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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지인 “여사가 윤석열 의사결정 좌지우지…대통령과 많이 싸워”
“여사 코치 우려 계엄 모의도 삼청동서”…양심선언 없어 베일에 싸여
김건희 여사가 2024년 9월 10일 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생명의전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주간경향] “냉전 시대엔 ‘소비에톨로지’라는 학문영역이 있었다. 당시 소련 크렘린의 의사결정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어떻게 정책이 결정되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으로 남아 있다. 미궁이다. 윤석열이 (구치소로) 들어가고 난 다음엔 국정운영이 마비되는 게 아니라 더 신속하고 매끄러워졌다. 비유하자면 이전에는 윤석열과 김건희에게 결재 도장 둘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은 하나만 받으면 되니까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공희준 정치평론가의 말이다.

‘12월 3일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에서 김건희 여사의 역할이 무엇이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그는 윤석열 정부를 ‘공동정권’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이 내란 우두머리로 감옥에 가 있는 동안도 정권은 그럭저럭 굴러갔다. 최종적으로 버텨주는 것이 김건희일 가능성이 크다.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이후 최초의 공동정권인데 국정농단을 넘어 국정 주도까지 가는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졌다. 박근혜의 경우 국정농단 사태가 탄핵 이전부터 밝혀졌는데 희한하게 이 정권에서는 아직 양심선언하는 사람도 없고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례적인 일이다.”

“대통령실 여사가 다 장악했다”

주간경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건희 여사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지인을 접촉할 수 있었다. 대통령실 주변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활동과 의사결정에서 핵심적인 배후 인물로 소문난 인사다. 정치권에는 지난해 10월, 김건희 여사의 ‘자살 예방 및 구조 관계자 격려’ 마포대교 방문 자살 예방 캠페인 등에 핵심적인 조언을 한 지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관계를 두고 ‘맥베스 부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여기선 맥베스가 윤석열이다. 윤석열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했다는 뜻이다. 그렇게 보는 근거는 뭘까.

“대통령실은 여사가 다 장악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여사가 관심 갖는 건 100% 여사 위주로 돌아간다. 그래서 많이 싸웠다. 윤석열 대통령이 열받아 나가서 새벽 3시까지 술 마시다 들어간 적도 있다. 계엄 모의를 왜 한남동이 아니라 삼청동 안가에 가서 했겠나. 여사가 알면 이래라저래라 코치하는 것이 듣기 싫으니까.”

그는 ‘12·3 비상계엄’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경호실장으로 있으면서 대통령을 ‘꼬드겨’ 군사정권을 만들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으로 여사에게 잘 보이면서 막은 것이다. 대통령실에 이명박 전 대통령 라인이 많이 들어갔다. 여사를 배제하고 대통령을 움직이려고 하는데 잘 안 먹히는 것이다. 김대기 전 비서실장이나 밑에서 아무리 뭐라고 해도 ‘김영선 쓰기로(공천해 주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하니 아무 말도 못 하는 것이다. 국정이 쪼개져 있는 상태로 있으니 말 못 하는 것이다.”

그는 여사를 수행하던 대통령실 행정관으로부터 “여사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나 도는 이야기는 꼭 이야기해 달라는 신신당부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여사가 좋은 일도 많이 했지만, 점점 변해가니 불안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1시간 중 59분을 떠든다는 이야기는 나왔지만, 나중엔 여사도 그랬다. 한마디 말대꾸하면 1시간 동안 역정을 냈다. 내부에서 있었던 일이 왜 바깥에 흘러나올까. 멀리 있는 사람들에겐 한 자리씩 주는데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겐 일만 시키니 불만이 쌓이는 거다. 조모 과장도 그래서 불만이 쌓였던 것이고, 유모 행정관도 그 선물 백(최재영 목사가 선물한 디올백)을 그 친구가 가져갔다, 그 친구가 실수한 거다, 이런 식으로 떠넘겼다. 비서가 아니라 왕비가 무수리를 대하듯 한 것이다.”

리투아니아 쇼핑 논란 한 달 전, 베트남에서도…

베트남 호찌민시의 명품전문 백화점에 방문한 김건희 여사. 2023년 6월 23일로 추정되는 이날 방문은 대통령실 공식 홈페이지 공식 일정이나 사진기록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사진은 한 베트남 틱토커가 찍어 올린 영상을 캡처한 것이다./유튜브채널 건진사이다 제공


기자는 최근 베트남에서 찍힌 한 영상을 제보받았다.

영상은 베트남 호찌민 시내의 한 백화점에 고급승용차가 서고, 유모 행정관이 뛰어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어 차에서 김건희 여사가 내린다. 여사가 다시 포착된 것은 ‘구찌’, ‘카르티에’ 간판이 있는 백화점 에스컬레이터 앞에서다.

여사의 옷차림 등을 보면 지난 2023년 6월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프랑스·베트남 방문 일정 때 찍힌 영상으로 추정된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일정이나 사진 자료엔 해당 백화점 방문 기록이 없다.

“김건희 여사 옷차림 등을 보면 그날 베트남 호찌민시의 한 중학교 방문 행사 전후로 보이는데 왜 명품숍이 입주한 백화점을 방문했냐는 거다. 방문 시기를 보면 불과 한 달 뒤에 현지 언론 보도로 물의를 빚은 리투아니아 명품매장 방문 논란 사건이 벌어진다.”

해당 영상을 제보한 유튜브 채널 ‘건진사이다’ 운영자 김모씨의 말이다. 해외 순방 중 비공식 일정으로 명품쇼핑은 반복되는 습관이었다는 주장이다.

2023년에 찍힌 영상이지만 한국에서 영상이 ‘발견’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윤 대통령 체포 후 김건희 여사 팬클럽이 2023년 틱톡에 올라온 영상을 가져다 응원 글과 함께 홈페이지 및 유튜브에 올리면서다. 영상이 물의를 빚자 김 여사 팬클럽 측은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풍자 영상을 올리던 ‘건진사이다’ 채널은 2024년 9월 한국정책방송원으로부터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당했다.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최모 변호사가 대리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김씨의 말이다.

“애당초 누구든지 사용하도록 할 수 있는 공공저작물인 KTV 영상이 저작권 침해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가 국회에서 논란이 됐다. 현재는 검찰에 넘어가 있는데 기소 중지 상태다. 고소당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말도 안 되는 소송이라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는데 솔직히 그동안 심적인 피해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여사의 ‘심기 경호’를 위해 창작자를 겁박하기 위한 소송이 아니었냐는 주장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관통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콤플렉스다.”

윤석열 대선캠프 정책 총괄실장을 역임한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의 말이다.

“무속도, 명품에 대한 집착도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된 후 사과 기자회견 문구에서 내가 주목했던 한마디는 이것이다. ‘돋보이고 싶은 욕심에.’ 원래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은 동대문·남대문에서 1만원짜리 옷을 걸쳐도 10만원, 100만원 이상으로 돼보이면서 자신감을 뿜어낸다. 그런데 콤플렉스가 많은 사람은 그것을 외적으로 커버하기 위해 명품으로 휘두르는 것이다. 학력위조, 경력위조를 ‘내가 돋보이고 싶어서’ 했다는 말이다.”

“100일 버티면 돌아올 수 있다”는 천공 주장

무속인 천공은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 직후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요 3개월, 100일은 힘든 기간이겠지만 이 기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하늘이 지혜를 빌려줄 것”이라며 그의 복귀 가능성을 거론했다.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일로부터 100일째 되는 날은 3월 12일이었다. 공교롭게도 직전이었던 주말, 검찰의 석방 조치로 서울구치소에서 있던 윤 대통령은 관저로 돌아갔다. 헌재 심판과 형사재판에 불구속 상태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정말 그가 원래의 자리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을까.

천공은 그 근거로 “신의 논리로 불이 활활 타올랐더라도 물을 부으면 불은 꺼지기 마련”이라며 “동지가 지나면 바뀌면서 윤석열은 그 힘에 올라타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나름대로 명리학이나 음양오행설에 근거한 주장으로 보인다. 이 주장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지난 2019년 2월 17일 역술인 서대원 씨(왼쪽)가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만나 자신이 지어준 호 율산(律山)을 적은 글귀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향자료 사진, 서대원 제공


“쓸데없는 주장이다. 역술은 ‘100일만 버티면 돌아올 수 있다’라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천신에 제사를 지내고 굿하고 그런 것들이 약간의 효과가 없지는 않다고 본다. 그런 심령술을 부리면 사람들 마음이 조금은 변하는데 그것은 순간적이다. 흘러가는 큰 물결을 봐야 한다.”

주역 전문가 서대원씨의 말이다. 그는 역학은 현상을 자세히 살펴서 앞날을 내다보는 것인데 천공 주장은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읽는 것이 빠졌다”라고 주장했다.

“국민이 원하고 나아가는 물결을 봐야 한다. 천공은 정통역학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다. 탄핵이 인용되고 대선 날짜가 정해지면 소란은 당분간 지속하겠지만 큰 물줄기가 나가는 걸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내가 그때 내 영달을 위해서 헛소리라도 했으면 건진이나 천공처럼 안 붙었겠나.”

그가 말하는 ‘그때’란 대선 전 윤석열이 검찰총장에 임명되기 전과 후, 자신을 찾아왔을 때를 말한다. 당시 서씨는 윤 대통령에게 ‘율산(律山)’이라는 아호를 지어주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내가 윤 대통령과 본격적으로 헤어진 게 조국 이야기 때문이다. 조국하고 친하게 지내라, 친하게 지내지 않으면 뒷날 크게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사실이 되지 않았냐.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이 빌빌댈 때 조국이 나와 떠드는 바람에 분위기가 확 바뀌지 않았나.”

그는 “윤 총장은 총장을 하면서부터 대권을 꿈꾸고 있었다”라며 “가타부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에 나가면 끝이 좋지 않은 것이 보여서 조국하고 친하게 지내라고 했던 것”이라고 덧붙여 주장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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