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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진압·수용자 이송 동시 진행하며 사투
교도관 260여 명 투입에도 방화복은 6벌
청송 피해 커서 소방 출동 늦자 자체 대응
"자체 소방차·살수차라도 지원해줬으면"
25일 밤 경북 청송군 경북북부제2교도소 주벽 앞까지 산불이 번지자 교도관들이 불을 끄기 위해 소방호스를 옮기고 있다. 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여기 먼저 와주세요! 소화기!"


경북 의성에서 확산한 초대형 산불이 안동·청송·영덕 등지로 번지던 25일 밤, 청송군 경북북부제1·2·3교도소에도 비상이 걸렸다. 강풍을 따라 경북북부제2교도소(제2교도소) 철조망 앞까지 불이 번졌다. 교도관들은 저마다 소화기나 소화호스를 들고 교도소 외곽 화재 진압에 뛰어들었다. 방화복을 비롯한 보호 장비가 턱없이 부족해 대부분 근무복 차림에 머리엔 젖은 물수건을 둘렀다. 방진마스크와 보호 고글 사이로 숨을 들이쉴 때마다 매캐한 연기가 들어왔다.

당시 교도소 수용자가 대규모로 이송되면서 일손은 더욱 부족했다. 제2교도소엔 흉악범에 속하는 중경비수용 등급 처우 수형자가 많아 이송 시 철저한 계호가 필요하다는 점도 어려움을 키웠다. 교도관 260여 명을 화재 진압에 동원한 덕분에 인명 피해는 막을 수 있었지만 뿌듯함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당시 진화 작업에 투입된 교도관 A씨는 "교도소에 설치된 옥외소화전이나 소화 장비로 주변 불길을 잡는 건 쉽지 않다"며 "다음에 또 산불이 나면 무사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맨몸에 소화기 들고 산불 진압 나서

산불로 경북 청송군 경북북부제2교도소 철조망과 주벽 사이 잔디가 탄 모습. 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27일 법무부 교정본부에 따르면, 경북북부제1·2·3교도소가 보유한 방화복 및 산불진화복은 총 6벌에 불과하다. 이번 진화 작업에 260여 명이 투입됐지만 250명 이상은 평상복 차림이었다는 의미다. 유해 물질 필터링 기능이 있는 방독면도 충분치 않아 대부분 방진마스크로 충당했다. A씨는 "(교도관들이) 연기를 오래 흡입한 탓인지 기침, 가래가 계속 나온다"고 전했다.

교도소에 설치된 옥외소화전이나 보유한 진화 장비도 산불을 끄기엔 역부족이다. 제2교도소의 경우 옥외소화전은 24개뿐인데, 불길은 500명 규모 교도소의 주벽 전체를 둘러쌌기 때문이다. 제1·2·3 교도소를 합쳐 약 1,300개의 소화기가 있지만 실내 화재 진압용이라 발화점을 소화하거나 잔불을 끌 때만 효과가 있다. 실제로 교도소 정문인 광덕초소와 제2교도소 출입로 사이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교도관 수십 명이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지만 진압에 실패했다.

화재 당일 청송 전역이 불길에 휩싸이면서 소방 출동이 지연된 것도 피해를 키웠다. 제2교도소에선 초기 화재 진압에 실패한 25일 오후 6시 30분쯤 소방 출동을 요청했지만, 소방차는 4시간 30분 정도 지난 오후 11시에 도착했다. 그동안 교도관들은 소방훈련을 받은 대로 각자 구역을 나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소방차가 도착할 때까지 불길이 번지는 걸 막은 덕분에 인명피해 없이 상황은 종료됐다. 이송됐던 수용자들도 27일 오후에 대부분 환소했다.

교정시설용 소방장비 필요

25일 경북 청송군 경북북부제2교도소 근처 화재 진압에 투입됐던 교도관의 운동화. 교도관 대부분 일반 근무복과 운동화 차림으로 불을 껐다. 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기후변화로 산불이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교도관들은 자체 소방장비 확보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산림청이 1981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불 통계를 분석한 결과, 연간 발생일수와 건수는 증가 추세다. 교도소 대부분이 보안을 이유로 산속 등 외진 곳에 위치하고, 이번처럼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소방 출동이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어 자체 화재 진화력을 길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법무부에선 교정시설용 소방차 및 살수차를 마련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권역별 혹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대규모 교도소 중심으로 소방차량을 마련하고, 평시엔 주변 산불 진압을 지원하다 이번 같은 사태가 벌어지면 교도소 중심으로 동원하자는 것이다. 실제 교도소의 소방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미국에선 캘리포니아, 조지아 등 일부 주(州)들이 교도소 자체 소방서를 운영하며 소방차를 비롯한 전문 화재 진압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교도관에게만 의존해 대규모 산불을 막아내는 건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니다"라며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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