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시행 첫날 반포 거래 ‘뚝’
규제 시행 주말에 급매 문의 많아
집주인 “급할 것 없어…기다리자” 분위기
규제 해제 후 기대감에 매물 거두고 가격 높여
24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A 공인중개소에 들어서니 한산한 모습이었다. “주말에는 전화통에 불이 났다”던 이 공인중개소의 대표는 “오늘은 전화가 한 통도 오지 않았다”면서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시행 첫날의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서초구는 서울시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부동산을 거래할 때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게 됐다. 토허제가 시행되기 직전 주말(22~23일) 서초구의 공인중개소에는 매수 문의가 상당히 많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 투자’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제도 시행 전 전세 낀 매물을 싸게 잡으려는 수요가 몰린 것이다. 그러나 토허제가 시행된 이날부터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아파트 급매만 소진…오히려 매매 가격 높여
토허제 시행 직전 주말에 이뤄진 거래는 전세를 낀 매물 등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를 위주로 이뤄졌다. 반포에서 영업 중인 B 공인중개소의 관계자는 “토허제가 시행되기 전 주말에 매물을 확인하려는 연락이 많이 왔다”며 “급매가 있는지 묻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려고 미리 집을 사둔 경우나 노후 자금을 위해 집을 팔려는 일부 매물만 거래가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갭투자를 위해 전세를 낀 매물이나 급매를 찾는 문의는 많았으나, 거래는 예상만큼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급매의 경우 일부 소유주의 사정에 따른 것으로, 대부분의 소유주들이 급하게 가격을 낮춰 팔려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는 게 반포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오히려 주말에 가격을 2억~3억원 올린 경우가 다반사였다.
반포 소재 C 공인중개소 대표는 ”세입자 있는 매물이 거래가 됐지만, 문의에 비해서는 거래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한다”며 “일부만 계약이 된 것은 거래할 수 있는 물건 자체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금 주인들이 매매 가격을 실거래가보다 2억~3억원 정도 높이고, 이 가격으로는 안 판다며 매매도 보류했다”며 “매수하는 사람들은 급매로 나온 물건을 찾는데 높은 가격의 매물밖에 없으니 거래가 당연히 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B 공인중개소 관계자 역시 “토허제 전 급매로 가격이 빠졌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반포는 그렇지 않다”며 “여기 사는 사람들은 급할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래미안 원베일리만 해도 55억원에 팔렸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건 한강 조망이 아닌 동이라서 그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실제 가격이 빠진 게 아니다”며 “최근 같은 평수(34평)가 한강이 보이는 동의 경우 70억원대에 거래됐다”고 덧붙였다.
토허제 학습효과에 시장 관망세로…매물 잠기기도
서초구의 부동산 시장은 토허제가 적용되는 기간인 9월 말까지 관망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A 공인중개사 대표는 “당분간 거래가 없이 시장 상황만 관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매물도 잠기기 시작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초구 아파트 매물은 토허제 확대를 발표한 지난 19일 7482건에서 이날 7198건으로 3.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초구에서는 양재동(-7.1%), 우면동(-5.9%), 신원동(-5.7%), 반포동(-5.0%) 등 순으로 매물 감소 폭이 컸다.
6월 전 보유세 부담이 큰 소유주가 내놓는 아파트 매물도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초구 소재 D 공인중개사 대표는 “공시가 상승에도 세금 부담이 1000만원 안팎에 그쳐 매물과는 큰 상관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서초구 부동산 시장은 오는 9월 토허제가 해제될 경우 다시 가격이 들썩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잠실·삼성·대치·청담의 토허제 해제 이후 대상 지역의 집값이 급등하면서 이에 대한 학습효과가 생겼기 때문이다. B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난번 잠실·삼성·대치·청담의 토허제 해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되면 집값이 앞으로 더 상승한다는 걸 알려주는 답안지가 됐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에 대한 학습이 돼 있다”고 했다.
반포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급하게 팔 것 없이 제가격에 매도할 것”이라며 “토허제 시행으로 전세 가격이 오르게 되면 당연히 매매 가격도 끌어올릴텐데 기다리기만 하면 적정 가격에 팔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토허제로 묶인 지역의 집값 상승세는 꾸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에 따르면 잠실·삼성·대치·청담에 대한 토허제가 시행된 2020년 6월을 기준으로 직전 2년(2018년 6월~2020년 5월)과 직후 2년(2020년 6월~2022년 5월)의 아파트 매매량을 조사한 결과, 거래량은 4개 지역에서 모두 감소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의 가격 상승세는 최근까지 지속됐다. 잠실 아파트 매매가는 2020년 6월 3.3㎡(1평)당 5758만원에서 지난달 7898만원으로 37.2% 올랐다. 같은 기간 청담동과 대치동, 삼성동의 집값 상승률은 각각 35.3%, 35.9%, 32.4% 상승했다.
규제 시행 주말에 급매 문의 많아
집주인 “급할 것 없어…기다리자” 분위기
규제 해제 후 기대감에 매물 거두고 가격 높여
24일 서울 서초구 반포 소재 부동산에 매물을 소개하고 있다. /김유진 기자
“주말에는 문의가 엄청 왔죠. 오늘은 썰렁하네요. 당분간 매매 문의는 없을 것으로 예상돼 가격이 약간 조정될 수는 있어 보여요.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집값이 떨어질 일은 없을 것 같아요.
”
24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A 공인중개소에 들어서니 한산한 모습이었다. “주말에는 전화통에 불이 났다”던 이 공인중개소의 대표는 “오늘은 전화가 한 통도 오지 않았다”면서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시행 첫날의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서초구는 서울시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부동산을 거래할 때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게 됐다. 토허제가 시행되기 직전 주말(22~23일) 서초구의 공인중개소에는 매수 문의가 상당히 많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 투자’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제도 시행 전 전세 낀 매물을 싸게 잡으려는 수요가 몰린 것이다. 그러나 토허제가 시행된 이날부터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아파트 급매만 소진…오히려 매매 가격 높여
토허제 시행 직전 주말에 이뤄진 거래는 전세를 낀 매물 등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를 위주로 이뤄졌다. 반포에서 영업 중인 B 공인중개소의 관계자는 “토허제가 시행되기 전 주말에 매물을 확인하려는 연락이 많이 왔다”며 “급매가 있는지 묻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려고 미리 집을 사둔 경우나 노후 자금을 위해 집을 팔려는 일부 매물만 거래가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갭투자를 위해 전세를 낀 매물이나 급매를 찾는 문의는 많았으나, 거래는 예상만큼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급매의 경우 일부 소유주의 사정에 따른 것으로, 대부분의 소유주들이 급하게 가격을 낮춰 팔려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는 게 반포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오히려 주말에 가격을 2억~3억원 올린 경우가 다반사였다.
24일 서울 서초구 반포에 위치한 부동산에서 인근 아파트 매물을 소개하고 있다. /김유진 기자
반포 소재 C 공인중개소 대표는 ”세입자 있는 매물이 거래가 됐지만, 문의에 비해서는 거래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한다”며 “일부만 계약이 된 것은 거래할 수 있는 물건 자체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금 주인들이 매매 가격을 실거래가보다 2억~3억원 정도 높이고, 이 가격으로는 안 판다며 매매도 보류했다”며 “매수하는 사람들은 급매로 나온 물건을 찾는데 높은 가격의 매물밖에 없으니 거래가 당연히 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B 공인중개소 관계자 역시 “토허제 전 급매로 가격이 빠졌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반포는 그렇지 않다”며 “여기 사는 사람들은 급할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래미안 원베일리만 해도 55억원에 팔렸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건 한강 조망이 아닌 동이라서 그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실제 가격이 빠진 게 아니다”며 “최근 같은 평수(34평)가 한강이 보이는 동의 경우 70억원대에 거래됐다”고 덧붙였다.
토허제 학습효과에 시장 관망세로…매물 잠기기도
서초구의 부동산 시장은 토허제가 적용되는 기간인 9월 말까지 관망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A 공인중개사 대표는 “당분간 거래가 없이 시장 상황만 관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매물도 잠기기 시작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초구 아파트 매물은 토허제 확대를 발표한 지난 19일 7482건에서 이날 7198건으로 3.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초구에서는 양재동(-7.1%), 우면동(-5.9%), 신원동(-5.7%), 반포동(-5.0%) 등 순으로 매물 감소 폭이 컸다.
6월 전 보유세 부담이 큰 소유주가 내놓는 아파트 매물도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초구 소재 D 공인중개사 대표는 “공시가 상승에도 세금 부담이 1000만원 안팎에 그쳐 매물과는 큰 상관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픽=정서희
다만 서초구 부동산 시장은 오는 9월 토허제가 해제될 경우 다시 가격이 들썩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잠실·삼성·대치·청담의 토허제 해제 이후 대상 지역의 집값이 급등하면서 이에 대한 학습효과가 생겼기 때문이다. B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난번 잠실·삼성·대치·청담의 토허제 해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되면 집값이 앞으로 더 상승한다는 걸 알려주는 답안지가 됐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에 대한 학습이 돼 있다”고 했다.
반포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급하게 팔 것 없이 제가격에 매도할 것”이라며 “토허제 시행으로 전세 가격이 오르게 되면 당연히 매매 가격도 끌어올릴텐데 기다리기만 하면 적정 가격에 팔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토허제로 묶인 지역의 집값 상승세는 꾸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에 따르면 잠실·삼성·대치·청담에 대한 토허제가 시행된 2020년 6월을 기준으로 직전 2년(2018년 6월~2020년 5월)과 직후 2년(2020년 6월~2022년 5월)의 아파트 매매량을 조사한 결과, 거래량은 4개 지역에서 모두 감소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의 가격 상승세는 최근까지 지속됐다. 잠실 아파트 매매가는 2020년 6월 3.3㎡(1평)당 5758만원에서 지난달 7898만원으로 37.2% 올랐다. 같은 기간 청담동과 대치동, 삼성동의 집값 상승률은 각각 35.3%, 35.9%, 32.4%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