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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계속 유럽에 달러 공급할까'
ECB 관계자 등 비공식 논의 알려져
달러 공급망 무기화에 대한 우려 반영
도이체방크 “우려만으로 탈달러 가속화”
군사 안보 외 금융 분야의 안보를 미국의 달러 공급 시스템에 의존해도 되는지에 대한 유럽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유럽연합(EU)이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을 개선하고 나선 가운데, 미국의 달러 공급을 전제로 돌아가는 유럽의 금융 시스템도 불안 요인이라는 내부 검토가 시작됐다.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가 정치경제적 목적을 위해 유럽에 대한 달러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미국에 대한 유럽의 신뢰가 어느 수준까지 감소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도이체방크는 동맹국에서 이런 우려가 고개를 드는 것 만으로 2차 대전 이후 가장 큰 탈달러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8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과 현지 투자은행(IB) 등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세계 주요국에 운영하는 상설 스왑라인(swap line)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으로 점차 중단될 수 있는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

연준의 스왑라인은 비상용 달러 공급망이다. 금융불안으로 주요국 금융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때 연준이 현지 중앙은행에 달러를 직접 공급해 금융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위한 시스템이다. 현재 연준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은행, 스위스중앙은행, 캐나다은행, 일본은행과 상설 스왑라인을 마련해두고 있다. 2020년 팬데믹 당시 한국은행도 임시로 연준과 스왑라인을 개통한 바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ECB와 유럽연합(EU)의 은행감독당국의 고위 관계자들은 최근 비공식 논의를 통해 미국 정부가 연준에 달러 공급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시나리오를 논의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유럽이 연준의 공급망 외에 대안을 찾을 수 있을지 시뮬레이션하거나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사안에 정통한 두 관계자는 로이터에 말했다. 일부 관계자는 해당 문제가 실무 그룹에서 논의 되고 있으며 유럽이 연준의 공급망에 의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곧 공식적인 논의로 제기될 수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논의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정책들로 인해 미국 정부에 대한 (유럽의) 신뢰가 흔들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유럽에 제공하던 안보 우산을 걷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아울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협상에서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제외하고 러시아부터 대화하는 등 유럽 안보 불안감을 자극했다. 지난달 집권 2기 첫 백악관 각료회의에서는 EU를 두고 “미국을 뜯어먹는 게 목적인 조직”이라는 수위 높은 발언을 하기도 했다.

JD밴스 부통령도 미국이 후티를 공격해 수에즈 운하 해상로가 보호될 경우 유럽이 이득을 얻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유럽을 또 구제하기는 싫다”며 적개심을 드러냈다. 그가 28일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찾는 행보도 유럽에서는 일종의 점령을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이탈리아 국제문제연구소(IAI)의 나탈리 토치 소장은 뉴욕타임스(NYT)에 “예전 같은 대서양 동반자 관계는 끝났다”고 말했다.

이번 논의가 실제 연준 내에서 통화 스왑을 축소하려는 징후가 없음에도 진행된 것은 이때문이다. 회의 참가자들은 연준이 달러 공급망을 조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추후 이와 관련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도이체방크도 최근 보고서에서 설득이나 인사 등의 조치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에 통화 스왑 축소를 간접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고 썼다. 다만 미국이 연준의 달러 공급 시스템을 일종의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기 위해 위기에 바진 국가에 달러 지원을 보류할 경우 그 여파는 미국에 더욱 부정적이라고 봤다. 세계 각국이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불시에 대량 매각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지 사라벨로스 외환리서치 책임자는 “최종 대출자라는 연준의 역할에 대한 의심은 다른 국가들이 미국 금융시스템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달러공급망에 대한 동맹의 우려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라벨로스 책임자는 “이런 우려가 서방 동맹국 사이에 만연한다면 이는 세계대전 이후 세계 금융구조가 형성된 이후 가장 중요한 세계적 탈달러화 추세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통화정책의 권위자인 배리 아이켄그린은 역사적으로 동맹국들은 서로의 통화를 준비금으로 보유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서구 여러 나라가) 미국이 등을 돌렸다고 생각한다면 달러의 역할은 손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달러의 운명은 미국 지도자들이 법치주의를 고수하는지,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는지, 그리고 외국 동맹에 대한 국가적 약속을 존중하려는 의지가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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