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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엑시트 성공이 목표
F&B 프랜차이즈, 투자금 회수에 용이

수익성 개선에만 몰두하는 단점 가져
고객·가맹점과의 마찰도 문제로
BHC, 버거킹, 맘스터치, 투썸플레이스, 공차, 명륜진사갈비, 역전할머니맥주, 창고43, 아웃백스테이크…. 이들은 모두 사모펀드(PEF)가 주인으로 있는 F&B(식음료) 브랜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저지 마이크스 섭스(샌드위치 브랜드), 트로피컬 스무디 카페(레스토랑 브랜드), 세븐 브류 커피(커피 브랜드), 레드랍스터(해산물 레스토랑 브랜드), TGI프라이데이(레스토랑 브랜드) 등 미국 주요 브랜드도 모두 사모펀드 손에 들어갔다.

사모펀드의 목표는 하나다. 성공적인 엑시트. 체질을 개선하고 경영 효율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업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를 키우지 않고 단기 실적 개선에 집중해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다.
◆ 왜 ‘프랜차이즈’를 탐내나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는 소수의 투자자로 구성돼 있다. 사모(私募)’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사사로이 모았다는 뜻이다. 이들은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을 목표로 한다. 이렇게 키운 기업을 다시 되팔아 수익을 내는 게 이들의 주된 업무다. 부실 기업을 사들이는 경우도 있어 시체를 먹고 사는 독수리라는 뜻의 벌처(Vulture)’라는 꼬리표가 달린다.

사모펀드가 가장 관심이 많은 분야는 외식산업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F&B 프랜차이즈는 사모펀드의 주된 타깃이다. 국내에서는 BHC(MBK파트너스), 투썸플레이스(칼라일), 버거킹(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주요 프랜차이즈를 사모펀드가 운영하고 있다. 해외 유명 체인점들도 사모펀드에 인수된 사례가 많다. 워버그핀커스, THL파트너스, 센터브리지파트너스, 골든게이트캐피털 등 글로벌 사모펀드들은 전 세계 다양한 F&B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F&B 프랜차이즈는 △높은 브랜드 인지도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 △높은 현금 창출력 △고성장 가능성 △경기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점 등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프랜차이즈는 매장 오픈 마진과 로열티·유통마진 등이 주된 수익원이다.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이 수익 모델을 반복하는 게 프랜차이즈 사업의 핵심이다. 어음 또는 외상 없이 현금을 바로 확보할 수 있다. 안정적인 현금 창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경기 민감도도 낮다. 경기침체가 F&B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패밀리레스토랑 애슐리퀸즈가 대표적인 예다. 애슐리퀸즈는 경기침체로 인한 내수 부진에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애슐리퀸즈는 연매출 4000억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70%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화학공업 등과 비교하면 자본집약도가 낮아 초기 투자 비용이 적고 사업 유연성은 높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F&B 프랜차이즈는 이익이 꾸준하고 현금흐름이 좋아서 투자금 회수도 용이하고 브랜드 가치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외식 산업이 꾸준히 성장했다는 점도 사모펀드의 눈에 들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한국 외식 시장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한 103조2644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외식업 시장 규모도 ???3억 달러(약 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4% 증가했다.
◆ 망한 사례도…‘마이너스의 손’ 사모펀드다만 F&B 프랜차이즈라도 100% 엑시트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F&B 산업의 트렌드 변화다. F&B 시장은 코로나 이후 트렌드 변화 주기가 계속 짧아지고 있다. 지난해 유행한 두바이초콜릿, 요아정, 탕후루 등은 유행이 지났다. 유행에 민감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소비하는 음식의 브랜드가 아니라면 환경에 따른 매출 변화 폭이 크다.

브랜드의 인기가 떨어지면 사모펀드의 투자금 회수도 어려워진다. 통상 사모펀드의 기업 보유 기간은 3~5년이다. 인수금융(대출) 만기 기간이 3~5년인 탓이다. 이 기간 기업을 키우지 못한다면 엑시트에 실패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 다른 실패 요인은 사모펀드의 전략 문제다. 사모펀드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인수 이후 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이 과정에서 품질 저하 문제가 발생한다. 맘스터치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이후 패티 크기가 줄었다는 지적이 나왔고 공차는 가격 인상 논란이 제기됐다.

품질 논란이 심화하면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기고 이는 매출 타격으로 이어진다. 이외에도 로열티, 광고비 등을 인상하며 가맹점주와의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부정적 이슈로 고객이 이탈하게 되면 수익성 개선 속도도 더뎌진다.

아울러 외식산업의 성장세도 둔화되고 있다. 한국도 2010년대 연평균 20%대 성장을 이어왔지만 최근 들어 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2020년대 시장 성장은 외형 확장이 아닌 가격 인상의 영향이다. 유로모니터 역시 매출 기준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가장 큰 이유로 산업의 확장이 아닌 ‘메뉴 가격 인상’을 꼽았다.

최근 들어서는 F&B 프랜차이즈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세계 3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미국계 칼라일은 미국 소비자 및 소매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한다고 밝히며 10여 명의 거래 담당자를 해고하거나 업무를 변경시켰다. 칼라일은 “이 분야 투자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 변동성을 견뎌낼 수 있었던 프랜차이즈 기업조차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임대료·원재료비 상승, 경쟁 심화 등과 같은 리스크 요인 또한 프랜차이즈의 수익성 저하로 이어지며 실적 개선을 어렵게 만든다.

국내에서는 맘스터치가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2019년 국내 사모펀드 KL&파트너스(케이엘앤)이 1973억원을 투자해 지분 56.8%를 인수했다. 이후 3년 만인 2022년 맘스터치의 몸값을 1조원으로 책정하고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지난해까지도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어려움을 겪으며 잠정 중단한 상태다.

버거킹도 마찬가지다. 버거킹은 2016년 홍콩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2100억원에 사들인 뒤 2021년 재매각을 추진했으나 M&A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엑시트에 실패했다. 현재도 버거킹은 어피너티가 보유하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는 2015년 토다이에 250억원을 투자했다.

실패는 아니지만 부대찌개·보쌈 프랜차이즈 ‘놀부’는 겨우 매각 대상을 찾은 사례다. 모건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는 2011년 1114억원을 투자해 놀부 지분 100%를 인수했지만 경쟁 심화와 업황 악화로 2017년부터 영업적자가 이어졌다. 모건스탠리PE는 매각가 400억~500억원 수준으로 협상에 나섰지만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결국 2022년 모건스탠리PE는 투자목적특수회사 NB홀딩스 컨소시엄에 보유 지분 절반 이상을 2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국내뿐만 아니다. 미국에서는 최근 사모펀드가 운영해온 레드랍스터와 TGI프라이데이(TGIF)가 파산 결말을 맞았다.

레드랍스터는 미국 해산물 레스토랑 프랜차이즈로 새우 무한리필 정책이 유명하다. 일각에서는 레드랍스터가 새우를 무한리필하다가 망했다고 하지만 2014년 사모펀드 골든게이트캐피털이 지분 51%를 21억 달러에 사들인 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당시 골든게이트캐피털은 LBO(leveraged buyout)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는데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메리칸리얼리티캐피털프라퍼티(ARCP)에 부동산 자산을 모두 팔아버렸다. 가격은 15억 달러다. LBO는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사에서 자금을 빌리는 방법이다. 적은 자기자본으로도 대형 기업을 매수할 수 있어 ‘지렛대(leverage)’라는 표현을 쓴다.

이후 골든게이트는 임대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했지만 여기서 더 큰 문제가 생겼다. ARCP가 시세보다 훨씬 높은 임대료를 책정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결국 골든게이트는 2016년 그들이 가진 지분의 절반 가까이를 태국 해산물 생산회사 타이유니언그룹에 넘겼다. 매각가는 5억7500만 달러. 타이유니언그룹은 2020년 골든게이트 지분 전량을 사들였다.

타이유니언그룹은 대주주의 권리를 악용해 레드랍스터의 단독 공급사가 됐고 공급하는 새우의 물량을 확대하고 가격을 대폭 올렸다. 레드랍스터가 2023년 ‘새우 무한리필 캠페인’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재정난이 심각해진 레드랍스터는 2024년 5월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TGIF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2014년 미국 사모펀드 트라이아트시나캐피털어드바이저스(TCA)와 센티넬캐피털파트너스(SCP)는 8억7000만 달러에 TTGIF를 인수했다. 이들 역시 LBO 방식을 사용했다. 이들이 직접 조달한 자금은 2억2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사모펀드에서 각각 1억 달러씩 투자한 셈이다. 2019년 10월 TCA가 SCP의 지분을 사들이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TCA와 SCP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인수 이후 1년간 매장을 절반 가까이 처분했다. 매장 수는 900여 개에서 480개로 축소됐다. 새로운 레스토랑 프랜차이즈가 등장하면서 매출은 계속 줄어들었다. 비상장사인 TGIF의 실적은 공개되지 않으나 시장조사업체 테크노믹에 따르면 회사의 2017년 매출은 최고 매출을 기록한 2008년 대비 36%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기 미국의 레스토랑 시장은 배달 시장의 확대 등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고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적은 급격히 줄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모펀드가 TGIF를 안정시키려는 복잡한 재정 계획은 팬데믹의 영향으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며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고 전했다.

TGIF는 매장을 줄이며 재정난에 대응했다. 2024년 초 기준 270개에서 하반기 들어서는 39개로 급격히 줄었다. 그럼에도 3700만 달러(약 540억원)의 부채를 해결하기 못하면서 지난해 11월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당시 TGIF가 가용할 수 있었던 현금은 590만 달러에 불과했다. 올해 1월 법원의 승인을 받아 매장 9개를 매각하고 부채 3450만 달러를 상환했으나 여전히 빚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미국 연방검사이자 법무부 반독점부에서 사모펀드를 감독한 브렌던 발루는 “사모펀드가 소유한 회사는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파산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사모펀드가 단기 수익을 높이기 위해 프랜차이즈를 착취하는데 극단적인 경우 파괴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는 21개의 레스토랑 또는 F&B 체인점이 파산 신청을 했는데 이 가운데 10곳은 사모펀드의 지원을 받는 브랜드로 집계됐다.

김정욱 애널리스트는 “사모펀드는 책임 경영이란 게 없다”며 “계속 기업의 가치보다는 청산 가치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투자 목적 자체가 인수보다는 자본차익이기 때문에 기업의 영속성보다는 투자 대비 이익이 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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