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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비영어 TV쇼 글로벌 1위
제목에 '귤' 넣고 '개점복' 운율 살려
"마음 따뜻해진다" "명작" "눈물 나"
보편적 정서에 해외서도 호평받아
'폭싹 속았수다'의 오애순(아이유).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다. 192개국에서 공개된 드라마는 지난 7일 공개 직후부터 4막이 공개되기 전인 27일까지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다. 브라질, 콜롬비아, 베트남, 터키 등 42개국에서도 인기 순위 10위권에 들었다.

전 세계 시청자들의 호평도 쏟아졌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어떻게 이 짧은 드라마에 3대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냈는지 모르겠다"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중 가장 인상적이다" 등의 평이 가득하다. 넷플릭스 공식 유튜브에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heartwarming)" "명작(masterpiece)" 등이 주요 키워드로 언급됐다.

애순(문소리)이 딸 금명(아이유)의 대학 합격 통지서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1960년부터 제주를 배경으로 3대에 걸친 여성 서사를 다룬 한국 드라마가 어떻게 해외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드렸을까. 똑똑하지만 가난하고 여성이어서 차별받는 주인공 오애순(아이유)의 삶은 여성이 감내해야 했던 부조리한 한국의 가부장제를 잘 보여준다. "귀신이 씌였다"며 손주 며느리에게 팥을 뿌리거나, 길 가다 애국가가 나오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장면은 한국인이 아니면 쉽게 공감하기 어렵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제주 방언 등 언어의 장벽도 높다.

영어판 '인생이 당신에게 귤을 건넬 때'

'폭싹 속았수다'에서 어린 애순이 쓴 동시 '개점복'.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는 언어의 장벽부터 깨부쉈다. 제목 '폭싹 속았수다'는 '정말 수고했다'는 뜻의 제주 방언. 하지만 외국인에겐 낯설다. 이에 각국의 속담과 관용구 등을 활용해 드라마의 의미를 부각할 수 있는 제목으로 바꿨다.

미국 등 영어판 제목은 '인생이 당신에게 귤을 건넬 때(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말라는 미국 속담 '삶이 레몬을 건네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를 변용했다. 대신 한국을 알리기 위해 레몬 대신 제주의 귤(Tangerines)을 넣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수고했다'는 말은 외국에선 잘 쓰지 않는 표현이라 적절한 번역이 없었다"며 "'어려움과 시련에도 무사히 잘 살아냈다'는 작품의 메시지를 살리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태국판 제목은 '귤이 달지 않은 날에도 웃자'이다. 대만에서는 '고진감래(苦盡甘來·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를 제목으로 달았다. 원래 한 자인 '달 감(甘)' 대신 '귤 감(柑)'으로 썼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한국 콘텐츠가 각국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게 그들의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고려해 지었다"고 덧붙였다.

첫딸 금명이를 안고 웃고 있는 관식(박보검).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대사 번역에도 공을 들였다. 어린 애순이 쓴 동시 '개점복'에서 반복되는 '점복'의 운율까지 살려냈다. 영어판에서는 문장 끝마다 '에이[eɪ]'라는 발음이 연속된다. 'Abalone every day(허구언날 점복 점복)/ Abalone when it’s stormy and gray(태풍 와도 점복 점복)/ Abalone over her daughter I’d say(딸보다도 점복 점복)'처럼 문장 끝에 '데이' '그레이' '세이'를 넣는 식이다.

또 'Your daughter worries, starts to fret(똘래미 속 다 타다룩)/ Canthing no abalones makes Mom sweat(내 어망 속 태우는 고놈의 개점복)'에선 '플렛' '스웻'처럼 문장 끝에 '엣[et]'이라는 발음이 연속으로 오게 해 운율을 살렸다.

"인류 보편 정서" "주체적 여성상" 공감 커

애순(아이유)과 관식(박보검) 부부와 아이들. 넷플릭스 제공


무엇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가족의 의미 등 드라마가 전하는 보편적 정서가 전 세계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남녀의 지고지순한 사랑, 가난과 차별을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부모의 헌신, 부모를 이해하는 자식의 성장, 부조리한 사회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가족의 사랑 등 드라마가 전하는 감동은 국경을 초월한다. 해외 SNS에는 "'살면 살아진다'는 엄마의 말이 눈물 난다" "우리 아빠가 생각나서 오래 울었다" "사랑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등 반응이 이어졌다.

엄마(염혜란)와 애순. 넷플릭스 제공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드라마에는 국가를 불문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가족의 서사가 담겨 있다"며 "특히 세대를 넘나드는 모녀의 서사를 통해 요즘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많은 시련에도 특유의 요망한 성격을 보여주는 애순의 주체적 여성상이 세계적인 호응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유승철 이화여대 교수는 "지역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포착한 작품"이라며 "한국적인 소재라도 진정성 있는 연출을 통해 보편적 감정으로 확장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각국 정서와 문화에 맞게 드라마 제목을 바꾸고 대사를 번역해 문화적 장벽을 뛰어넘었다"며 "향후 국내 콘텐츠를 제작할 때도 참고하면 좋을 사례"라고 평가했다.

'폭싹 속았수다' 4막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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