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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무관한 참고 사진. 최현규 기자


부부가 불과 4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둘 다 직장암 판정을 받은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담당 의사는 의료대란으로 수술이 잇따라 연기되는 상황 속에서 무거운 죄책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16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최근 24회 ‘한미수필문학상’ 시상식에서는 ‘어느 부부와의 약속(이수영 화순전남대병원 대장항문외과)’이라는 작품이 장려상을 받았다.

해당 작품은 저자에게 직장암 수술을 받은 한 남성과 그를 살뜰하게 간호하던 아내가 몇 달 새 다시 찾아온 것으로 시작된다. 아내가 머뭇거리며 내민 소견서에는 ‘직장암으로 의뢰드린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안타깝게도 소견서의 주인공은 남편이 아닌 아내였다. 이번에는 아내가 직장암에 걸린 것이다. 소견서를 본 저자는 외래 진료를 본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아이고, 이를 어째”라는 말을 내뱉었다고 한다.

아내는 진행성 직장암을 앓고 있었지만, 간이나 폐 등 다른 장기에 전이는 없었다. 저자는 아내에게 남편과 마찬가지로 항암방사선치료를 먼저 한 후 수술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그는 “저희 부부는 교수님께서 책임져 주셔야 한다”는 부부의 말에 “걱정하지 말라”는 약속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부부가 다녀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의과대학 정원 증원이 발표됐고 전공의들이 잇따라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아내의 수술은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일정이 두 번이나 연기되자, 그의 아내는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받겠다며 수술을 취소했다.

이에 저자는 어쩌지 못하는 의료현장 상황과 환자에 대한 죄책감 사이에서 견딜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는 “비록 내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환자의 신뢰를 무너뜨려버렸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다”며 “곪아 터진 시스템으로 야기된 문제를 개인이 해결하기란 불가능했고, 내가 노력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저자는 그러면서 “환자와의 약속도 못 지켰는데, 전공의들에 동참하지 않고 병원에 남아 수술을 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했다.

손을 꼭 쥐고 진료실을 나서는 부부의 뒷모습에서 애틋함을 느낀 저자는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 관계가 무너지는 현 사태가 하루 속히 해결되길 빈다”고 강조했다.

이 작품 외에도 이번 한미수필문학상에는 의료현장에서의 잊을 수 없는 사연과 이를 지켜본 의사의 고뇌가 담긴 작품이 많았다. ‘무거운 통화’라는 작품에는 아동학대를 신고한 의사의 무거운 책임감과 고뇌가 담겼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자신의 어머니처럼 42세에 ‘유전성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를 진단받은 젊은 환자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 밖에도 ‘의사는 죽어서 무엇을 남기는가’ ‘한 할머니의 잠 못 이루는 밤’ ‘그녀의 마지막 편지’ 등 다양한 작품이 출품됐다.

한미수필문학상은 한미약품이 후원하며, 의사들이 의료 현장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기록한 수필을 시상한다. 올해는 총 129편의 작품이 접수돼 치열한 심사를 거쳐 14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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