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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GTC2025에서 연설하고 있다./연합뉴스

젠슨 황이 한마디만 해도 불같이 치솟던 엔비디아의 주가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 20% 떨어졌다. 미국 증시를 이끌던 M7 중 같은 기간 30% 폭락한 테슬라 다음으로 낙폭이 크다.

엔비디아의 최대 연례행사인 GTC의 열기도 찾아볼 수 없다. 작년까지만 해도 GTC가 끝나면 많은 사람이 열광했다. 시장은 뜨겁게 반응했고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렸다. 올해는 젠슨 황이 “수요 둔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지만 GTC가 끝난 직후 주가가 3% 넘게 떨어졌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보적인 지위가 흔들린 것은 아니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 역시 엔비디아의 로드맵에 기대 성장 전망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수요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와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면서 중국 매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 상승세가 멈췄다. 여기에 중국산 AI 딥시크가 고성능 GPU 없이도 빅테크급 거대언어모델(LLM)을 만들어내며 AI 시장의 ‘가격 파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 ‘차이나 테크’의 역습
“미국에서 나오는 AI 투자 관련 수치에 대해 여전히 경악하고 있다. 일종의 ‘버블’ 조짐이 보인다.”

중국 빅테크 알리바바그룹의 차이충신(조지프 차이) 의장은 최근 미국의 데이터센터 건설이 AI 서비스 초기 수요보다 많을 수 있다면서 이같이 우려했다.

그는 3월 25일 홍콩에서 열린 HSBC 글로벌 투자 서밋에 참여해 “사람들이 (데이터센터 수요가) 5000억 달러(약 734조원)나 수천억 달러에 이른다고 말하는데 나는 그런 자금이 전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느 정도는 실제 수요보다 훨씬 큰 수요를 추정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업체 TD카우언의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2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 데이터센터 임대를 취소한 것을 근거로 장기적인 수요보다 많은 AI 컴퓨팅 능력을 확보했을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MS는 이를 일축하기도 했다. 데이터센터를 확대하려는 수요가 줄어들면 여기에 투입되는 엔비디아 반도체 매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알리바바가 미국의 AI 투자 버블을 경고한 것을 두고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알리바바 역시 미국 빅테크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AI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지난 2월 향후 3년간 클라우드와 AI 인프라에 3800억 위안(약 76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알리바바그룹 계열사인 앤트그룹이 중국산 반도체를 활용한 AI 모델 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봉쇄가 강화될수록 제재의 역설이 작용하면서 중국 AI 생태계가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앤트그룹은 딥시크가 사용했다고 알려진 엔비디아의 저사양 GPU인 ‘H800’ 대신 화웨이와 알리바바가 함께 개발한 반도체를 사용했다. 앤트그룹은 3월 연구 논문을 통해 자사 모델이 일부 벤치마크에서 메타플랫폼스를 능가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로버트 리아 선임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엔비디아 칩에 대한 수출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비용이 낮고 연산 효율이 높은 모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이 주장이 사실인 것으로 확인된다면 중국이 AI 분야에서 자급자족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의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빅테크가 이끌어온 AI 개발에서는 ‘고비용+고사양=고성능’ 공식이 통했다. 더 좋은 반도체를 더 많이 집어넣을수록 성능이 좋아지고 기술 패권을 잡을 수 있다고 믿어왔다. 빠른 행렬 곱셈으로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가 개발되면서 생성형 AI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아마존과 알파벳(구글 모회사), 메타플랫폼스(페이스북 모회사)도 AI 인프라 구축에 각각 1000억 달러(약 147조원), 750억 달러(약 110조원), 650억 달러(약 95조원) 수준을 쓰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딥시크가 등장하면서 이 공식이 깨졌다. 고성능칩이 아니라 저렴하지만 성능은 떨어지는 엔비디아의 ‘H800’ 칩을 딱 2048개만 써서 챗GPT 수준의 AI 모델을 내놨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을 1만6000개가량 투입하며 성능을 끌어올렸던 빅테크는 딥시크의 등장 이후 저가 AI 모델을 서둘러 내놨고 엔비디아의 고성능칩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 주가는 직격타를 맞았다.

엔비디아는 지난해부터 출하를 시작한 블랙웰 시리즈에 이어 올해 루빈, 내년에는 파인만 등 GPU 사양을 한계치로 끌어올리며 글로벌 IT 기업들의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딥시크 등장 이후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 엔비디아 GPU 기반의 AI 인프라 투자가 과도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2. 중국의 ‘저성능’ 칩 규제, 25조 시장 흔들리나
미·중 갈등이 지금보다 더 격화될 경우도 문제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중국에서 171억 달러(약 25조원)를 벌어들였다. 엔비디아 해외 매출에서 13%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다. 하지만 최근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중국 정부도 엔비디아를 향해 칼을 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AI 칩 ‘H20’을 겨냥한 친환경 규제를 마련했다고 3월 26일 보도했다.

H20은 엔비디아가 워싱턴의 수출 통제를 피하기 위해 중국 수출용으로 만든 저성능 칩이다. 엔비디아 최신 GPU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그동안 텐센트, 알리바바 등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H20과 H800 등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 최고 경제계획기관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중국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때 에너지 효율이 높은 칩을 쓰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발 수요가 급격히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DRC가 도입하는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H20 칩은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 미국 역시 저성능 반도체 수출에도 고삐를 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엔비디아가 경영진과 NDRC 주임 간의 좌담회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중국의 환경 규제와 미국 수출 통제가 동시에 보도되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하루 만에 5% 넘게 급락했다.
3. 둔화하는 성장세 빅테크의 투자 조절과 미국의 수출 통제가 현실화하면 엔비디아의 매출 성장세는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

엔비디아의 지난 4분기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8% 상승했지만 지난 7개 분기 중 성장률이 가장 낮았다. 지난해 1분기 262%였던 성장률은 2분기 122%, 3분기 94%, 4분기 78%로 꾸준히 둔화했다. 이전처럼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빅테크의 AI 인프라 비용 효율화는 올해 하반기 시설투자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현재 주가 수준은 12개월 선행 PER 기준 25배 수준으로 지난 5년(코로나 제외) 평균 36배 대비 현저하게 할인되어 있고 AI가 실적으로 증명되기 전 수준임을 감안하면 정상화 과정에서의 주가 회복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단기에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AI 수요 사이클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고가 칩인 블랙웰 양산으로 인한 수익성 하락, 미국 클라우드 공급자의 AI 시설투자 조정 가능성, 2년간 크게 높아져 버린 시장의 기대치 등을 이유로 당분간 엔비디아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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