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의 자영업 이동과 저임금 노동’ 보고서
지난해 7월 서울 명동 거리에 폐업한 상가에 대출 전단지, 고지서 등이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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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퇴직 등으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해 자영업자가 된 50살 이상 가운데 절반가량은 월평균 소득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계유지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창업에 나선 고령 자영업자들 상당수가 경제적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23일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펴낸 ‘고령자의 자영업 이동과 저임금 노동’ 보고서를 보면, 지난 1~17차 한국복지패널 조사(2006~2022년)에서 ‘1년 이상 임금 근로자’로 조사되었으나, 18차 패널 조사(2023년)에서는 자영업 종사자로 조사된 사람 중 58.8%(269명)가 50대 이상이다. 해당 조사에 1년 전 소득 등의 정보가 담긴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2022년을 기준으로 과거 월급쟁이를 그만두고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 5명 중 3명이 50대 이상이라는 뜻이다. 한국복지패널은 약 7천가구로 구성된다.
50대 이상 고령 자영업 전환자 가운데 약 절반인 48.8%는 월평균 순소득(연간 총매출에서 연간 총비용을 뺀 값으로, 사회보장기여금 공제 전 소득)이 최저임금 수준(2022년 기준, 월 199만4440원)을 밑돌았다. 자영업에 뛰어들기 전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 경제활동을 했어도, 자영업으로 뛰어든 이후엔 상당수가 최저임금도 벌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저임금 미만의 소득을 얻는 자영업 전환자 비중은 연령대가 높거나, 고용원이 없는 ‘나 홀로 사장님’에서 높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50대 자영업 전환자 중 최저임금 미만 비중은 28.7%, 60살 이상은 75.8%다. 또 50대 이상 자영업 전환자 가운데 ‘고용원이 있는’ 경우엔 약 10.9%만 최저임금 미만의 소득을 벌었고, 고용원이 없는 경우엔 절반 이상인 56.3%가 최저임금 미만 소득을 올렸다.
50대 이상 자영업 전환자 중 순소득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 비중이 높은 것은, 기존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나 ‘울며 겨자 먹기’로 이미 포화 상태인 업종에서 생계형 창업을 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고령 자영업자 상당수는 임금 근로자로 일했던 산업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창업하고 있다”며 “자영업이 임금 근로를 대신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대신하는 경우는 극소수”라고 진단했다.
실제 이번 연구에서 50대 이상 자영업 전환자 중 유통서비스업과 소비자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이들 비중이 53.8%로 절반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종엔 생산성이 낮은 음식점·숙박·개인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창업 문턱이 낮은 대신, 과당경쟁으로 수익성이 낮다.
이런 영세 저소득 자영업자들의 사정은 2022년 이후에 계속 어려워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지난해 연말 정치적 불안이 발생한 후 경기 불황과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는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번째 집권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되며 자영업이 더 위태로워졌다”며 “소비심리 위축은 자영업자 개개인 문제가 구조적 문제로, 정치 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