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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이 최근 국내 신생기업(스타트업)의 상표권을 빼앗으려고 미국에서 법적 분쟁을 제기해 문제가 되고 있다.

피해를 본 곳은 윤소희 대표가 2019년 설립한 여행 스타트업 굿럭이다. 이 업체는 국내외에서 여행자들의 짐을 보관하고 배송해주는 사업을 한다. 여행자가 출국을 위해 공항에 가거나 입국 후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할 때 짐을 날라준다. 또 출국 시간까지 시간이 남는 경우 일정 장소에서 짐을 맡아줘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위해 2020년부터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굿럭'이라는 상표권을 등록했다.

그런데 미국 업체 롱킹이 굿럭 상표로 2023년부터 여행가방을 만들어 팔면서 굿럭의 미국 상표권을 내놓으라고 최근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롱킹은 미국 특허상표청에 상표권 불사용 취소심판을 청구하고 지난달 말 굿럭에 통보했다.

불사용 취소심판이란 상표권을 등록해 놓고 사용하지 않을 경우 취소해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상표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제3자의 사용을 막거나 이를 판매해 이득을 얻으려는 행위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쉽게 말해 '상표 알박기'를 금지하는 것이다. 나인국제특허법률사무소의 조정흔 파트너 변리사는 "한국과 미국은 상표의 공익적 성격을 감안해 사용하지 않는 상표권을 불사용 취소심판으로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행자의 짐을 날라주거나 보관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굿럭의 앱 화면. 굿럭 제공


하지만 굿럭은 미국에서 짐 배송 및 보관 사업을 하고 있어 얘기가 다르다. 윤 대표는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 사용을 감안해 미국에서 소프트웨어와 물류 분야에 상표권을 등록했고 지금까지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며 "롱킹에서 관련 분야에 진출하려다가 뒤늦게 상표권을 발견하고 문제를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 때문에 상표권 침해를 당한 피해자인 굿럭도 상표권 계속 사용 사실을 돈을 들여 증명해야 한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소송을 당한 피고도 사실 입증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제도다. 개인이나 중소기업 등 상대적 약자도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으나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자주 일어난다. 소송까지 진행하면 3억~10억 원가량의 비용이 필요하다. 조 변리사는 "국내에 없는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는 약자도 대기업과 동등한 입장에서 소송을 제기하도록 보완하는 장치"라며 "그런데 특허 사냥꾼들이 이를 악용해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굿럭은 미국 특허상표청에 25일까지 상표 사용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상표권 사용을 입증하지 못하면 상표권을 내놓거나 롱킹과 상표권 공동 사용에 합의해야 한다.

이달 말까지 굿럭은 특허청 산하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K브랜드분쟁 대응전략 지원 사업'에 신청해 대응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해외에서 상표나 디자인 분쟁으로 피해를 보는 국내 중소, 중견기업의 소송 비용 등을 심사를 거쳐 지원하는 제도다. 그런데 이 제도도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면서 특허청 예산이 줄어 2023년 100억 원에서 올해 75억 원으로 축소됐다. 조 변리사는 "이번 분쟁은 제도적 지원을 받으면 굿럭에 유리할 것"이라며 "롱킹이 상표권 공동 사용을 위한 공존동의서를 굿럭에 요청할 가능성이 있으나 많은 비용을 주지 않는 이상 동의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윤 대표는 "미국 기업이 한국 스타트업이라고 얕잡아 본 듯하다"며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가 강조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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