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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강서구 서울창업허브 M+에서 열린 서울 바이오 혁신포럼에 참석한 뒤 개회사 도중 오 시장이 언급한 ‘조기 대선’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22년 동안 공인중개업을 하는 공인중개사입니다. 강남 일대가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묶인 지 5년이 됐습니다. 가격 폭등을 제어하는 순기능만 있는 게 아니라 풍선 효과로 다른 지역 집값이 폭등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고, 지역 주민들은 (토지거래허가) 규제를 철폐해달라고 시장님께 말하고 오라고 합니다. 강력한 희망 사항이기 때문에 강력히 요청합니다.”

지난 1월1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에서 공인중개사 ㄱ씨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이같이 제안했다.

이에 오 시장은 “그동안 풀고 싶었는데, 당연히 풀어야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서 기름을 붓는 역기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과감히 풀지 못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지난 2~3개월 정도 하향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견해입니다. 상당히 적극적으로 토허제를 해제하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라고 화답했다.

1월부터 서울시 부동산 규제 완화 내놔

이 토론회는 서울시 부동산 규제 완화의 신호탄이었다.

서울시는 올 1월3일 서울시정의 화두를 ‘규제철폐’로 삼고 불필요한 제도를 과감히 없앤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3일 뒤 규제철폐 1·2호가 발표됐다. 모두 건설 분야 규제였다.

1호는 상업·준주거지역 내 비주거시설 비율을 폐지하고 완화하는 내용이었다. 상업지역 내 주거복합건축물 비주거시설 비율을 연면적 20%에서 10%로 낮추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2호는 건설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본안평가 면제 대상을 확대·완화하는 것이다. 올해 시정의 화두인 규제 철폐의 첫 발표 대상이 ‘건설’ 분야였기에, 강남3구 등의 토허제 해제는 사실상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약 한 달 뒤인 지난 2월12일 오후, 서울시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갑자기 브리핑을 열었다. 강남3구 등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관한 내용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거주 이전 자유,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는 민원이 많았다. 토허제의 (집값 안정화) 효과가 시간이 흐르면서 감소했다”며 잠실·삼성·대치·청담 등 인근 아파트에 대해 4년 8개월 만에 토허제 지정을 해제했다.

또 관리처분 계획 인가 뒤 투기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되면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구역과 공공 재개발 34곳, 투기과열지구(강남3구·용산구) 내 신속통합기획 14곳도 지정 해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상승 우려는 현실로

부동산 가격이 들썩일 것이라는 우려는 곧장 나왔다. 실제 오 시장의 ‘토허제 해제 검토’ 발언 뒤 이들 지역의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높였기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최근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집값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을 보면, 3월 둘째 주 기준 전주 대비 강남 3구 집값 오름폭은 7년여 만에 최대였다.

토허제를 해제한 강남 3구가 집값 상승을 주도하자,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 뒤따라왔다. 3월 첫째주와 둘째주를 견줘보면, 마포구는 0.11%→0.21%, 용산구는 0.1%→0.23%, 성동구는 0.08%→0.29%로 상승률이 급증했다.

토허제 이후 아파트 신고가도 이어지고 있다. 잠실엘스 전용 84㎡는 지난달 30억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찍었고, 리센츠 59㎡도 24억3천만원에 신고가를 갱신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그동안 눌려 있던 소위 잠·상·대·청 지역으로 서초지역의 투자 수요가 넘어가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부터 안전진단 없이 조합 설립이 가능해져 사실상 대부분의 재건축·재개발 지역이 지정 해제돼 집값 상승 기대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브리핑에서 “부동산 가격이 과열될 경우 토허제로 재지정할 수 있다”면서도 “정확히 몇 퍼센트 올랐다는 과열의 기준은 아직 세워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도 현장검검…서울시 부랴부랴 진화

이에 정부까지 나서 서울 부동산 현장점검을 하겠다고 나섰다.

서울시는 부랴부랴 불 끄기에 나섰다. 지난 9일엔 보도자료를 내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전후 ‘잠·삼·대·청’ 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이 각각 78건, 87건으로 해제 영향이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이틀 뒤 오 시장은 “(해제 이후 초기) 집값 상승은 예상했고,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는다”면서도 “집값 상승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과도하면 다시 규제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는 14일 부동산 투기·교란 세력을 단속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강남 3구를 비롯한 마포·용산·성동구 등 주요 지역에 시·자치구 합동 현장점검반을 투입해 불법행위를 단속 중이고, 적발 시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올해 입주 물량 4만7천호 가운데 31%(1만4천호)가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에 몰려 있어 집값 안정을 기대한다”고 예상했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의) 기폭제가 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주택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서울시와 면밀히 검토해 필요한 상황이 온다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절한 행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열린 ‘제13차 부동산 시장 및 공급상황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토허제 재지정을 즉시 추진하겠다”고 반복했다.

오세훈 시장은 왜?

‘토허제 해제 뒤 과열되면 재지정’이라는 서울시의 오락가락 행정은 오 시장의 ‘조기 대선 출마’를 위한 헛발질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위법했다는 증거가 잇달아 나오면서 서울시의 부동산 규제 완화도 속속 나왔기 때문이다.

토허제 해제 지역이 집값 상승을 이끄는 강남3구가 중심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조기 대선용 카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 힘 지지세가 강한 강남권을 향한 손짓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규제 철폐는 서울시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 토허제 관련 민원이 지속해서 있었다”며 조기 대선과의 연관성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서울시는 현재까지 규제철폐안 73호까지 공개했다. 철폐안의 30%가량은 용적률 완화 등 건설 관련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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