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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극우 커뮤니티 중심으로 확산
아르바이트 영수증 가져다 사실 왜곡
통역요원·국외훈련 내용 등 ‘짜깁기’
혐오 발언 선 못 긋는 정치권 책임도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1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문재원 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임박하면서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경찰에 중국인이 다수 잠입해있다’는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경찰은 중국인이니 때려도 된다’는 식으로 폭력과 혐오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일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미국정치갤러리(미정갤) 등을 보면 최근 ‘중국 공안 경찰이 한국 경찰로 채용돼 일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중국인이 ‘한국 경찰’ 일하며 SNS에 인증?

지난 17일 미정갤에 올라온 ‘중국인 경찰 팩트’라는 글은 중국인이 한국 경찰에서 일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 증거로 중국 SNS에 올라온 한국 경찰 관련 게시물을 제시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2022년 10월 충북경찰청장 명의로 받은 7만1000원 영수증 사진, 한국 경찰 제복이 걸린 옷장 사진 등이 있다.

그런데 영수증에 적힌 중국어를 해석해보면 한국 경찰에서 ‘번역 아르바이트’를 한 뒤 남긴 ‘인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찰 제복이 걸린 옷장은 한국 경찰대로 교환학생을 온 중국 학생이 남긴 것이었다. 경찰 제복의 견장도 학생용이다. 경찰대는 중국 인민공안대학과 1990년대부터 교류해왔다. 경찰대 학생도 영국, 미국, 독일, 베트남 등의 경찰 양성 학교로 교환학생을 간다.

‘경찰 통역요원’으로 중국인이 채용?

‘경찰 통역요원’이 중국 공안 경찰이 한국 경찰로 채용되는 유력한 경로라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18일 올라온 ‘공안경찰의 유력 채용경로’라는 글은 “경찰 공무원 수가 늘어났는데 이때 늘어난 사람이 중국인이라고 확신한다”며 “외국인 신분으로는 경찰에 지원할 수 없지만 경찰 통역요원으로는 가능하니 이 경로로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통역요원’은 경찰이 아니다. 피의자·피해자가 외국인일 때 수사관과 의사소통을 도와주는 ‘전문가 풀’에 가깝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통역요원은 일정 수준에서 늘어나지 않았다”며 “약 4000여명의 통역요원 중 중국인은 800여명에 불과하고 전체 경찰 인원과 비교하면 극히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찰을 중국 공안으로 만들기 위해 유학을 보냈다?

‘한국 경찰을 중국 공안으로 만들기 위해 유학을 보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경찰관이 2016~2018년 중국 샤먼대학으로 경찰행정 분야 ‘국외 훈련’을 다녀온 뒤 낸 ‘통일 한국 치안 환경에 적합한 경찰제도, 효율적 치안 확보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가 근거다. 이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북한과 (한국을) 중국의 속국으로 만든 뒤 자치구일 때 공안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쓴 경찰청의 자백”이라고 말한다.

해당 보고서는 ‘통일 한국’의 가장 큰 변화로 각종 통제제도 폐지, 개인의 자유와 권리 보장 신장 등 북한 정치의 자유화를 짚고 있다. 통일 후 치안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경찰 행정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

국외훈련을 중국으로만 가는 것도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는 인사혁신처의 ‘국외훈련 장기 일반과정’을 다녀온 경찰관이 작성했다. 이 과정은 경찰뿐 아니라 공무원 전반이 활용할 수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3년간 국외훈련을 떠난 경찰 중 중국으로 간 사람은 1명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오동욱 기자


한 극우 성향 카카오톡 오픈대화방에 20일 ‘중국 경찰’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대화방 캡처


‘극우 세력’은 지난 1월19일 서부지법 난동사태 직후에도 일부 경찰관의 발음을 문제 삼으면서 ‘중국 경찰설’을 퍼트렸다. 집회에서도 “중국인,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단적 혐오 발언을 일삼는 극우 세력에 대해서 정치권이 ‘선 긋기’를 하지 않은 탓에 자신들과 직접 대치하는 경찰을 향한 혐오가 드러나는 것”이라며 “극단적 혐오 발언을 규제할 수 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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