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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으로 입양 간 자매, 성인 될 때까지 성폭행 견뎌야 했다"
"폭행·폭언도 많아"…배진시 몽테뉴해외입양연대대표 등 3명 인터뷰


편집자 주
= 배진시 몽테뉴해외입양연대 대표와 같은 단체 이승훈 사무국장, 권희정 미혼모아카이빙과권익옹호연구소장의 공동 인터뷰 기사는 네 차례로 나눠 송고합니다. 이번이 두 번째 기사로 주로 해외 입양아동들이 외국에서 겪는 고통을 다뤘습니다. 세 번째 기사는 입양인들이 한국에서 부모를 찾는 사연들, 네 번째 기사는 입양과 관련한 구조적 문제점 등을 다룰 예정입니다.

"해외입양, 문제 많습니다"
왼쪽부터 이승훈 몽테뉴해외입양연대 사무국장, 이 단체 배진시 대표, 권희정 미혼모아카이빙과권익옹호연구소장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입양이 가져오는 문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진성철 기자 촬영]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기자 = 한국인 3자매가 있었다. 중산층의 유럽 가정으로 입양을 갔다. 첫째 아이가 13살이 되자 양아빠는 성폭행을 시작했다. 둘째 아이가 성장해서 그 나이가 되자 양아빠는 둘째도 성폭행했다. 둘째 아이는 "내가 못생겨지면 아빠가 덜 건드릴 것"이라면서 매일 초콜릿 크림 1∼2통씩 먹었다.

2명의 양오빠도 성추행했다. 양엄마는 남편의 성폭행과 아들들의 성추행을 막지 못했다.

양아빠는 그 지역에서 신망 있는 전문직 종사자였고, 동양에서 가난한 아이들을 입양해 잘 키운 사람으로 알려졌다. 그는 집안 행사 때 자기가 딸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여러 사람 앞에서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위의 내용은 배진시 몽테뉴해외입양연대(MOAA) 대표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한 실제 사례다.

연합뉴스는 지난 12일부터 3차례에 걸쳐 배 대표, 이승훈 MOAA 사무국장, 권희정 미혼모아카이빙과권익옹호연구소장 등 3명과 공동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1970년대, 1980년대 당시에는 해외 입양을 아동복지로 생각하기도 했다"면서 "그렇지만 입양인 당사자들은 외국에서 정서적, 신체적 학대를 당한 경우가 적지 않았고, 우울증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들은 "입양아동들이 해외로 가는 과정에서 입양기관, 보육시설 등의 불법과 서류 조작이 적지 않았다"면서 "해외 입양은 국가에 의한 폭력이었고, 이에 대해 국가도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입양제도 관련 법령 개선해야"
왼쪽부터 이승훈 사무국장, 배진시 대표, 권희정 소장
[진성철 기자 촬영]


인터뷰에 참여한 배 대표는 서울 출신으로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2005년 프랑스에 유학하러 갔는데, 그곳의 대학교 등에서 한글을 가르치다 많은 한국 출신 입양인을 만나게 됐다. 귀국 후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입양인들을 돕기 시작했다. 부모를 찾는 해외 입양인들을 위해 지방 곳곳을 함께 다니며 통역을 해주는 등 도움을 많이 줬다. 작년 1월에는 MOAA를 창립했다. 그는 몽테뉴인문학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집필과 강연도 하고 있다.

경남 창원 출신의 이승훈 MOAA 사무국장은 약대를 졸업한 후에 한약국을 운영하는 시민이다. 입양인들이 한국에 오면 직접 승합차를 운전해 이동시켜주고, 특정 지역 방문과 행정기관 서류 처리 등을 돕고 있다. 남들을 돕는 일을 좋아한다는 그는 누군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성장한 권희정 소장은 2008년부터 5년간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초대 사무국장을 지냈다. 그는 미혼모 문제를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작년에 미혼모아카이빙과권익옹호연구소를 창립했다. 미혼모 문제에 대해 18년간 연구하고 글을 쓰다 보니 입양 문제에 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프랑스에서 어린 시절 장성탄 씨
[장성탄씨 아내 제공]


<인터뷰 1차 기사 요약>

[삶] "국가가 보낸 입양아 죽어가는데…국가 수수방관, 말이 되나요"(2025년 3월16일 송고)

마티유 성탄 푸코(38·한국이름 장성탄)씨는 1986년 12월 한국 익산시(당시 이리시)에서 태어났고. 4개월 만에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프랑스로 입양됐다. 장씨는 치명적 불면증(FFI·Fatal Familial Insomnia)에 걸린 것으로 보이며, 생존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치료가 불가능하기에 증상 완화와 환자를 편안하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고 한다. 자녀들도 이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서 조기 진단과 예방 치료가 필요하다.

부인 로리안 시몬 씨는 이 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남편 친부모의 유전자 검사 결과가 필요하다고 하소연한다. 그렇지만 한국의 아동권리보장원은 입양특례법상 친부모의 동의 없이는 인적 정보를 줄 수 없다고 했다. 인적정보는 전화번호, 주소지 등을 말한다.

국가가 입양 보냈는데, 그 아이가 성장해서 죽어가고 있다. 국가가 이걸 방치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좀 더 적극적으로 입양인의 입장에서 법률을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서양에서는 부모의 비밀보다는 입양인의 인권을 중시하는 쪽으로 법률이 바뀌고 있다. 1975년에 영국은 입양아가 18세가 되면 자기 출생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아동법에 명시했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주마다 다른데, 입양아가 원하면 친생부모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 더 많아졌다. 유엔(UN)도 친생부모의 삶보다는 아동의 알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천명하고 있다. 한국도 입양특례 법령을 비롯한 관련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건강한 때의 장성탄 씨와 아내 로리안 시몬 씨(왼쪽)
[장성탄 씨 아내 제공]


<입양인 장성탄 씨의 부인 로리안 시몬 씨의 편지내용>

[삶] "한국서 입양온 남편 생명 위험…제발 우리 가족 도와주세요"(2025년 3월16일 송고)

저의 남편 장성탄(Jang Sung-Tan)은 1987년 4월에 프랑스로 입양됐습니다. 남편은 최대 21일 연속 잠을 자지 못하는 극단적인 불면증(수면 부족으로 인한 치명적 불면증 또는 Morvan 증후군의 가능성)을 겪고 있습니다.

현재 남편은 혼수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의식을 잃은 듯한 상태(코마 상태)를 보입니다.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거나 환각(후각 및 청각적 환각), 망상 등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생물학적 부모의 유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면, 이 병이 유전적 원인인지 더 정확히 조사할 수 있습니다. 가족력 여부를 확인하고, 보다 신속하게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해당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다면 병의 진행을 늦추는 임상 시험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우리는 단순한 삶을 꿈꿨습니다. 자연 속의 작은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예술, 음악, 스포츠를 즐기며 조용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남편은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꿈은 완전히 부서졌습니다. 남편은 저와 아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이승훈 사무국장과 배진시 대표(오른쪽)
[진성철 기자 촬영]


다음 내용은 배진시 몽테뉴해외입양연대(MOAA) 대표, 이승훈 MOAA 사무국장, 권희정 미혼모아카이빙과권익옹호연구소장 인터뷰의 2차 기사 질문-답변.

-- 장성탄 씨 부모와 연락하는 일에 진전이 있나.

▲ (이 사무국장) 아동권리보장원은 최근에 적극적으로 장 씨의 친어머니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장 씨가 이 기관에 연락한 것이 작년 8월이었으니 이 기관의 대응은 늦었다. 그렇지만 뒤늦게나마 노력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구체적 성과가 나오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 아동권리보장원도 이런 일은 처음 겪는 것인가.

▲ (이 사무국장) 해외 입양인이 친부모의 유전자를 절실히 원하는 사례는 흔하지 않다. 아동권리보장원도 처음 겪는 일이어서 대응이 쉽지 않은 듯하다. 입양인의 친부모 유전자 정보 요구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 1990년대에 해외로 입양 간 아동들이 지금은 어른으로 성장해서 여러 질병이 나타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 (권희정 소장) 입양인들에 대한 사후 서비스를 위한 매뉴얼, 제도, 예산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어린아이들을 해외로 보내면 끝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입양특례법 1조는 양자(養子)가 되는 아동의 권익과 복지를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다. 그러니 끝까지 입양된 아동의 권익 보호 입장에서 사후 조처를 해줘야 한다.

-- 장 씨를 도와야 한다는 여론은 강한 듯한데.

▲ (배진시 대표) 프랑스에 있는 어떤 한의사는 장 씨의 부인 로리안 시몬 씨에게 장 씨를 치료해보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많은 해외 입양인들과 한국의 국민들이 장 씨 사안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 한국 행정부의 반응은

▲ (이 사무국장) 보건복지부와 국가인권위에도 민원 제기를 했는데, 아직 답변이 없다.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배진시 대표와 권희정 소장(오른쪽)
[진성철 기자 촬영]


-- 입양 일반과 관련해서 보자면, 외국으로 입양 가서 푸대접받는 사례가 꽤 있나.

▲ (배 대표) 1980년대에 유럽의 한 나라로 입양 간 A와 남동생이 있다. 어느 날 친척들까지 참석한 가족 모임에서 어른들이 입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양엄마는 "이따위 못생긴 한국 남자애를 입양해서 실망스럽다"면서 "돈도 많이 주고 입양했다"고 푸념했다.

-- 그 양엄마는 왜 동양 아동을 입양했나.

▲ (권 소장) 서양 사람들은 서양 아이를 선호한다. 동양 아이를 선택하는 것은 입양할 서양 아이가 없기 때문이다. 1970년대 들어서 프랑스에서 68혁명이 일어났고, 미국에서도 시민운동이 전개됐다. 그 결과, 미혼 싱글 여성들이 성적(性的) 자기 결정권을 갖게 됐다. 이전과 달리 미혼모가 돼도 아기를 포기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입양할 아이를 자국 내에서 찾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서양에서는 베트남전쟁, 한국전쟁 등을 계기로 빈곤한 외국 아이들을 구원해야 한다는 휴머니즘과 선민의식이 형성됐다.

-- A는 어떻게 입양 가게 됐나.

▲ (배 대표) 부모가 이혼한 것이 계기였다. 아빠가 재혼하자 A와 남동생은 아빠, 새엄마와 같이 살았는데 새엄마가 아이 둘을 낳으면서 고아원에 가게 됐다. 새엄마가 더 이상 키울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A와 동생은 고아원을 통해 입양 가게 됐다.

-- 보육원이 부모의 허락 없이 입양 보냈다는 것인가.

▲ (배 대표) 당시는 고아원이 자의적으로 원생들을 입양 보냈던 시절이었다. 물론 입양기관을 거쳐서 갔다. 당시 고아원들은 "아이를 입양 보내든, 보육원에 그냥 두든 그건 우리 소관이다"라고 했다.

1956년 전세기로 미국에 가는 입양 아기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입양아동들이 외국에 가서 폭행당하는 경우가 있나.

▲ (배 대표) A의 경우 식사 예절을 안 지킨다면서 양엄마로부터 식사 도중 뺨을 맞는 경우가 많았다. 음식은 남기지 말아야 하고, 순서대로 먹어야 하며, 포크와 나이프는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건 그냥 트집을 잡는 것이다. A가 서울에 와서 물을 마실 때 손을 부르르 떨고 있는 것을 나는 봤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어린 시절 양엄마한테 맞은 기억 때문이라고 했다. 한번은 화가 난 양엄마가 접시를 자기한테 던졌는데, 그것이 벽에 맞고 깨지면서 파편이 날아왔고, 그 파편은 자기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고 했다.

-- 또 다른 폭력 사례들이 있나.

▲ (권 소장) 어떤 아이는 미국에 입양 가자마자 오줌을 쌌다고 한다. 적응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목사였던 양아빠는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것은 훈육이 덜 됐기 때문이라면서 몽둥이로 마구 때렸다고 한다. 1980년대에 입양을 갔던 다른 어떤 사람은 누군가가 자기의 머리를 만지면 질색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서양 아이들이 자기 머리털을 마구 뽑았던 기억 때문이다. 당시 반 아이들은 까만색의 이상한 머리는 처음 본다면서 저마다 머리털을 뽑았다고 한다.

-- 입양 간 아이들이 방치되는 사례가 있나.

▲ (권 소장) 1970년대에 3살 때 미국으로 입양 간 사람이 있다. 양부모는 입양 6개월 만에 자기들의 아기를 낳았는데, 그때부터 이 입양아는 한 달에 한 번씩 집에서 쫓겨났고, 혁대로 맞기도 했다고 한다. 양부모가 집세를 내라고 해서 중학교 때부터는 햄버거 가게 점원, 주방 보조일 등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한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이승훈 사무국장과 배진시 대표(오른쪽)
[진성철 기자 촬영]


-- 입양아동이 성폭력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나.

▲ (배 대표) 생각보다 많다. 내가 아는 입양 여성들은 10명 중 4명꼴 정도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물론 정확한 통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전수조사를 통해 나온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성폭행당해도 성인이 될 때까지는 참았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항의했다가 쫓겨나면 자기 인생이 망가질까 봐 두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 (이 사무국장) 실제로 양부모가 소아성애자인 경우도 있었다. 성적(性的) 목적으로 한국에서 아이를 입양한 사례다.

-- 양부모 성폭력의 구체적 사례가 있나.

▲ (배 대표) 1980년대 후반에 유럽의 한 나라로 입양 간 B라는 여성이 있다. 여동생 2명과 12살 때 중산층 가정으로 갔다. 세자매가 한 집으로 간 것이다. 양아빠는 전문직 종사자였고, 집도 아주 컸다. 그런데 B가 13세가 됐을 때 양아빠가 성폭력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예쁜 딸이라고 안아주면서 가슴 등을 만지는 추행을 했다. 머지않아 성폭행으로 이어졌다. 세자매가 각각 자신의 방을 갖고 있었는데, 양아빠는 B의 방에 들어와 굿나잇 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방에서 나가지 않고 성폭행했다.

-- B는 항의하지 않았나.

▲ (배 대표) 거세게 항의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양아빠는 "그러면 나는 더 이상 너를 교육시키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갈 데가 없는 B로서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성인이 되기까지 6년간 성폭행을 당했다.

-- B의 동생들도 성폭력을 당했나.

▲ (배 대표) 바로 아래 여동생인 둘째 아이가 13세 정도에 이르자 양아빠는 또 그런 짓을 했다. 이 동생은 "내가 못생겨지면 아빠가 나를 덜 건드릴 것"이라면서 매일 초콜릿 크림을 1∼2통씩 먹었다. 둘째 아이는 실제로 뚱뚱해졌다. 막내 아이는 성폭행을 당하지 않은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2006년 국내외로 입양 가기 직전의 아기들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큰 언니는 동생이 성폭행당하는 것에 대해 항의했나.

▲ (배 대표) 양아빠는 "신고하거나 문제 삼으면 너희와 우리의 인연은 끝이니 고아원에 가든, 시설에 가든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세 자매는 떨어져 살기 싫었고, 고아원에도 가기 싫어서 그냥 견뎠다고 한다.

-- 양오빠들과 양엄마는 이런 사실을 몰랐나

▲ (배 대표) 양오빠 2명이 있었는데, 성폭행하지는 않았지만, 낄낄거리면서 수영장 등에서 성추행했다. 양엄마는 성폭행을 막지는 못했다. 남편의 범죄를 드러냈을 경우 집안의 명성이 손상될까 봐 두려워했던 것 같다.

-- 결국 그 양아빠의 범죄는 묻혔나.

▲ (배 대표) 큰언니 B는 악착같이 공부해서 전문직 종사자가 됐다. 둘째도 좋은 직장을 얻었다. 그 아빠는 집안 행사에서 손님들에게 "동양의 가난한 아이들을 입양해서 훌륭하게 키웠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2023년 7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입양인대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 입양아동이 성폭행은 아니어도 성희롱 또는 성추행을 당하는 일도 꽤 있나.

▲ (배 대표) 성추행으로 끝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대부분이 성폭행으로 이어진다. 입양아의 특성상 성희롱이나 성추행 단계에서 강하게 대처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입양아들이 성폭행당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13∼14세 정도인데, 이 나이의 아이들은 저항을 잘 못한다. 양아빠가 침대에서 책을 읽어주면서 다정하게 굴다가 서서히 변하기 때문이다.

-- 하녀나 일꾼으로 부리기 위해 입양하는 외국인도 있나.

▲ (이 사무국장) 어떤 미국인은 집안일을 시키고 싶은데, 적당한 아이가 있는지 입양기관에 문의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이러니 일을 시키기 위해 입양한 사례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과거의 일이다.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고 판단한다.

-- 입양인들이 폭언을 당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하던데.

▲ (배 대표) "내가 너를 얼마에 샀는데 이 모양이냐". "너는 미개한 나라에서 왔다", "네 친부모가 너를 버렸는데, 네가 범죄자의 핏줄이니 이렇다" 등이 그런 모욕적인 말들이다. 한국을 미개한 나라로 보는 시각은 많이 바뀌었다. 가수 싸이와 BTS가 많은 영향을 줬다.

-- 입양아동 피해에 대한 통계가 있나.

▲ (이 사무국장) 어떤 조사 결과를 보면 입양인 8명 중 1명이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했다. 여성으로 국한하면 그 비율이 많이 올라갈 것이다. 또 3명 중 1명은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답했다.

전세기로 미국에 도착한 입양아동들
국가기록원이 홀트아동복지회로부터 기증받은 1950~2000년 주요 기록물 가운데 입양과정을 담은 사진
[국가기록원 제공]


-- 극단적 선택을 하는 입양인도 있다고 하던데.

▲ (이 사무국장) 네덜란드에서 살고 있는 입양인 2세가 한국에 온 적이 있다. 그의 어머니가 어린 시절에 네덜란드로 입양됐다고 한다. 아버지는 현지인이다. 그 어머니는 평소에 "내 이름도 거짓이고, 내 나이도 거짓이어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게 전혀 없으니 마음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그 어머니는 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하늘나라로 떠난 그날은 입양 기록상의 본인 생일이었다.

-- 왜 생일날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 (권 소장) 차라리 안 태어났어야 했다는 생각을 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태어난 날, 죽음으로써 탄생을 그냥 없애고 싶다는 심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입양아들의 극단적 선택 빈도는 높은가.

▲ (이 사무국장) 스웨덴 조사 결과가 있는데, 청소년 자살률 1위는 한국 입양아라고 한다.

▲ (권 소장) 같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알코올 중독도 많다고 한다. 그리고 관계 맺기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배진시 대표와 권희정 소장(오른쪽)
[진성철 기자 촬영]


-- 지금까지 외국으로 입양 간 사람은 몇 명인가.

▲ (권 소장) 정부 통계로는 20만 정도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입양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 대 개인으로 아이를 주고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는 입양통계로 잡히지 않는다. 1953년 이후 해외로 보내진 입양인은 35만∼40만명에 이른다는 의견도 있다.

-- 현재는 해외로 입양되는 사람이 몇 명 정도인가.

▲ (권 소장) 정부 통계로는 2023년 79명으로 나와 있다. 이렇게 줄어든 것은 유럽의 나라들이 한국으로부터의 입양을 중단한 영향도 크다.

-- 유럽 국가들은 왜 입양을 중단했나.

▲ (권 소장) 서류들이 조작된 경우가 적지 않고, 사기 행각에 의한 입양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3월 26일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해외 입양 피해 조사결과 발표에서도 인정됐다. 해외 입양은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2024년 7월부터 시행된 보호출산제로 버려지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입양인들은 원가족의 정보를 몰라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보호출산제는 친부모에 대해 알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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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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