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입사 ‘샐러리맨 신화’
최근 경영위기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19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를 이끈 주역인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5일 별세했다. 향년 63세. 삼성전자에 따르면 한 부회장은 지난 22일 휴식 중 심정지가 발생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세상을 떠났다.
한 부회장은 TV 분야에만 30년 넘게 몸담은 TV 개발 전문가다. 신입사원으로 출발해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오르며 ‘샐러리맨 신화’를 썼다. 우직하게 노력하며 난관을 극복해 사내에서 ‘코뿔소’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한 부회장이 입사할 때만 해도 세계 TV 시장은 소니·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이 주도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006년 소니를 꺾고 글로벌 선두에 오른 뒤 줄곧 자리를 지켰다.
한 부회장은 2021년 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이듬해 3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을 맡아 TV, 생활가전, 스마트폰 등을 아우르는 사업부문을 총괄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는 DX부문장 산하에 신설된 ‘품질혁신위원회’ 위원장에도 위촉돼 품질 역량을 강화하는 중책도 맡았다. DX부문장에다 생활가전(DA)사업부장, 품질혁신위원장까지 ‘1인 3역’을 소화했다.
마지막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19일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였다. 주총 의장이었던 그는 “올해 반드시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가를 회복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중국 출장길에 올라 가전 전시회 ‘AWE 2025’를 방문했다. 26일 가전 신제품 공개행사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인공지능(AI) 홈’ 전략과 신제품 라인업을 소개할 예정이었다.
이재용 회장은 중국 현지 일정으로 직접 조문하지 못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유가족들에게 멀리서나마 깊은 위로와 애도의 마음을 표했다고 삼성전자는 전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임원들에게 ‘사즉생’의 각오를 주문할 정도로 위기인 상황에서 한 부회장의 별세로 경영 리더십에 공백이 생겼다.
2인 대표이사 체제이던 삼성전자는 한 부회장의 유고에 따라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장인 전영현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고 이날 공시했다.
외신들도 “중국 전자 브랜드의 부상으로 삼성의 시장 지배력이 위협받고, AI 메모리 경쟁이 심화하는 중요한 시점에 한 부회장이 세상을 떠났다”(블룸버그통신)며 한 부회장 별세 소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