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일 만에 토허제 해제 번복 파장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 압수수색도 당해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 압수수색도 당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3회 서울예술상 시상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34일 만에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결정을 뒤집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까지 확대 지정한 데 대해 비판과 함께 “정치적으로 엄청난 데미지를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호 명지대 산업대학원 교수(실물투자분석학과)는 20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애초 34일 전 토허제를 해제했던 데 대해 “솔직히 말하면 이건 굉장히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부동산은 정책이 8할이고 정책적 변수는 대부분 선거 전에 나온다”며 “서울시장 입장에서는 당연히 큰 꿈이 있다면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하고) 당내 대부분 지지 계층이 이쪽 지역에 살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12일 서울시가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의 토허제 해제를 발표한 것이 그 지역에 많이 사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을 고려한 정치적 행동이었다는 해석이다.
박 교수는 전날 다시 토허제 적용 구역을 넓힌 데 대해선 “지금 이게(토허제 해제가) 들쑤셔 놓은 게 확인이 됐고 어떻게든 이거 아니다, 그거 오해다, (집값) 안 오르고 있다, 계속 몇 번 보도자료를 내고 해명했지만 이제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더 악화되기 전에 수습했다는 것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19일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부동산에 매매 시세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오 시장의 이번 번복이 정치적으로 타격이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에스비에스(SBS)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앞서 34일 전) 오 시장이 정말 토지거래허가규제를 갖다가 완화하는 그런 입장을 전격적으로 발표하길래 회심의 카드, 오세훈이 드디어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구나, 나는 그렇게 읽었다”고 말했다. “토허제가 문재인 정부 때 만든 건데 그걸 해제했을 땐 오 시장의 대선행보용 정책이었던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김 전 의원은 “네. 강력한 임팩트 한 방을 만드는구나(라고 봤다)”라고 답했다.
전날 규제를 다시 강화한 데 대해 김 전 의원은 “그런 회심의 카드 한 방이 불과 한 달 만에 그냥 이런 상황이 돼버렸다”라며 “정치적으로 엄청난 데미지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도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 ‘뉴스파이팅’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국면에서 내가 존재감을 보여야 되겠다는 조바심에서 (토허제 해제를) 했다가 다시 또 부동산이 상승하려고 하니까 이거 이러다가 나중에 대선 나갔을 때 내가 이걸로 욕먹겠구나 해서 바로 다시 재지정하는, 전형적인 정치인이 정책 잘못 건드려 가지고 난장판 나는 그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오 시장의 ‘오락가락’ 행보를 두고, 앞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서울시장직을 거는 승부수를 던졌다가 물러나야 했던 오 시장의 ‘전사’를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2011년 오 시장은 ‘과잉복지’라는 이유로 무상급식에 반대하면서 주민투표율이 개표에 필요한 33.3%를 넘지 못하면 시장직에서 물러난다고 했고, 25.7%에 그치자 실제 물러난 바 있다.
2011년 8월21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시장직을 걸겠다고 발표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며 무릎을 꿇고 투표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용주 맥정치사회연구소장은 전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2011년) 무상급식을 계속 밀어붙이려고 본인이 시장직을 걸었다가 결국 내려놓게 됐다”며 “고집을 부리면 안 되겠다는 트라우마에서 (이번엔) 금방 (정책을) 바꾸긴 했는데, 애초 시작할 때부터 신중하게 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오 시장이 부동산을 대권 디딤돌로 삼으려 했지만, 밑천만 드러나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14년 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지면 사퇴하겠다는 오세훈 시장의 결기는 어디 갔냐”며 “부동산 시장 실패를 인정하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오 시장 관련 글이 여럿 올라오고 있다. “오세훈의 난”, “오세훈의 토엄령 선포”, “탄핵돼야 할 자는 오세훈” 등 비판적 글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오세훈 지지” 등 찬성하는 글도 있다. ‘오쏘공’(오세훈 서울시장이 쏘아올린 공)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검찰이 20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장 공관을 압수수색하는 가운데, 그 앞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께 서울시청과 오 시장 공관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오 시장이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태균씨가 실소유한 미래한국연구소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받고, 이 비용을 오 시장의 후원자인 김한정씨가 대납을 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