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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 민주당 의원·우재준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소득보장 강화돼야" vs "더 내고 덜 받는 재정 안정"
"청년도 연금 혜택 봐" vs "청년들만 희생하는 구조"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남희(왼쪽 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우재준국민의힘 의원이 본보와 각각 인터뷰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지난 20일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인상을 골자로 한 '모수(母數)개혁안'이 여야 합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이뤄질 역대 세 번째 연금개혁의 핵심은 '더 내고 더 받는 것'으로 요약된다. 매달 내는 보험료율은 소득 대비 현행 9%에서 내년부터는 8년 동안 해마다 0.5%포인트씩 13%까지 올라간다. 연금액이 연금 가입자의 생애평균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소득대체율은 당초 2028년 40%까지 낮아질 예정이었으나, 내년부터 43%로 상향돼 고정된다.

여야 지도부는 연금개혁을 위한 첫발을 뗐다는 데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실제로 개혁안이 시행되면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은 오는 2055년에서 2064년으로 9년 늦춰져 일단 급한 불을 끌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모처럼 국회와 정치권이 국민으로부터 칭찬받을 일을 해냈다. 양보와 타협으로 큰 개혁안을 끌어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역시 "대한민국 연금제도가 보다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래 세대에만 과도한 부담을 안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3040세대' 여야 의원 8명은 지난 23일 '국민연금은 더 지속 가능해야 하고 모두에게 공정해야 한다'는 제목의 공동 회견문을 발표하면서 이번 연금개혁안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개혁안 국회 표결 당시 재석 277명 중 약 30%인 84명의 의원이 기권·반대표를 던졌고, '3040 의원' 40명 중 절반가량인 19명이 기권 또는 반대했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처럼 엇갈린 시선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연금개혁안 여야 협상의 실무를 주도한 '소득보장파' 김남희 민주당 의원과, 3040세대로서 개혁안에 반대 목소리를 낸 '재정안정파'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소속인 두 의원을 각각 만나 상반된 주장의 논거를 직접 들어봤다.

與 "더 내고 덜 받아야", 野 "소득보장 강화 필수"

연금개혁, 국민연금 보험료·수급액 추계. 그래픽=강준구 기자


-이번 연금 개혁에 대해 평가하자면.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이하 우)=받아야 될 사람들이 더 적게 받게 하고, 내야 할 사람들이 더 내게 만드는 건 참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고통스러운 일을 해내야 하는 게 개혁이다. 이번 연금개혁으로 내야 할 사람들이 더 내게 만든 부분은 성과일 수 있지만, 받는 사람도 더 받게 돼 반쪽짜리 개혁이 됐다. '
기금 고갈'이라는 국가적 과제 앞에서 청년세대만 희생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 버려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김남희 민주당 의원(이하 김)=지난 21대 국회 공론화위원회에서 시민들은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선택했다.
이에 '재정 지속 가능성'과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상충되는 목표들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 그래서 여야가 함께 조율해 나가면서 타협점을 찾은 결과가 이번 개혁안이다. 시민들이 원했던 안(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에 비해선 아쉬울 수 있으나 연금개혁의 두 가지 목표를 어느정도 절충하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이상적인 연금 개혁 방향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10여 년간 연금 관련 활동을 하면서, 모든 사람이 존엄한 노후를 연금으로 보장받을 수 있느냐가 전체 세대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인 빈곤율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속 가능성'도 중요하지만 소득 보장성을 강화하는 게 꼭 필요하다.
따라서 보험료만으로 연금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연금에 국고를 투입하는 방안 등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핵심은 '더 내고 덜 받자'가 돼야 한다. 소득대체율을 일률적으로 줄이자는 것이 아니다. 덜 받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기성세대 중에서도 노후 준비가 잘 된 분이 있을 것이다.
이런 분들은 연금액도 높기에 '받는 연금' 상한을 내리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 또 현재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0대 중반인데 사실상 노인으로 보기 어려운 나이대다. 그렇다면
연금 개시 연령을 70대로 미룬다든지, 60대에 받더라도 조금 덜 받고 70대부터 더 받게끔 설계한다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 세대, 연금개혁에 왜 불안감 느끼나

국민연금 개혁 대응 전국 대학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합의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합뉴스


-청년들 사이에선 "국민연금을 없애자"는 의견까지 나오는 등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
청년들이 불만을 가지는 것은 '우리만 희생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 인구 구조 변화로 청년세대도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희생에는 동의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자신들의 노력이 무의미하지 않길 바란다. 미래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고 싶은데, 이를 위해 '우리가 희생하는 만큼 기성세대도 희생해 달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으로 소득대체율을 오히려 올려 버렸다. 이것은 분노를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대 착취'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청년세대는 '내는 사람은 줄고 받는 사람은 많아지는' 인구 구조 변화로 자신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될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오히려 그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국민연금이 필요하다. 연금이 없다면 '노인들만 많고 청년은 없는' 미래 사회에서 노인들은 어떻게 먹고 사나.
결국 노인들의 삶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복지 제도가 운영돼야 하는데, 기초연금처럼 그때그때마다 청년한테 걷어서 노인들을 먹여 살리면 그때는 훨씬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
. 문제는 인구 구조 변화인 것이지, 국민연금이 아니다. '국민연금을 없애자'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민연금을 냈는데도 미래에 연금을 못 받을지 모른다'는 게 청년들의 우려다.
'연금개혁은 국가적 폰지 사기'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이번 개혁안에는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 보장 의무화'가 명문화됐다.


김='연금이 고갈돼 나는 못 받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 등은 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금 기금 소진과 연금을 못 받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다른 나라들은 연금 기금을 1,000조 원씩 쌓아 놓지 않고, 그때그때 보험료를 걷거나 조세를 투입해 연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국가와 국민의 약속이기에 기금이 없다고 해서 연금을 못 받게 되는 게 절대 아니다. 오히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더 많이 내고 더 적게 받는' 안이 청년세대의 연금을 깎는, 청년에게는 훨씬 불리한 시나리오다.

우=폰지 사기가 맞다. 기성세대가 양보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미래의 연금 고갈을 세금이든 기금이든, 다른 방법으로 보완해 연금 지급을 보장하겠다고 하는데 어차피 그 돈도 내야 될 사람들이 다른 형태로 낸 돈일 뿐이다. 연금은 단순하게 생각해야 한다. 받을 사람이 줄지 않으면 나머지 대안들은 다 눈속임이다.

-노동 시장 유연화 등에 따라 연금을 '내는 기간'과 '받는 기간'에 대한 재정의도 필요해 보인다.


우=이제 세대를 '은퇴 전 일하는 시기'와 '은퇴 후 시기', 두 가지로 나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기대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60대를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①60대 이전 일하는 시기 ②60, 70대 쉬엄쉬엄 일하는 시기 ③70대 중반 이후 완전 은퇴 시기, 이렇게 세 단계로 나눠도 된다고 본다. ②와 같은 '전기(前期) 노인' 세대는 젊었을 때보다 일을 적게 하며 부족한 수익 부분은 연금에서 충당하는 방식으로 전개하면 어떨까 싶다.

김=기대 수명 증가와 함께 노인들도 더 오래 일하고 싶은 욕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내는 기간'이 줄어들면 '받는 돈'도 줄어든다. 그러면 노후 보장이 안 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저소득 가입자 지원 제도나 출산·군 복무 크레디트를 통해 가입자의 연금 가입 기간을 늘릴 수 있는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세대 간 갈라치기 말아야" 한목소리

우원식(가운데) 국회의장과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금개혁 관련 여야 합의문 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연금개혁 관련 세대 간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정치권이나 기성세대, 청년세대에 주문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우=정치권, 특히 민주당은 반성해야 한다. 특정 세대만 모든 고통을 부담하도록 세대 간 갈라치기를 했다. 지금이라도 기성세대의 양보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 세대 간 갈등을 줄여야 한다. 이는 기성세대도 원하는 방법일 것이다.
기성세대도 당장 받는 돈이 줄어드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지만, 청년들이 '더 내야 한다'는 걸 수용할 수 있는 것처럼 기성세대 역시 '덜 받아야 한다'는 데 동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적 위기에서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며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는 저력이 있는 나라다. 끝으로 청년세대는 이번 개혁을 기억해 줬으면 한다. 야당이 청년세대를 사실상 무시했기에, 청년들은 이 점을 기억하고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민주당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게 나라가 올바른 길을 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김=정치권이 연금 문제를 '세대 갈등'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왜곡한다. 국민연금 제도가 약화되면 그 피해는 청년들에게 더 크게 미친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나빠지지 않도록 해야 하고, 세대 간 대결로는 접근하지 않는 게 필요하다.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삶도 분리되는 것이 아니다. 존엄한 노후가 보장되지 않으면 가난한 조부모나 부모를 둔 청년의 삶은 더 망가진다.
나의 이해관계와 부모의 이해관계가 충돌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세대 간·계층 간 연대를 통해 연금개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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