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6번 내고 장관까지 홍보한 연구
R&D 예산 줄일 때 되레 증액했는데
허가신청도 안 했고 특허는 거절당해
대통령 인맥 얽힌 카르텔 의혹까지
과기부 "연구비 환수, 현장점검 고려"
R&D 예산 줄일 때 되레 증액했는데
허가신청도 안 했고 특허는 거절당해
대통령 인맥 얽힌 카르텔 의혹까지
과기부 "연구비 환수, 현장점검 고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적극 홍보해온 한양대의 디지털 심리치료제 연구개발(R&D)이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됐다.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삭감 여파가 연구현장에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가 거액의 예산을 쏟아부으며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연구는 정작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국일보가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디지털 의료기기 품목허가 및 임상시험 현황'에 따르면, 한양대 디지털헬스케어센터가 국가 R&D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 정서장애 예방 및 관리 플랫폼 기술 개발’ 연구를 통해 개발하려 했던 디지털 치료제 4개 중 단 1개도 완료되지 않았다.
"통상 지식 있으면 쉽게 발명 가능"
해당 연구는 비대면 정신건강 플랫폼을 구축하고 가상현실(VR) 기기를 이용한 우울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2021년부터 4년간 약 349억 원이 투입됐는데, 이 중 60억 원은 R&D 예산 삭감이 본격화하던 2023년 이후 되레 증액되면서 그 배경을 둘러싸고 온갖 의혹이 제기됐다.
막대한 예산에 비해 성과는 초라하다. 연구단은 지난해 12월 종료 예정이었던 연구를 올 2월까지 연장했지만, ‘신체활동 기반 우울증 치료용 디지털 치료기기’ 단 한 건만 임상을 겨우 완료했다. 한양디지털헬스케어센터 관계자는 지난 14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의료기기 허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식약처에 허가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함께 출원한 ‘우울증 개선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 제어 방법’ 특허도 거절됐다. "해당 기술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쉽게 발명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게 특허청의 이유다.
다른 2개 치료제에 대해선 연구 종료가 임박한 9~10월에서야 임상 계획 승인을 신청했다. 이달 12일 임상 허가가 났지만, 이미 예산 지원이 중단된 데다 임상엔 통상 수년이 걸리니 성과를 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나머지 1개 치료제는 임상 신청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연구단은 지난달 28일 성과 공유회를 열고 "디지털 치료제 4건을 개발하는 등 성과를 냈다"고 홍보했다. 센터 관계자는 “첫 번째 치료제 임상을 마친 만큼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며, 특허는 통상 1~2회 거절된 뒤에 등록되는 것으로 안다. 추가 임상이나 예산 계획은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연구책임자인 김형숙 한양대 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R&D 선정의 공정성·투명성 무너져"
주관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연구에 대해 6차례나 보도자료를 내며 홍보했다. 이종호 전 과기정통부 장관은 2022년 11월 연구단을 직접 찾아 “이번 연구가 국내 1호 디지털치료제로 승인 받아, 국민 정신건강에 기여하도록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성과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데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성과 및 예산 사용 적절성을 평가해 필요하면 연구비 환수 등의 조치를 하게 된다"며 “해당 연구는 많은 예산이 투입된 만큼 현장 점검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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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숙 교수는 이 외에도 정부 예산 약 155억 원이 투입된 '초거대 인공지능(AI) 기반 심리케어 지원' 연구를 수주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다. 체육교육학을 전공한 김 교수가 전공 연관이 낮은 초대형 과제를 잇따라 맡게 된 배경에는 한양대 디지털헬스케어센터의 운영위원장인 김창경 명예교수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창경 교수와 윤 대통령은 부친이 모두 연세대 교수였던 인연으로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었다. 두 교수는 대통령 직속 기구인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에서도 위원장과 위원으로 함께 활동 중이다.
김우영 의원은 “과기정통부가 수백억 원 규모의 사업을 특정 연구자에게 몰아줬고, 예외적으로 예산을 증액해가며 사업을 밀어줬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은 실체가 없다”면서 “R&D 사업 선정과 집행 전반에 걸쳐 공정성과 투명성이 무너진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