 인천 서구 민주노총 인천본부 회의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스쿨존 등·하교 지도, 실버카페 바리스타 등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인 일자리 사업이다. 2004년 정부 주도로 시작된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은 사업 시작 20년만인 지난해 사업량 41.2배, 예산 95.1배 규모로 성장했다.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노인 일자리 사업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인 일자리 사업 운영을 전담하는 담당자의 처우는 21년째 제자리다.

30일 노동계 취재를 종합하면 노인 일자리 사업 담당자의 대다수는 비정규직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지난해 낸 ‘노인 일자리 담당자 근로여건 실태조사’를 보면, 노인 일자리 담당자의 83.6%가 계약직이다. 무기계약직(15.6%)과 정규직(0.8%)을 합해도 20%가 안 된다. 노인 일자리 사업이 대다수 비정규직으로 유지되는 구조다. 이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노인 일자리 기관 종사자 노동조합이 올해 1월 10일 출범했다. 박현실 민주노총 정보경제서비스연맹 다같이유니온 전국노인일자리기관지회장을 지난 25일 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노인 일자리 담당자는 시니어클럽, 노인복지관 등 정부로부터 노인 일자리 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하는 기관에 소속돼 사업 운영 실무를 맡는다. 참여자 모집·선발, 참여자 교육·활동 관리, 참여자 임금 지급, 신규 일자리 사업 프로그램 개발 등이 모두 이들 몫이다. 올해 전국 노인 일자리 담당자 수는 7402명이다.

박 지회장은 2011년 노인복지시설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2014년부터 전국사회복지유니온에서 10년 동안 노조 상근자로 활동했다. 의도치 않게 현장 경력 단절을 겪은 그는 지난해부터 인천의 한 노인 일자리 지원 기관에서 노인 일자리 담당자로 2년째 일하고 있다.

노인 일자리 담당자는 경력과 무관하게 1년 단위로 기관과 채용 계약을 맺는다.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노인 일자리법) 시행규칙을 보면 노인 일자리 지원 기관은 기관장 1명과 상근직원 7명 이상을 두도록 돼 있다. 기관은 이를 꼼수로 활용해 중간 관리자인 실무자 7명만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노인 일자리 담당자들은 모두 계약직으로 둔다. 계약직 비중이 80%를 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지회장은 “담당자들은 매년 12월31일자로 사직서를 쓰고 4대 보험도 종료된 상탱에서 1월1일자로 재고용된다”며 “‘재면접을 안 봤으면 좋겠다’는 게 소박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고용 승계 여부도 불안정하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근로계약 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사용자는 해당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2년 이상 한 기관에서 일한 노인 일자리 담당자들은 기관 압박에 못 이겨 다른 기관으로 옮겨간다. 대놓고 ‘여기서 일 잘 안 하면 다른 데 못 간다’고 하는 기관장도 있다. 박 지회장은 올해 2년차인 동료들끼리 벌써부터 내년에 어느 기관에 넣을지 얘기한다고 했다.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노인 일자리 담당자 임금은 매년 보건복지부가 정하는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운영 안내’에 따라 책정되는데 지난해 월 206만1000원, 올해 월 209만7000원을 기본급으로 받는다.

노인 일자리 담당자 대다수(83.1%)가 사회복지사 1·2급 자격증을 갖고 있음에도 복지부 ‘사회복지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에 규정된 사회복지직과 동일하게 대우받지 않는다. 경력에 따라 임금이 높아지는 구조도 아니다. 신입이든 n년차든 복지부가 정한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똑같이 받는다. 담당자 사이에선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보다도 급여가 낮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한다.

문제는 노인 일자리 담당자 다수가 경력 보유 여성, 사회초년생 등 노동시장 약자들이라는 점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 규모는 점차 늘어나는데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으니 노동시장 약자들이 쉽게 도전하고 부당한 처우를 감내하는 일이 반복된다. 박 지회장은 “정부가 이런 구조를 방치해오면서 21년째 사업을 유지해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앞으로 복지부에 노인 일자리 담당자 고용 불안정 해결, 자격 및 경력에 따른 임금 체계 마련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노인 일자리법을 개정해 정규직 배치 기준을 현실화하고 노인 일자리 담당자 자격 기준을 명시할 것도 요구할 방침이다.

노인 일자리 지원 기관 종사자들이라면 누구나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박 지회장은 “기관 입장에서도 매년 채용하는 게 얼마나 소모적인가. 우리의 요구가 기관과 정규직의 요구하고도 맞아떨어진다”며 “제도 개선 요구를 같이 실현해나갈 수 있는 동반자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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