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오는 26일 주주총회를 거쳐 이사회로 복귀한다. 2017년 3월 이사회 의장 자리를 내려놓고, 이듬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지 7년 만이다. 네이버 안팎에선 그의 복귀 자체가 네이버가 처한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내 검색 시장에서 구글이 턱밑까지 치고 올라와도, 라인야후 사태가 터져도 등판하지 않았던 그라서다. 과거 포털 시장을 개척하고, 글로벌 성공 신화를 쓴 이 창업자는 다가올 인공지능(AI) 시장에서도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이 창업자가 이사회에 있었던 시기 주요 의사 결정을 분석하고, 네이버 전·현직 임원을 취재해 ‘이해진 시즌2’를 미리보기 했다.
◆7년 만의 이사회 복귀 왜?=“이젠 빅테크와 정면 승부하기 어려운 국면”(김주관 쇼핑 프로덕트 부문장), “경쟁자들이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달리면서 고민해야 한다”(장준기 테크플랫폼 부문장). 네이버 리더들이 최근 공개된 ‘팀네이버 작전타임’ 영상에서 털어놓은 속내다. 네이버는 AI 분야에서 결정적 한 방이 부족했다. 수년간 1조원 넘게 투자했고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를 출시하는 등 성과도 냈지만, 그래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냐고 묻는다면 의문부호가 따라붙었다. 때마침 중국산 ‘가성비’ 생성AI 딥시크가 등장했고, ‘빅테크만큼 투자를 하지 못해 그렇다’는 변명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 다른 한편으론 네이버가 추진하는 소버린 AI(특정 국가가 독립적으로 개발·운영·통제하는 AI)의 성공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 창업자가 AI 전략에 대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직접 살펴봐야겠다는 판단에 따라 복귀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물론 이 창업자가 이사회 밖에 있었다고 네이버 성과가 부진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2018년 매출 5조원 수준이었던 네이버는 6년 만에 ‘10조 클럽’에 진입할 정도로 덩치를 키웠다. 커머스·핀테크·콘텐트·클라우드 등 신사업을 잘 키운 덕분이다. 다만 이 창업자의 복귀 이후 AI 사업에 더 집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전직 네이버 부장급 인사는 “창업자는 평소 사업·투자에서 네이버가 가진 본질에서 벗어나는 걸 아주 싫어 했다”며 “복귀한 이후엔 AI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해진이 있는 네이버, 없는 네이버=이 창업자가 이사회 멤버(의장·이사 포함)로 있었던 2004~2017년(총 138회 이사회 개최)과 빠졌던 2018~2023년(총 96회) 이사회 안건을 전수 비교 분석했다. 2기 이해진 이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지 가늠해 보기 위해서다. 1기 이해진 이사회의 특징은 빠른 투자와 철수, 글로벌 사업 등 3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이 창업자가 있을 땐 사업 포기와 투자 축소 결정도 많았다. 있을 땐 13번(연평균 0.9번), 없을 땐 2번(연평균 0.3번)이었다. 새 도전만큼 포기 결정도 과감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창업자는 해외 사업과 관련된 의사 결정도 많이 했다. 일본·미국·중국 법인 출자 등 해외 사업 관련 의사 결정은 17건(연평균 1.2건)이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이 창업자는 네이버를 창업한 바로 다음 해부터 일본 등 글로벌 시장을 노렸을 정도로 글로벌 사업을 중시했다”며 “복귀 후에도 글로벌 사업에 대한 드라이브가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현직 인사 7인이 본 이해진 리더십=미국 빅테크 창업자들과 달리 MBTI(성격 유형)로 따지면 ‘극I’(내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이 창업자의 실제는 어떨까. 이 창업자와 함께 일했거나 교류해 온 핵심 인사 7명을 만나 물었다.
네이버의 전직 C레벨급 한 인사는 ‘이해진 리더십’과 관련해 “이 이야기는 꼭 하고 싶다”며 일화를 공개했다. 이 창업자가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그만두고 싶기도 했다”던 일본 사업 비화다. 이 인사는 “2010년대 초반 일본 사업이 부진할 때 일본 한 IT기업이 네이버재팬 등 일본 사업을 일괄 매수하겠다고 제안해 와 경영진은 괜찮은 출구전략이라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이 창업자는 ‘가다가 죽더라도 우리 후배들에게 발판이 될 수 있도록 포기하지 말자’며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고 회상했다. 그후로 1년 뒤 일본에선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고, 네이버는 당시 일본 메신저 서비스 라인이 ‘핫라인’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대성공을 거뒀다.
그렇다고 마냥 순한 리더는 아니다. 이번 복귀 과정에 관여한 한 인사는 그에 대해 “한마디로 착한데, 독한 리더”라고 평했다. 그는 “업무 성과에 대한 기준이 매우 높다”며 “보기와 달리 싫은 소리도 꽤 잘하고 조곤조곤 말하며 부담을 많이 주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막 오른 이해진 체제=네이버는 이미 ‘이해진 체제’로 전환 중이다. 네이버는 근무 기간 대신 역량에 따라 직원들 ‘레벨’을 부여하는 ‘레벨제’ 도입을 예고했다.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는 레벨제에 내부적으로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진의 자구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창업자 복귀를 자문한 한 인사는 “네이버가 한동안 조직을 평등하게 운영하면서 통제하기 어려워진 측면이 생겼다”며 “이 창업자도 이제는 (성과 중심으로) 바뀌어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런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에 김희철 재무 리더를 내정했고, 대외 정책을 총괄해온 채선주 대표는 글로벌 사업을 집중 추진하는 전략사업부문장 역할도 맡게 됐다.
이 창업자는 복귀 후 네이버가 직면한 위기의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우선 독립적인 자체 AI 모델 개발 역량을 갖추는 ‘소버린 AI’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지 관심이다. 국내 경쟁사 대부분은 글로벌 빅테크와 협업하는 전략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네이버도 고민 중이다. 지난달 최수연 대표는 “글로벌 빅테크 등 외부의 다양한 거대언어모델(LLM)과 협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라인야후 사태 이후 일본 사업에 비상이 걸린 만큼 새로운 글로벌 사업도 키워야 한다.
혁신의 최전선에서 비즈니스의 미래를 봅니다. 첨단 산업의 '미래검증 보고서' 더중플에서 더 빨리 확인하세요. 착한데 지독하다, 이해진 컴백…‘10조 클럽’ 네이버에 생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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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맵, 또 한반도 털러왔다…골목노포 찍는 토종맵 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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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사과 검색뒤 놀랄 것” 카카오 떠난 88년생 CEO의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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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본능이 가로본능 밀었다, 日망가 뒤엎은 K웹툰 필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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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의 이사회 복귀 왜?=“이젠 빅테크와 정면 승부하기 어려운 국면”(김주관 쇼핑 프로덕트 부문장), “경쟁자들이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달리면서 고민해야 한다”(장준기 테크플랫폼 부문장). 네이버 리더들이 최근 공개된 ‘팀네이버 작전타임’ 영상에서 털어놓은 속내다. 네이버는 AI 분야에서 결정적 한 방이 부족했다. 수년간 1조원 넘게 투자했고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를 출시하는 등 성과도 냈지만, 그래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냐고 묻는다면 의문부호가 따라붙었다. 때마침 중국산 ‘가성비’ 생성AI 딥시크가 등장했고, ‘빅테크만큼 투자를 하지 못해 그렇다’는 변명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 다른 한편으론 네이버가 추진하는 소버린 AI(특정 국가가 독립적으로 개발·운영·통제하는 AI)의 성공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 창업자가 AI 전략에 대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직접 살펴봐야겠다는 판단에 따라 복귀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이사회 구성에 변화를 줄 필요성도 있다. 7명의 멤버 중 사내 이사는 최수연 최고경영자(CEO)와 채선주 대외·ESG 정책 대표뿐인데다 사외이사 4명 모두 IT 전문가가 아닌 회계·법률·투자 전문가다.
물론 이 창업자가 이사회 밖에 있었다고 네이버 성과가 부진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2018년 매출 5조원 수준이었던 네이버는 6년 만에 ‘10조 클럽’에 진입할 정도로 덩치를 키웠다. 커머스·핀테크·콘텐트·클라우드 등 신사업을 잘 키운 덕분이다. 다만 이 창업자의 복귀 이후 AI 사업에 더 집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전직 네이버 부장급 인사는 “창업자는 평소 사업·투자에서 네이버가 가진 본질에서 벗어나는 걸 아주 싫어 했다”며 “복귀한 이후엔 AI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해진이 있는 네이버, 없는 네이버=이 창업자가 이사회 멤버(의장·이사 포함)로 있었던 2004~2017년(총 138회 이사회 개최)과 빠졌던 2018~2023년(총 96회) 이사회 안건을 전수 비교 분석했다. 2기 이해진 이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지 가늠해 보기 위해서다. 1기 이해진 이사회의 특징은 빠른 투자와 철수, 글로벌 사업 등 3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김주원 기자
우선 새 사업을 시작하거나 외부 기업을 인수·투자하는 굵직한 결정을 내린 경우가 많았다. 이사회 안건 기준 44번으로 연 평균 3.1번꼴이다. ‘캠프모바일’(네이버의 모바일 사업 자회사로 분리됐다가 2018년 다시 네이버에 흡수합병)이 이때 만들어졌다. ‘본투비’ 모바일 세대를 상대로 성공한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의 전신이다.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개발(R&D) 자회사 네이버랩스도 이때 만들어졌다. 유니콘 기업이 된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드라마앤컴퍼니(리멤버) 등에 대한 투자도 1기 이해진 이사회의 작품이었다. 이 창업자가 이사회에서 빠진 2018년 이후엔 결이 달라졌다. 6년간 15건의 관련 의사결정(연평균 2.5번)이 있었다. 이 기간 포쉬마크, 왓패드 같은 인수 결정이 이뤄지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새 도전보단 기존 사업에 대한 결정이 많았다. 네이버웹툰, 네이버랩스 등 기존 자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식이었다.
이 창업자가 있을 땐 사업 포기와 투자 축소 결정도 많았다. 있을 땐 13번(연평균 0.9번), 없을 땐 2번(연평균 0.3번)이었다. 새 도전만큼 포기 결정도 과감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창업자는 해외 사업과 관련된 의사 결정도 많이 했다. 일본·미국·중국 법인 출자 등 해외 사업 관련 의사 결정은 17건(연평균 1.2건)이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이 창업자는 네이버를 창업한 바로 다음 해부터 일본 등 글로벌 시장을 노렸을 정도로 글로벌 사업을 중시했다”며 “복귀 후에도 글로벌 사업에 대한 드라이브가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현직 인사 7인이 본 이해진 리더십=미국 빅테크 창업자들과 달리 MBTI(성격 유형)로 따지면 ‘극I’(내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이 창업자의 실제는 어떨까. 이 창업자와 함께 일했거나 교류해 온 핵심 인사 7명을 만나 물었다.
네이버의 전직 C레벨급 한 인사는 ‘이해진 리더십’과 관련해 “이 이야기는 꼭 하고 싶다”며 일화를 공개했다. 이 창업자가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그만두고 싶기도 했다”던 일본 사업 비화다. 이 인사는 “2010년대 초반 일본 사업이 부진할 때 일본 한 IT기업이 네이버재팬 등 일본 사업을 일괄 매수하겠다고 제안해 와 경영진은 괜찮은 출구전략이라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이 창업자는 ‘가다가 죽더라도 우리 후배들에게 발판이 될 수 있도록 포기하지 말자’며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고 회상했다. 그후로 1년 뒤 일본에선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고, 네이버는 당시 일본 메신저 서비스 라인이 ‘핫라인’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대성공을 거뒀다.
김주원 기자
이 창업자는 후배들이 스스로 길을 개척해 더 많은 보상을 가져가길 원하는 리더다. 2016년 7월 라인 상장 기자간담회에서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비전을 맞추다 조직이 경직되고 머뭇거리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할 때도 일단 믿고 맡겨 보는 스타일이다. 네이버 중동 사업을 총괄하는 채선주 대표는 “중동 비즈니스 초반 이 창업자가 자유를 엄청 많이 줬고, 본인이 직접 다녀온 이후엔 제일 큰 조력자가 돼 줬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마냥 순한 리더는 아니다. 이번 복귀 과정에 관여한 한 인사는 그에 대해 “한마디로 착한데, 독한 리더”라고 평했다. 그는 “업무 성과에 대한 기준이 매우 높다”며 “보기와 달리 싫은 소리도 꽤 잘하고 조곤조곤 말하며 부담을 많이 주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막 오른 이해진 체제=네이버는 이미 ‘이해진 체제’로 전환 중이다. 네이버는 근무 기간 대신 역량에 따라 직원들 ‘레벨’을 부여하는 ‘레벨제’ 도입을 예고했다.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는 레벨제에 내부적으로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진의 자구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창업자 복귀를 자문한 한 인사는 “네이버가 한동안 조직을 평등하게 운영하면서 통제하기 어려워진 측면이 생겼다”며 “이 창업자도 이제는 (성과 중심으로) 바뀌어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런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에 김희철 재무 리더를 내정했고, 대외 정책을 총괄해온 채선주 대표는 글로벌 사업을 집중 추진하는 전략사업부문장 역할도 맡게 됐다.
이 창업자는 복귀 후 네이버가 직면한 위기의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우선 독립적인 자체 AI 모델 개발 역량을 갖추는 ‘소버린 AI’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지 관심이다. 국내 경쟁사 대부분은 글로벌 빅테크와 협업하는 전략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네이버도 고민 중이다. 지난달 최수연 대표는 “글로벌 빅테크 등 외부의 다양한 거대언어모델(LLM)과 협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라인야후 사태 이후 일본 사업에 비상이 걸린 만큼 새로운 글로벌 사업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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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맵, 또 한반도 털러왔다…골목노포 찍는 토종맵 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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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사과 검색뒤 놀랄 것” 카카오 떠난 88년생 CEO의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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