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인근 골프장까지 번지는 상황에서도 캐디들에게 업무를 지시한 골프장에 대해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캐디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에게도 법적 ‘작업중지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8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는 성명을 내어 “25일 경북 안동에서 대형 산불이 골프장까지 번지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골프장 경기보조원인 캐디들은 근무를 멈출 수 없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특수고용노동자인 캐디가 노동자로서 기본적인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25일 자신을 안동 소재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라고 밝힌 한 남성은 온라인 게시판에 “골프장 주차장 앞산에서 불길이 활활 타올랐고, 연기와 재가 날리는 가운데서도 후반 라운드를 나가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가 공개한 영상에는 산불이 골프장 주차장 앞산에서 불길이 활활 치솟는 현장이 담겨 있었다.
이후 불길은 더욱 거세져 골프장에 가까워졌음에도 골프장 직원은 A씨에게 “빨리 후반 라운드에 들어가라”고 독촉했다고 전해졌다. 결국 A씨가 맡은 팀의 고객들은 “취소가 안 되면 그냥 가겠다”며 9홀만 치고 철수했지만 여전히 코스 안에는 많은 팀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A씨는 “휴장은커녕 취소도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아무리 돈이 중요해도 사람 목숨보다 우선일 수는 없다”고 골프장의 처사를 비판했다.
전국여성노조와 한국여성노동자회도 전날 성명을 통해 “노동자의 생명보다 영업이익을 우선시한 골프장의 탐욕이 극에 달했다”며 “특수고용노동자는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작업을 중단할 권리조차 갖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자가 급박한 위험 상황에서 불이익 없이 작업을 중단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은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52조)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조항은 캐디 등 특수고용노동자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산안법이 기본적으로는 적용 대상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한정한 뒤 특수고용노동자에 필요한 안전 보건 조처는 별도로 규정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