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협력 지장 없어" 메시지에도…정부 "조금이라도 지장없게" 명단 제외 노력
미국의 '보안 문제'라는 설명에도 지정 배경은 여전히 논란
미국의 '보안 문제'라는 설명에도 지정 배경은 여전히 논란
백악관서 발언하는 트럼프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김지연 기자 = 미국이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민감국가 명단에 넣은 것을 두고 별일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행여 한미 기술협력에 불똥이 튈까 봐 명단 제외를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민감국가에 오른 데 따른 규제의 폭이 설사 작더라도 미국과의 연구·협력에 불편함이 초래되는 것은 사실인 데다 상황에 따라 미국 정부가 이를 한국을 압박할 카드로 활용할 여지도 있어서다.
19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정부에 민감국가 등재에도 한미 간 공동연구 등 기술협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거라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는 전날 좌담회에서 "민감국가 리스트라는 건 오로지 에너지부의 연구소에만 국한된 것"이라며 "큰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에너지부도 민감국가 3등급 기타지정국가에 등재되면 양국 간 인원 방문 시 신원확인 등 사전 내부 검토 절차를 거치지만, 공동연구 등 과학기술 협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한국 정부에 확인했다.
에너지부 산하 주요 연구기관 상당수는 보안기관으로 민감국가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45일 전 방문 신청을 하고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를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에너지부 산하 연구기관 방문 시 45일 전 외국인접근중앙시스템에 등록해 신원확인 절차를 거쳐 왔으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다른 정부출연연구기관도 이를 따라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일부 기관은 절차를 밟는 기간이 짧은 경우도 있지만, 주요 협력기관이 아닌 만큼 큰 영향은 없다는 평가다.
한미 양국 정부가 지난 1월 8일(현지시간) 제3국으로의 원전 수출 문제와 관련한 당국 간 소통 체계 구축 등을 담은 약정(MOU)에 서명한 것만 봐도 민감국가 지정이 원자력을 비롯한 한미간 기술협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계에서도 미국과 협력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큰 영향은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당장은 별 영향이 없더라도 한국이 에너지부 내 방첩기관의 레이더망에 걸린 만큼 다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울러 신원 조회의 특성상 그 기간이 한정없이 길어질 수도 있는 등 미국이 마음먹기에 따라 규제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도 거래적 관점으로 보는 성향이 강하다보니 민감국가 지정을 하나의 협상카드로 활용하려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 말만 믿고 '큰 일 아니다'라고 여길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정부는 미국과 명단 제외를 위한 협의를 적극적으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미국 측의 설명에도 민감국가 지정 배경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아 정부는 어떤 개선 방안을 마련해 미국을 설득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셉 윤 미 대사대리는 전날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서 한국인 방문자가 일부 민감정보를 유출한 사건으로 한국이 민감국가에 지정됐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는 여전히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설령 그런 일이 있었다 해도 개인이나 기관에 대해 규제를 내리면 될 일이지 동맹인 한국을 민감국가에 올린건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 정부가 보안 위반 행위에 연루됐을 것이라거나, 한미의 설명과는 달리 국내 핵무장 여론이나 탄핵정국 등 정치적 문제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주장이 사라지지 않는 것도 민감국가 지정 배경이 깔끔하게 설명되지 않은 탓이 크다.
그러나 정부가 DOE로부터 확인한 정보에 따르면 3단계인 민감국가 등급 중 한국이 속한 3등급은 경제안보 관련이라 1·2 등급 지정 배경인 핵비확산·테러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간 과학기술 협력에 차질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미국은 일관되게 주고 있고, 한국 입장에서도 그걸 바라지만 조금이라도 지장이 없도록 엄중히 보는 것"이라며 "우리로서는 그런 문제가 없도록 한미 간에 잘 협의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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