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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산불이 닷새째 이어진 26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천년고찰 고운사에서 스님들이 무너진 범종각과 가운루 등 누각을 바라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email protected]

국가소방동원령이 내려졌는데도 경북 의성 등 산불이 엿새째 멎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소방당국과 산림 당국은 진화 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진화 헬기가 추락하는 사고까지 벌어져 헬기 운항도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산불 현장에 불어닥치는 거센 바람과 험준한 지형 탓에 불길이 되살아나며 대형 화재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남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번지는 산불 가운데서도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되고 있는 의성 산불 진화율은 26일 68%로 집계됐다. 전날 낮 한때 진화율이 71%까지 올랐지만, 오후 불어닥친 강풍으로 불길이 다시 퍼지며 전날 저녁 8시 진화율이 도로 60%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화마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이유로는 초속 20m에 이르는 강풍이 꼽힌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바람 같은 외적 요인이 진화를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며 “오전에는 바람이 좀 잦아들어 집중적 진압을 하고, 오후에 바람이 다시 강해지면서 불이 되살아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초속 6m의 바람이 불면 무풍일 때보다 산불 확산 속도가 26배 빨라진다.

바람이 강해지면 사실상 유일한 진압 장비인 헬기 운항에도 문제가 생긴다. 헬기 자체가 바람에 약한 데다 연기가 차면 시야 확보에 장애가 생겨 산림 속 고압 철탑 등을 피하기 어려워지는 탓이다. 이날 의성 산불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하던 헬기 1대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지는 사고까지 벌어졌다. 게다가 최근 낮 최고 기온이 26도까지 상승하는 고온의 날씨가 지속한 탓에 나무와 낙엽이 바짝 말라 산불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험준한 산 지형 자체도 산불에 부채질을 한다. 경사가 심한 지역에서는 상승기류를 탄 산불이 경사면에 쉽게 옮겨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림청에 따르면 30도 정도의 급경사지에서는 평지에 견주어 최대 4배 빠르게 산불이 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번 산불이 주말을 넘기며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는 27일 낮에 경북 북부권에 비 소식이 예보됐지만 5∼10mm에 그쳐 산불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용재 경민대 교수(소방안전관리과)는 “현재 진압을 어렵게 하는 악조건은 다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 쉽게 꺼질 것 같지 않다”며 “게다가 벌써 수일간 산불이 이어지면서 진화대원들이 상당히 지쳐있을 것이라 상황이 희망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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