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대형 산불이 휩쓸고 간 지역은 모든 게 불길 속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갑자기 닥친 불길에 급히 몸만 피했다 하루 만에 돌아온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습니다.
산불 속에 동네 전체가 폐허로 변한 경남 산청의 한 마을을 부정석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산기슭에 자리 잡은 주택들이 검은 연기에 휩쌓입니다.
검붉은 불길이 치솟더니 화염을 견디지 못한 집은 굉음과 함께 그대로 무너집니다.
"어, 어… 내려앉는다, 집이."
마을까지 내려온 불길을 막기 위해 지붕에 올라가 쉴 새 없이 물을 뿌립니다.
하지만 바람을 탄 산불을 막기엔 역부족입니다.
"물 한 시간째 뿌리고 있습니다, 지금."
[조경제/산청군 중태마을 주민]
"집에 지하수 호스를 가지고 물을 주위에 물을 3시간 뿌렸나… 그러니까 공무원이 (안전 때문에) 내려가야 한다고 집에 데리러 왔더라고요."
마을은 산불 발화지점에서 동쪽으로 5킬로미터 떨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강한 서풍이 불면서 화마는 불과 몇 시간 만에 마을을 집어삼켰습니다.
[이기년/산청 중태마을 주민]
"아무것도 못 갖고 왔지요. 약하고 뭐 갖고 와야 되는데 못 가지고 와서 두근두근하지. 아직까지 놀란 가슴 그대로 있는 것 같아요."
다시 찾은 마을은 폐허로 변했습니다.
화염에 휩싸였던 건물은 뼈대만 남은 채 위태롭게 서 있습니다.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건물입니다. 당초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벽면은 무너지고 지붕은 내려 앉았습니다"
잔해 곳곳에서 연기가 새어나오고 쓸만한 물건은 거의 남지 않은 집도 있습니다.
[최국자/산청 중태마을 주민]
"탄 걸 보고는 기도 안 차지 뭐… 말할 것도 없는 건데…봐라, 여기 싹 다 탔다."
60여 가구 120여 명의 중태마을 주민들은 모두 대피소로 피했고, 13채가 완전히 불에 탔습니다.
[정종대/산청 중태마을 주민]
"집은 다 타고 없어요, 기가 차지. 지금은 뭐… 지갑,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든 것도 (없고) 나는 집까지 탈 거라고 생각을 안 했거든요."
아직 큰 불길이 잡히지 않아 주민들은 마을에 이어 산림이나 농경지 같은 삶의 터전을 또 잃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MBC뉴스 부정석입니다.
영상취재 : 박경종(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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