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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입장서 행간 파악한 1심과 달리
문장 단위로 문제 발언 쪼개 의미 해석
'표현의 자유' 강조한 대법원 판례 들어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 이익으로" 강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판단을 180도 뒤집은 항소심 법원은 허위사실공표죄 대상을 엄격히 제한한 뒤, 검찰이 문제 삼은 개별 발언의 취지를 세세히 분석했다. 앞뒤 맥락에 비춰 공소사실과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경우엔 '일반 유권자 시선'보다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사법절차의 대원칙에 근거해 유·무죄를 따졌다.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 최은정)는 이날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혐의 내용을 크게 5가지로 구분했다. 1심이 '김문기 몰랐다 발언'을 ①시장 재직 시엔 몰랐다. ②출장 중 같이 골프 치지 않았다. ③기소 후 알게 됐다 등으로 세분화한 것에 더해, 이 대표의 '백현동 답변'도 ④국토교통부로부터 혁신도시법상 의무 조항 요청을 받아 백현동 용도를 변경했다. ⑤직무유기로 협박 받았다 로 구분해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①, ③번을 별개 혐의로 볼 수 없다고 지적하며 "누군가를 알았다는 것은 '인식'에 관한 것이지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처벌 대상인 '행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1심에선 "몰랐다는 발언이 김 전 처장과 교유행위 일체를 부인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는데, 항소심에선 한 발 더 나아가, 이 대표 측 주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1·2심 관점의 차이는 ②번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1심은 "사진이 조작된 것이라고 말했을 뿐이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해당 사진이 찍힌 때 골프를 친 게 아니라는 의미"라는 이 대표 주장에 대해 "일반 선거인 입장에선, 출장 기간 중 (한 번이라도)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단 의미로 받아들이기 쉽다"며 배척했다. 유권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항소심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데도 공소사실에 부합하게만 해석하면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의 헌법적 의의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게 된다"며 1심과 달리 판단했다. 그러면서 "(1심처럼 판단하면)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 이익으로라는 원칙에도 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선 주자로서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적극 해명할 필요가 있었던 이 대표 상황을 헤아린 것이다.

여러 증거와 증인신문을 토대로 1심이 유죄로 인정한 백현동 발언 관련 ④, ⑤번을 두고도, 2심 법원은 이 대표 발언의 '속뜻'에 주목했다. 내용을 문장 단위로 끊어보면, 이 대표의 국감 답변을 ④번으로 압축하는 건 단편적 짜깁기에 가까워진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사 주장처럼 해석할 수 있다고 해도, 다른 해석의 여지를 배제한 채 공소사실로만 해석하는 건 대법원 판례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와 성남시가 주고받은 공문들을 종합하면, 한국식품연구원 용도변경은 "법률에 따른 국토부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란 이 대표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당시 백현동 용도 변경 문제는 국가 정책으로 확정됐다"며 "(백현동 로비스트였던) 김인섭씨가 징역 5년을 확정 받았지만, 이 대표가 개입했는지 여부는 인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법정에 출석한 다수 관계자가 입을 모아 "협박 받은 적은 없었다"고 증언해 뒤집힐 여지가 없어 보였던 ⑤번에서도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대법원 판례를 들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⑤번은 앞선 발언을 뒷받침하는 논거에 불과해, 선거인 판단을 그르칠 중요 부분이라고 볼 수 없다"며 "중요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될 땐 다소 차이가 있어도 허위로 볼 수 없다는 게 판례"라고 짚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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