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재판관 임기 자동연장
국민, 기각 시 발의자 책임
국민, 기각 시 발의자 책임
여야가 탄핵 정국의 규칙이 되는 헌법재판소법을 놓고 ‘창과 방패’의 입법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이 한창일 때 공세적 성격의 법안을 일제히 쏟아냈다면, 여당은 변론종결 후 선고기일이 임박해오자 방어용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는 모양새다. 여야는 특히 다음 달 18일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 임명 문제를 놓고도 법안 대결을 펼쳤다.
3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로 20건의 헌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총 13건을 발의했는데, 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12건이 집중됐다.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기일 지정이 예상보다 늦어지자 헌재법 개정을 통한 문·이 재판관의 임기 자동연장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정치적 교착 상태가 이어져 후임자 임명이 표류하면 헌재 기능이 사실상 마비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권향엽 민주당 의원은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은 채 재판관 임기가 만료된 경우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헌재법 개정안을 지난달 21일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복기왕 의원도 지난달 14일 후임자 미임명 시 기존 재판관 임기를 6개월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밖에 재판관 임명 거부를 제한하거나(박균택 의원), 헌재가 재판·수사 기록 제출을 요구할 경우 법원·검찰 등이 반드시 응하도록 하는 내용(이건태 의원)의 법안 등도 접수됐다.
국민의힘은 계엄 이후 헌재법 개정안을 7건 발의했는데,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이 마무리돼 가던 지난달 중순 이후 6건을 접수했다. 박대출 의원은 지난 25일 탄핵심판 기각·각하 시 소송비용을 탄핵소추를 발의한 정당들이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의 헌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은 “탄핵소추를 발의한 소속 의원 수에 비례해 정당들이 심판비용을 부담토록 해 탄핵소추의 남용을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엄태영 의원은 지난 24일 헌재의 절차적 흠결 논란을 부각하는 내용의 법안을 냈다. 엄 의원은 “헌재는 신속한 심리만을 강조하며 증거 법칙 적용이라는 대원칙을 무시한 채 오염되거나 잘못된 증거를 채택했다”고 지적했다.
재판관 임기 문제와 관련한 맞불 성격의 법안도 주목을 받았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1일 임기가 만료되거나 정년이 도래한 재판관은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은 경우에도 직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명시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김 의원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임기’는 ‘임무를 맡아보는 일정한 기간’으로, ‘정년’은 ‘직장에서 물러나도록 정한 나이’로 정의된다”며 “임기 만료나 정년 도래 후에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재판관 임기는 헌법으로 정해져 있고, 헌법 개정이 아닌 법률 개정으로는 바꿀 수 없다는 게 중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