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사진 가운데)과 조주연 사장이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배경으로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의 무리한 차입매수(LBO)와 단기 자금 회수라는 경영방식을 지목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MBK가 홈플러스의 우량 점포를 파는 데만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자본시장 업계에서는 MBK가 홈플러스라는 마트를 경영하는 데 실패했을 뿐, 사모펀드 전반의 문제로 확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사모펀드의 내부 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홈플러스 기업회생이 논란이 된 건 2015년 MBK가 과도한 대출을 일으켜 홈플러스를 사들였을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MBK는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상 최고가였던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중 70%에 달하는 약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 등을 활용한 대출로 마련됐다. 시장에서는 “예상 밖의 고가 매입”이라는 반응과 함께 MBK의 운영과 수익창출 방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MBK는 당시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인해 임차료가 증가했고, 온라인 유통업체가 부상하는데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매출은 급격히 악화했다. 금융부채도 영업이익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6일 “홈플러스는 애초부터 부동산 매각을 통한 자금 유동화에 주력했다”며 “(인수 명분일이었던) 경영 정상화 노력이 있었는지 의심스러운 상황”고 말했다. 실제로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완전히 문을 닫은 점포는 14개이다. 이중 경기 안산점, 부산 가야점과 해운대점 등 전국 매출 상위권에 올라 있던 점포를 폐점했다.
그러나 홈플러스의 실패를 사모펀드 전체의 폐해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부에서 차입을 하는 레버리지 방식은 사모펀드의 본질적 기능이자 운용방식”이라며 “하나의 투자 실패 사례를 두고 차입매수 자체를 문제삼는 건 결과론적 비판”라고 말했다.
또다른 자본시장 전문가도 “회사의 어려운 자금 사정을 숨기고 기업회생 직전까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도덕적 해이는 사모펀드뿐 아니라 공모펀드, 일반 대주주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인수금융은 회사가 현금흐름을 꾸준히 안정적으로 창출해 원리금을 상환하고 회사에 본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수익을 내는 구조로,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이미 일반화되된 방식”이라며 “홈플러스의 경우 구조적 역풍을 맞고 있는 산업에 너무 비싸게 투자해 꾸준한 현금흐름 창출이란 전제가 깨진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모펀드의 부실 경영은 견제하되,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이라는 사모펀드의 순기능은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칫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부실 기업을 주로 떠안아 혈세는 혈세대로 쓰고 부실은 제대로 정리되지 않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성인 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모펀드는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한 뒤 가치를 높여 매각하는 점에서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며 “사모펀드의 인수금융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결국 금융당국과 은행 중심의 관치 구조조정으로 회귀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최근 MBK를 비롯한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 30곳에 조직도와 내부통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모펀드 운용사가 금융회사는 아니지만 고용이나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최소한의 관리·감독이 가능한지 살펴보려는 취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