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돌아이’ 윤남노 디핀 셰프
호주청정우 홍보대사로도 활동
”호주 소의 매력은 진한 육향과 조화로운 감칠맛”
”요리 통해 선한 영향력 전달하고파”
한계에 도전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스스로가 그 한계를 시험한다면 말이다. 대개 이 정도면 됐다는 자기 합리화로 인해 중도에 그만두기 일쑤다. 물론 중간에 어려움도 있다. 좌절감을 겪지 않고 순탄하게 한계를 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지만 그 열매는 무엇보다 달다. 마라토너가 급한 숨을 몰아쉬다 환희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듯, 한계를 넘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짜릿할 것이다. 극한에 닿았을 때 느낄 수 있는 희열은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특권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말이다.
이와 같이 매번 한계에 도전하는 셰프가 있다. 바로 디핀의 윤남노 셰프다. 그가 요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 말의 무게가 느껴진다. 요리하는 그의 눈빛은 늘 순간에 몰입해 있다. 한 번의 실수도 용납이 안 되는 주방에서는 예민함이 곧 ‘선(善)’이다. 사소한 디테일에 집착해야 완벽에 가까운 접시가 나온다. 그래서일까, 그의 눈빛에는 날카로운 긴장감이 서려 있다.
사실 그가 그 과정을 ‘즐기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오히려 한때는 요리가 주는 즐거움을 외면하려 했던 적도 있었다. 주방 선배의 폭언과 폭력은 그의 손에서 잠시 조리 도구를 놓게 만들었다. 방황을 멈추게 한 건 동료들의 만류도 있었지만, 결국은 요리에 대한 자신의 열정이었다. 그는 더 깊이 음식을 배우고 싶어 호주로 유학을 떠났고, 여러 경연에서 상도 받았다.
그와 호주의 인연은 그것이 끝이 아녔다. 2023년 출장 차 다시 찾은 호주에서 그는 또 한 번 뜻밖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초원 위를 자유롭게 뛰노는 소들을 마주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요리사로서 ‘재료’로만 여겼던 소가 처음으로 하나의 생명체로 다가온 것이다. 정적인 존재에서 동적인 존재로. 그 작지만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는 이후 그의 요리에 커다란 전환점을 남겼다.
호주 소의 풍미를 알리기 위해 윤남노 셰프는 ‘호주청정우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또 운영 중인 디핀의 메인 메뉴에서도 그 매력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토시살을 구좌 당근, 쳐빌 등과 곁들인 메뉴가 그러하다.
먼저 잘 익힌 고기를 한 점 썰어 소스에 푹 찍어 먹으면 먼저 소 특유의 육향이 입안에 강렬히 퍼진다. 이어 겨자가 톡 치고 들어와 씹을수록 맛이 중화된다. 소스 역시 소의 감칠맛이 충분히 담겨 있다. 소의 기름과 닭 육수 등을 섞어 다소 부족할 수 있는 기름짐을 보충했다. 또 소스 내 우려낸 홍고추, 향신료들이 입안에 남은 고기의 잔존감을 씻어 내려 준다. 육향이 보다 강하기에 카베르네 소비뇽과 같은 와인을 곁들이면 궁합이 좋다.
그는 딱히 정해둔 목표는 없지만 요리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고 했다. 기부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기쁨이 요리가 주는 것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호주 청정우의 매력도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그가 초원을 뛰노는 소를 보고 신비로운 감정을 느꼈듯이, 고객들도 한번 맛보면 만족할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디핀을 운영하고 있는 윤남노다. 호주청정우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디핀은 총 3개 업장이 있는데, 한 곳씩 돌아다니며 일하고 있다. 디핀은 일본 요리와 프랑스식을 결합한 ‘재패니즈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디핀은 어떤 곳인가.
“사실 신당에 있는 것도 나름 이유가 있다. 일본을 가게 되면 허름한 골목에도 ‘힘 있는’ 식당이 있는데, 한국에서도 그런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화려한 요리는 아닐지어도 누구나 편하게 찾는 에너지 넘치는 식당 말이다.”
―디핀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 궁금하다.
“우리는 와인 바이기 때문에 술과 함께 즐기면 좋다. 또 호주청정우를 사용하고 있는데, 까베르네 소비뇽과 같은 적포도주와 잘 어울린다.”
―호주청정우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인연이 생각보다 깊다. 대학교 1학년, 호주청정우에서 주관한 요리 경연에서 입상한 기억도 있다. 또 개인적인 슬럼프를 겪었던 2015년에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기도 했다. 특히 강렬했던 기억은 2023년 퀸즐랜드 쪽으로 출장을 갔을 때 있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내게 소는 ‘소고기’의 재료의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자유롭게 뛰어노는 소를 볼 수 있었다.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서 믿음도 갔다.”
―호주청정우의 매력은 무엇인가.
“목축육의 경우 고기 안에서 풀의 향이 난다. 또 한우와 미국소의 장점을 두루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우는 고소한 마블링(지방)이 장점이고, 미국은 고기의 풍부한 맛이 뛰어난데, 호주청정우는 둘 다 갖고 있다. 방목 환경에 따라 마블링이 많이 차냐, 풀 향의 강도가 차이는 있다.”
―이를 이용한 메뉴들이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호불호를 탈만한 부위를 좋아한다. 곱창, 우설, 내장 등의 향이 강한 부위를 선호하는데, 그런 재료들로 시도를 많이 했었다. 보섭살, 설깃머리 등으로 만든 스테이크는 매력적이다. 잘 구우면 안심의 부드러움과 등심의 씹는 맛을 둘 다 느낄 수 있다. 또 유럽 스타일의 육사시미도 있다.”
―집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다.
“8~9년 전엔 자주 안 쓰던 부위인 보섭살이 이제 많이 알려져서 슬프다. 들어오는 양이 적기에 업장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농담이다 (웃음). 사실 육사시미 스타일로 얇게 썬 후 올리브오일, 치즈 등을 갈아서 먹는 것이 개인적으로 제일 맛있다. 한국적으로 먹고 싶으면 저당 고추장 2, 설탕 1의 비율 그리고 적당량의 미림이나 정종 섞어서 양념장을 만들어도 좋다. 스키야키로도 좋다. 얇게 썬 소고기에 간장, 설탕, 미림 등을 비율 맞춰서 넣고 끓이면 끝이다.”
―인간 윤남노와 셰프 윤남노는 어떻게 다른가.
“MBTI로 설명하면 빠르다. 인간 윤남노는 ESFP다. 그러나 주방으로 가게 되면 계획적이고 냉철한 모습이 강한 TJ가 된다. 주방에서는 계획을 꼼꼼히 세워야 한다. 또 어쩔 수 없이 혼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괴롭다. 우리 식구들이 다 소중한 존재이니 말이다. 그러나 손님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더 싫기에 자발적인 빌런(악당)이 되려 한다.”
―요리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
“주방에서 일하는 파수꾼이 되고 싶다. 제철 재료를 정직하게 사용하고, 비싼 재료를 손님에게 싸게 주는 사람. 만약 킬로그램 당 5만원의 소가 있다고 하면 그 가격을 주지 않고 더 싸게 받으려 노력한다. 분명 유쾌한 작업은 아니지만 내가 이렇게 해야 업장에서의 소비자 가격도 같이 내려간다.”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셰프가 되고 싶다, 이런 마음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생존을 고민하다 보니 택하게 됐다. 어릴 적 어머님이 조그마한 냉면집을 했는데, 몸이 안 좋으셨다. 그러다 보니 내가 맡아서 운영하게 됐었다. 오이, 면 등 매일 똑같은 재료만 쓰다 보니 지겨웠는데, 다른 요리를 배우면 재밌지 않을까 해서 다른 것들도 배우게 됐다. 근데, 더 깊이 공부할수록 요리가 재밌더라.”
―윤남노에게 요리란 어떤 의미인가.
“유일하게 집중하는 시간이다. 밖에서는 천장 바라는 거 좋아하고 딴 생각도 많이 한다. 요리에는 모든 단계에서 집중해야 한다. 요리에 대해 진심인 사람이라면 모두 그럴 것이다. 가령 김을 굽는다 할 때에도 몇 초만 놓치면 김이 다 탈 수 있다. 제일 신경 쓰는 것은 소스다. 금액 단가가 매우 높다. 고급 꼬냑 등이 들어가면 소스 하나에 단가가 100만원이 넘어갈 때도 있다.”
―제일 좋아하는 요리는 무엇인가.
“너무 많다. 평양냉면도 사랑하고 초밥도 좋다. 소고기도 마찬가지다. 소스는 사바용, 낭투아 소스 등을 좋아한다. 낭투아 소스는 랍스타 머리로 끓여 낸 크림소스라고 보면 된다. 고기, 해산물 다 좋아한다. 또 고기는 고기답게, 해산물은 해산물의 매력이 더 느껴지는 요리를 좋아한다. 가령 소고기엔 소 뼈를 우려낸 소스를 사용하는 것 말이다. 도미 역시 살은 스테이크로 만들고 남은 뼈를 우려서 활용하면 원재료의 맛을 더 느낄 수 있다.”
―인생을 하나의 요리에 빗대 설명하자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추상적이긴 하나, 난 끓는 요리들을 좋아한다. 그 소리도 잘 들어보면 다르다. 된장찌개, 부대찌개 다 각자의 소리가 있다. 점도에 따라서 보글보글, 부글부글 등 말이다. 팔팔 끓는 뜨거운 요리는 겉보기엔 공격적으로 보일 수 있는 데, 먹어보면 부드러움도 느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어니언 수프와 나는 좀 닮은 것 같다. (웃음)”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한다면.
“업장을 찾아줘서 고맙다. 예약이 아직도 어렵다고 들었다. 거품이 좀 빠지더라도 자주 이용해 달라. 주방에는 항상 있고 싶다. 재밌는 요리를 해주려 노력하겠다.”
호주청정우 홍보대사로도 활동
”호주 소의 매력은 진한 육향과 조화로운 감칠맛”
”요리 통해 선한 영향력 전달하고파”
디핀 옥수에서 윤남노 셰프가 요리를 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한계에 도전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스스로가 그 한계를 시험한다면 말이다. 대개 이 정도면 됐다는 자기 합리화로 인해 중도에 그만두기 일쑤다. 물론 중간에 어려움도 있다. 좌절감을 겪지 않고 순탄하게 한계를 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지만 그 열매는 무엇보다 달다. 마라토너가 급한 숨을 몰아쉬다 환희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듯, 한계를 넘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짜릿할 것이다. 극한에 닿았을 때 느낄 수 있는 희열은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특권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말이다.
이와 같이 매번 한계에 도전하는 셰프가 있다. 바로 디핀의 윤남노 셰프다. 그가 요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 말의 무게가 느껴진다. 요리하는 그의 눈빛은 늘 순간에 몰입해 있다. 한 번의 실수도 용납이 안 되는 주방에서는 예민함이 곧 ‘선(善)’이다. 사소한 디테일에 집착해야 완벽에 가까운 접시가 나온다. 그래서일까, 그의 눈빛에는 날카로운 긴장감이 서려 있다.
사실 그가 그 과정을 ‘즐기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오히려 한때는 요리가 주는 즐거움을 외면하려 했던 적도 있었다. 주방 선배의 폭언과 폭력은 그의 손에서 잠시 조리 도구를 놓게 만들었다. 방황을 멈추게 한 건 동료들의 만류도 있었지만, 결국은 요리에 대한 자신의 열정이었다. 그는 더 깊이 음식을 배우고 싶어 호주로 유학을 떠났고, 여러 경연에서 상도 받았다.
그와 호주의 인연은 그것이 끝이 아녔다. 2023년 출장 차 다시 찾은 호주에서 그는 또 한 번 뜻밖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초원 위를 자유롭게 뛰노는 소들을 마주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요리사로서 ‘재료’로만 여겼던 소가 처음으로 하나의 생명체로 다가온 것이다. 정적인 존재에서 동적인 존재로. 그 작지만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는 이후 그의 요리에 커다란 전환점을 남겼다.
디핀 옥수에서 윤남노 셰프가 만든 고기 요리. 호주청정우와 함께 구좌 당근, 처빌 등을 활용했다. /장련성 기자
호주 소의 풍미를 알리기 위해 윤남노 셰프는 ‘호주청정우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또 운영 중인 디핀의 메인 메뉴에서도 그 매력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토시살을 구좌 당근, 쳐빌 등과 곁들인 메뉴가 그러하다.
먼저 잘 익힌 고기를 한 점 썰어 소스에 푹 찍어 먹으면 먼저 소 특유의 육향이 입안에 강렬히 퍼진다. 이어 겨자가 톡 치고 들어와 씹을수록 맛이 중화된다. 소스 역시 소의 감칠맛이 충분히 담겨 있다. 소의 기름과 닭 육수 등을 섞어 다소 부족할 수 있는 기름짐을 보충했다. 또 소스 내 우려낸 홍고추, 향신료들이 입안에 남은 고기의 잔존감을 씻어 내려 준다. 육향이 보다 강하기에 카베르네 소비뇽과 같은 와인을 곁들이면 궁합이 좋다.
그는 딱히 정해둔 목표는 없지만 요리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고 했다. 기부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기쁨이 요리가 주는 것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호주 청정우의 매력도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그가 초원을 뛰노는 소를 보고 신비로운 감정을 느꼈듯이, 고객들도 한번 맛보면 만족할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디핀을 운영하고 있는 윤남노다. 호주청정우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디핀은 총 3개 업장이 있는데, 한 곳씩 돌아다니며 일하고 있다. 디핀은 일본 요리와 프랑스식을 결합한 ‘재패니즈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디핀은 어떤 곳인가.
“사실 신당에 있는 것도 나름 이유가 있다. 일본을 가게 되면 허름한 골목에도 ‘힘 있는’ 식당이 있는데, 한국에서도 그런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화려한 요리는 아닐지어도 누구나 편하게 찾는 에너지 넘치는 식당 말이다.”
―디핀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 궁금하다.
“우리는 와인 바이기 때문에 술과 함께 즐기면 좋다. 또 호주청정우를 사용하고 있는데, 까베르네 소비뇽과 같은 적포도주와 잘 어울린다.”
디핀 옥수에서 사용하는 호주청정우. 윤남노 셰프는 호주청정우는 한우와 미국소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했다. /장련성 기자
―호주청정우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인연이 생각보다 깊다. 대학교 1학년, 호주청정우에서 주관한 요리 경연에서 입상한 기억도 있다. 또 개인적인 슬럼프를 겪었던 2015년에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기도 했다. 특히 강렬했던 기억은 2023년 퀸즐랜드 쪽으로 출장을 갔을 때 있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내게 소는 ‘소고기’의 재료의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자유롭게 뛰어노는 소를 볼 수 있었다.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서 믿음도 갔다.”
―호주청정우의 매력은 무엇인가.
“목축육의 경우 고기 안에서 풀의 향이 난다. 또 한우와 미국소의 장점을 두루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우는 고소한 마블링(지방)이 장점이고, 미국은 고기의 풍부한 맛이 뛰어난데, 호주청정우는 둘 다 갖고 있다. 방목 환경에 따라 마블링이 많이 차냐, 풀 향의 강도가 차이는 있다.”
―이를 이용한 메뉴들이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호불호를 탈만한 부위를 좋아한다. 곱창, 우설, 내장 등의 향이 강한 부위를 선호하는데, 그런 재료들로 시도를 많이 했었다. 보섭살, 설깃머리 등으로 만든 스테이크는 매력적이다. 잘 구우면 안심의 부드러움과 등심의 씹는 맛을 둘 다 느낄 수 있다. 또 유럽 스타일의 육사시미도 있다.”
―집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다.
“8~9년 전엔 자주 안 쓰던 부위인 보섭살이 이제 많이 알려져서 슬프다. 들어오는 양이 적기에 업장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농담이다 (웃음). 사실 육사시미 스타일로 얇게 썬 후 올리브오일, 치즈 등을 갈아서 먹는 것이 개인적으로 제일 맛있다. 한국적으로 먹고 싶으면 저당 고추장 2, 설탕 1의 비율 그리고 적당량의 미림이나 정종 섞어서 양념장을 만들어도 좋다. 스키야키로도 좋다. 얇게 썬 소고기에 간장, 설탕, 미림 등을 비율 맞춰서 넣고 끓이면 끝이다.”
―인간 윤남노와 셰프 윤남노는 어떻게 다른가.
“MBTI로 설명하면 빠르다. 인간 윤남노는 ESFP다. 그러나 주방으로 가게 되면 계획적이고 냉철한 모습이 강한 TJ가 된다. 주방에서는 계획을 꼼꼼히 세워야 한다. 또 어쩔 수 없이 혼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괴롭다. 우리 식구들이 다 소중한 존재이니 말이다. 그러나 손님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더 싫기에 자발적인 빌런(악당)이 되려 한다.”
―요리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
“주방에서 일하는 파수꾼이 되고 싶다. 제철 재료를 정직하게 사용하고, 비싼 재료를 손님에게 싸게 주는 사람. 만약 킬로그램 당 5만원의 소가 있다고 하면 그 가격을 주지 않고 더 싸게 받으려 노력한다. 분명 유쾌한 작업은 아니지만 내가 이렇게 해야 업장에서의 소비자 가격도 같이 내려간다.”
서울 성동구 디핀 옥수에서 윤남노 셰프가 요리를 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셰프가 되고 싶다, 이런 마음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생존을 고민하다 보니 택하게 됐다. 어릴 적 어머님이 조그마한 냉면집을 했는데, 몸이 안 좋으셨다. 그러다 보니 내가 맡아서 운영하게 됐었다. 오이, 면 등 매일 똑같은 재료만 쓰다 보니 지겨웠는데, 다른 요리를 배우면 재밌지 않을까 해서 다른 것들도 배우게 됐다. 근데, 더 깊이 공부할수록 요리가 재밌더라.”
―윤남노에게 요리란 어떤 의미인가.
“유일하게 집중하는 시간이다. 밖에서는 천장 바라는 거 좋아하고 딴 생각도 많이 한다. 요리에는 모든 단계에서 집중해야 한다. 요리에 대해 진심인 사람이라면 모두 그럴 것이다. 가령 김을 굽는다 할 때에도 몇 초만 놓치면 김이 다 탈 수 있다. 제일 신경 쓰는 것은 소스다. 금액 단가가 매우 높다. 고급 꼬냑 등이 들어가면 소스 하나에 단가가 100만원이 넘어갈 때도 있다.”
윤남노 셰프가 호주청정우로 만든 스테이크 요리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진한 육향 사이 달콤짭짤한 소스가 올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장련성 기자
―제일 좋아하는 요리는 무엇인가.
“너무 많다. 평양냉면도 사랑하고 초밥도 좋다. 소고기도 마찬가지다. 소스는 사바용, 낭투아 소스 등을 좋아한다. 낭투아 소스는 랍스타 머리로 끓여 낸 크림소스라고 보면 된다. 고기, 해산물 다 좋아한다. 또 고기는 고기답게, 해산물은 해산물의 매력이 더 느껴지는 요리를 좋아한다. 가령 소고기엔 소 뼈를 우려낸 소스를 사용하는 것 말이다. 도미 역시 살은 스테이크로 만들고 남은 뼈를 우려서 활용하면 원재료의 맛을 더 느낄 수 있다.”
―인생을 하나의 요리에 빗대 설명하자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추상적이긴 하나, 난 끓는 요리들을 좋아한다. 그 소리도 잘 들어보면 다르다. 된장찌개, 부대찌개 다 각자의 소리가 있다. 점도에 따라서 보글보글, 부글부글 등 말이다. 팔팔 끓는 뜨거운 요리는 겉보기엔 공격적으로 보일 수 있는 데, 먹어보면 부드러움도 느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어니언 수프와 나는 좀 닮은 것 같다. (웃음)”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한다면.
“업장을 찾아줘서 고맙다. 예약이 아직도 어렵다고 들었다. 거품이 좀 빠지더라도 자주 이용해 달라. 주방에는 항상 있고 싶다. 재밌는 요리를 해주려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