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식물 연구자가 추천하는 봄 산꽃
제 이름은 ‘현호색’ 이에요. 꽃잎이 쇠뿔 모양인 쇠뿔현호색, 털이 많은 털현호색, 꽃받침조각이 갈퀴 모양인 갈퀴현호색 등 다양하답니다. 돌베개 출판사 제공


하루가 다르게 온화해지는 공기를 감지하는 날이면 반사적으로 길섶을 살피게 된다. 봄꽃 소식이 간절한 요즘은 우리나라 산꽃을 알아가기 좋은 때다. 식물 연구자 김진석, 이강협, 김상희씨가 독자들이 꼭 봤으면 하는 봄의 산꽃을 추천했다. 이들은 최근 한반도 산지에서 자라는 총 1210분류군의 식물을 6000여장의 사진과 함께 소개한 <한국의 산꽃>(돌베개)을 출간했다.

예쁘게 핀 꽃을 카메라에 담는 모습은 누구든 아름답다. 원예학을 전공하고 식물분류 및 현장 조사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 활동을 해온 이강협씨는 “예쁜 꽃을 사진에 담아 두는 작업은 마음속에 정원을 가꾸는 일”이라고 말한다. 자연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산꽃 촬영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이씨는 “인내심을 갖고 햇살과 바람과 비 같은 자연의 흐름을 잘 이해한 후, 식물에게 매우 조심스럽게 다가갈 것”을 주문했다. “화려한 꽃만 집중적으로 찍기보다는, 식물의 열매나 전체의 모습 등 다양한 관점에서 식물을 보고 촬영하길 추천합니다. 그 식물이 살아가는 자연생태까지 한 장의 사진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1 누른괭이눈: 잎 표면에 흰색 줄무늬가 있죠.


그가 추천하는 첫 번째 산꽃은 한반도 고유종인 1누른괭이눈이다. 4월 초 강원도 숲속 계곡 가까운 축축한 곳에서 넓게 퍼져 자라는 노란색 꽃 군락을 만난다면 누른괭이눈일 확률이 높다. “어두컴컴한 봄의 숲속에 노란색 매트를 펼쳐놓은 듯해서 선명하고 상쾌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는 그의 설명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잎 표면의 흰색 줄무늬를 살피면 된다.

2 난사초: 잎에 붙어 있는 긴 흰털을 확인하세요.


역시 깊은 산의 계곡 주변이나 능선에서 주로 자라는 2난사초는 수꽃의 노란색 꽃밥이 성숙할 때의 모습이 특히 매력적이라고 한다. “꽃의 키가 작아서 몸을 최대한 낮춰 들여다보는 게 좋습니다. 잎에 빽빽하게 붙어 있는 가느다랗고 보드라운 긴 흰털을 자세히 관찰해보기를 추천합니다.”

3 남산제비꽃: 코끝을 스치는 진한 향기!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제비꽃의 한 종류인 3남산제비꽃은 흰색, 연한 노란색, 자주색 등 색상도 다양하고 가늘게 갈라진 잎의 모양도 지역과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르다. 이씨가 일러주는 이번 봄 남산제비꽃의 감상법은 “코끝을 스치는 진한 향기”를 맡는 것이다.

4 개별꽃: 꽃이 별꽃과 닮았거든요.


한반도식물다양성연구소 대표인 김진석씨는 도시림 등 주변의 산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꽃들을 소개했다. 이른 봄에 피는 4개별꽃은 ‘꽃이 별꽃과 닮은 식물’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개별꽃류은 꽃자루에 털이 있는지, 꽃잎이 몇개인지, 꽃잎의 끝이 뾰족한지 아니면 오목하게 갈라졌는지를 관찰하시면 다른 개별꽃류와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마치 수국처럼 하늘색부터 분홍색까지 오묘한 그러데이션이 매혹적인 현호색 은 대표적인 봄 산꽃이다. 현호색과 조선현호색처럼 몇몇은 전국에 분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현호색류는 좁은 지역에 분포하기 때문에 고유식물이 많다. 울릉도에만 분포하는 섬현호색, 제주도에만 분포하는 탐라현호색, 봉화에만 분포하는 봉화현호색 등의 차이점을 살피는 것도 흥미로운 감상법이 될 듯하다. “형태도 종마다 매우 특이합니다. 꽃잎이 쇠뿔 모양인 쇠뿔현호색, 털이 많은 털현호색, 꽃잎의 밑부분이 날개 모양으로 발달한 날개현호색, 꽃받침조각이 갈퀴 모양인 갈퀴현호색 등은 형태적 특징이 반영된 이름을 가졌습니다.”

5 산자고: 주변 산에서 쉽게 만날 수 있어요.


꽃잎(화피편)과 수술이 6개인 백합과 식물의 전형적인 꽃의 형태를 갖춘 5산자고는 ‘산에서 자라는 자고’라는 뜻의 이름이다. “비늘줄기가 물가에서 자라는 소귀나물류(한자명이 자고)의 비늘줄기와 닮은 특징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산자고는 우리나라의 전역에 비교적 흔히 분포하기 때문에 주변의 산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6 설악분취: <한국의 산꽃>에 처음 소개됐답니다.


20년간 전국을 돌며 식물을 관찰한 김진석씨가 지금도 설레며 찾는 곳은 다양한 북방계 희귀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설악산이다. 금강봄맞이, 만주송이풀, 산솜다리 등은 국내에서는 오직 설악산에서만 볼 수 있다. 그가 작년 여름 설악산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6설악분취는 <한국의 산꽃>에 국내 최초로 소개됐다.

7 복수초: 꽃잎보다 꽃받침이 길답니다.


8 너도바람꽃: 꽃잎처럼 보이는 게 꽃받침이란 사실!


9 설앵초: 주로 고산지에서 자란대요.


10 깽깽이풀: 꽃은 예쁘고 이름은 귀엽죠?


주말이면 등산 가방에 카메라를 챙겨서 꽃을 보러 다니는 25년 경력 ‘식물덕후’ 김상희씨는 “야생에서는 누가 가르쳐줘서 찾아가는 것보다 내 발로 한 곳 한 곳 찾아다니며 어린 모습부터 관찰하게 되면 그 식물과 친하게 지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주변 생태환경을 알고 찾아보면 좋을 봄꽃으로 그는 7복수초, 8너도바람꽃, 9설앵초, 10깽깽이풀을 꼽았다. 강원도나 높은 산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고 있던 너도바람꽃을 울산 울주군의 동네 산 계곡에서 우연히 발견한 건 그의 큰 기쁨이었다.

식물 공부가 너무 막연하다면 식물도감을 가이드북으로 삼는 것도 방법이다. 김씨는 “식물 공부의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식물의 이름과 익숙해지는 것”이라며 “도감의 사진과 함께 가장 중요한 형질에 대한 특징, 다른 식물들과의 구분법 등을 잘 활용하면 손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예쁜 사진들을 감상하면서 식물의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보기를 바랍니다.”

수십년간 식물을 관찰해온 저자들은 지속적으로 많은 식물의 서식처가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생태적으로 기후변화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곳이 고산지대 및 아고산지대이다. 김진석씨에 따르면 해발고도가 높은 한라산에서 자라는 깔끔좁쌀풀, 바위장대, 한라장구채, 한라송이풀 등 희귀식물의 개체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특히 한라솜다리와 제주황기의 경우 10개체도 남지 않았을 정도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기후변화 등과 같은 이유로 사라지기도 하지만, 인간의 채취와 간섭도 주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직업적이든 취미생활이든 식물들을 만나러 다니는 사람들은 자연의 흐름을 최대한 간섭하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서 예쁘게 꽃을 피울 수 있게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자연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고귀하고 소중한 식물들이 우리나라에서 소멸하지 않고 우리 후배와 후손들과 공유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꽃이 피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 만큼 일시적으로 특정 지역에 많은 탐방객이 몰릴 수 있다. 이강협씨는 식물에 대한 배려를 언급했다. 그는 “이른 봄에는 다른 식물들에 비해 일찍 꽃을 피운 식물을 보기 위해 수많은 식물이 움트고 있는 숲 바닥을 무심코 밟고 다니는 경우가 있다”며 “이때 주변의 돌이나 나뭇가지를 밟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148 대전 미분양 주택 1년 새 90% 증가… 지난해 ‘공급 폭탄’ 영향 랭크뉴스 2025.03.15
44147 비트코인 뺨치는 구릿값… 트럼프 관세에 “더 오른다?” 랭크뉴스 2025.03.15
44146 '尹탄핵 선고' 임박, 주말 서울 10만명 모인다…긴장감 최고조 랭크뉴스 2025.03.15
44145 尹선고 임박에 양측 '팩스폭탄'…헌재에 탄원서 수백건 빗발 랭크뉴스 2025.03.15
44144 美민감국가에 韓 추가 확인 파장…실제 시행시 동맹간 신뢰 타격 랭크뉴스 2025.03.15
44143 미 정부 “올 1월초 한국 민감국가에 추가”…4월 15일 발효 랭크뉴스 2025.03.15
44142 손끝에 딸기향 밸 때까지 ‘톡’ ‘톡’, 봄을 따러 속초로 가봄 랭크뉴스 2025.03.15
44141 [위클리 건강] 바람만 스쳐도 아픈 '통풍'…뇌졸중·심근경색 '촉매제' 랭크뉴스 2025.03.15
44140 방미 통상본부장 "美측에 韓 관세면제·비차별적 대우 요청" 랭크뉴스 2025.03.15
44139 "삼성·네이버도 참여" AI컴퓨팅센터 유치 전국서 도전장 랭크뉴스 2025.03.15
» »»»»» 봄을 물들이는 산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이름을 알면 더 예쁘다 랭크뉴스 2025.03.15
44137 "그를 아는 자 불멸"…위대한 혼, 마하트마 간디를 읽다 [김성칠의 해방일기(11)] 랭크뉴스 2025.03.15
44136 [영상] 울타리 껑충 뛰고 지붕 위 추격전…과밀 교도소가 낳은 53명 탈주극 랭크뉴스 2025.03.15
44135 당뇨가 유전 탓? 99%는 당신 탓! 랭크뉴스 2025.03.15
44134 尹 탄핵 선고 날 '서부지법 폭동' 반복될라... 여야 "헌재 결과 승복" 못 박아야 랭크뉴스 2025.03.15
44133 [샷!] "학원선생인 척 아이 데려가도 알 수 없어요" 랭크뉴스 2025.03.15
44132 이 사진 보자 통증 줄었다…뇌과학이 밝힌 놀라운 '자연 효과' 랭크뉴스 2025.03.15
44131 'EU 보복관세에 발끈'한 트럼프, “굽히지 않겠다” 전면전 불사 [글로벌 모닝 브리핑] 랭크뉴스 2025.03.15
44130 일본 아줌마까지 K-뷰티 입덕, 나도 내 브랜드 팔아봐? 랭크뉴스 2025.03.15
44129 중학교 교사, 수업 중 '尹 동물 비유·욕설' 의혹에…교육청 나섰다 랭크뉴스 2025.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