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푸틴 "추가 논의 필요" 사실상 거절 신호에
휴전 회의론 확산… "근거 없는 낙관" 비판
"우크라 때린 미국, 러 기세만 올려" 지적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30일간 중단한 뒤 종전을 논의하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평화 구상이 초반부터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휴전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반면 미국엔 러시아를 압박할 뾰족한 수가 없어서다. 동맹인 우크라이나만 몰아붙여 푸틴을 설득하려던 트럼프의 어설픈 중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거세졌다.

푸틴, 전쟁 멈출 생각이 없다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지난 12일 동부 주요 도시인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 진영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하르키우=AP 연합뉴스


트럼프 평화 구상 회의론을 불 지핀 건 단연 푸틴의 이날 기자회견 발언이었다. 푸틴은 13일(현지시간) 벨라루스와의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휴전 자체는 지지하지만 '30일 휴전안'은 우크라이나에만 유리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BBC방송,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전쟁을 지속하기 위한 꼬투리 잡기"에 불과하다는 공통된 평가를 냈다.

협상 지연의 1차 목적은 '쿠르스크 완전 탈환'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8월 기습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를 자국 점령지 반환을 위한 거래 수단으로 쓸 구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영향으로 패퇴를 거듭하기 시작했고, 최근 이틀 새 쿠르스크 최대 도시인 '수자'까지 빼앗겼다. 승기를 잡은 러시아로서는 휴전에 응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휴전은커녕 푸틴의 '우크라이나 점령 야욕'도 여전했다. "휴전이 분쟁의 근본 원인 제거로 이어져야 한다"는 발언이 단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향권을 벗어나려 했다는 이유로 2022년 2월 침략을 감행했던 푸틴에게 '전쟁 원인 제거'는 '우크라이나 주권 박탈'과 다르지 않다. BBC는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독립) 국가라는 개념 자체를 부인해왔다"며 "(서방으로선) 용납할 수 없는 조건을 들이밀며 (사실상) '휴전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푸틴 발언을 휴전 거부로 간주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의 발언에 "그가 트럼프에게 대놓고 '전쟁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하기 두려워서 휴전 거부 구실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희망적" 낙관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미국은 협상 불씨가 남았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푸틴 발언에 "희망적이지만 완전하지는 않다"며 "러시아가 옳은 일을 하지 않으면 전 세계가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전 자체를 지지한다'는 푸틴의 발언을 부각시키며, 푸틴에 대한 압박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낙관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론이 크다. 푸틴을 협상 테이블에 앉힐 카드가 마땅치 않아서다. 개전 이래 러시아의 대(對)미국 수출은 80% 이상 감소했다. 휴전안을 거부하면 대러시아 경제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미국의 물밑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고 하나 러시아가 아파할 만한 수준은 아닌 셈이다. 미국 CNN방송은 "트럼프가 현실과 동떨어진 낙관론을 폭발시키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 공화당 내에서조차 "러시아의 종전 의지는 극도로 회의적"(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트럼프로선 푸틴의 기세만 올려주면서 되레 휴전 참여 동력을 떨어뜨렸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AP통신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정보 지원을 중단했던 7~10일 러시아군이 쿠르스크 면적 166㎢를 탈환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가 러시아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고, 푸틴의 입지 강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푸틴 설득에 실패한 트럼프가 엉뚱하게도 우크라이나 압박 수위를 올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WSJ는 이날 사설에서 "우크라이나를 더 두들겨 패 일방적 양보를 수용하도록 하는 것 외에 트럼프에게 다른 '플랜B'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010 여야 '받는 돈 43%' 공감... 조기 대선 전 '표 안 되는' 연금개혁 부담 턴다 랭크뉴스 2025.03.14
44009 보이스피싱에 주민번호 유출…변경은 ‘첩첩산중’ [제보K] 랭크뉴스 2025.03.14
44008 막판 총력전 "탄핵 각하해주세요. 아멘"‥"내일도, 모레도 걷는다" 랭크뉴스 2025.03.14
44007 헌재 담장에 철조망까지…“선고 당일 ‘갑호 비상’ 발령” 랭크뉴스 2025.03.14
44006 쿠팡 물류센터서 또…밤 10시 일용직 50대 노동자 쓰러져 숨져 랭크뉴스 2025.03.14
44005 다음 주로 넘어가는 윤 사건…윤·국회 측 모두 “신속 선고” 랭크뉴스 2025.03.14
44004 “목사가 할 소리냐”…이재명 암살하라는 신학자 ‘악마의 선동’ 랭크뉴스 2025.03.14
44003 '미친개' 아들에 질려버렸다…엄마가 죽고 5년뒤 생긴 일 랭크뉴스 2025.03.14
44002 ‘판사 탄핵’ 청원까지···윤석열 구속 취소 판사 놓고 지지자들 제각각 비난 랭크뉴스 2025.03.14
44001 윤석열 탄핵선고 지연에 야당 긴장감…“심상찮다” “8대0 불변” 랭크뉴스 2025.03.14
44000 트럼프, 또 ‘핵보유국’ 발언…김정은과 관계 재구축할 것 랭크뉴스 2025.03.14
43999 채솟값 고공행진에 ‘중국산’도 ‘국산’인 척 랭크뉴스 2025.03.14
43998 금값 왜이래…국제 가격 역대 최고가 찍은 날, 한국은 -14% 랭크뉴스 2025.03.14
43997 김수현 측 “故 김새론 미성년 때 아닌 성인 된 뒤 1년여 교제” 랭크뉴스 2025.03.14
43996 ‘尹탄핵심판 결론’ 다음주로… 헌재, 선고일 당사자 고지 안 해 랭크뉴스 2025.03.14
43995 포항 현대제철 공장서 20대 직원 추락해 숨져 랭크뉴스 2025.03.14
43994 "날 죽여 데려가라" 두테르테 체포 직후 12시간 거센 저항… 지문 채취 거부도 랭크뉴스 2025.03.14
43993 신한울 2호기, 이틀 만에 또다시 방사선 경보 발생 랭크뉴스 2025.03.14
43992 '尹 선고' 다음 주로‥헌재 평의, 왜 길어지나? 랭크뉴스 2025.03.14
43991 "오늘 저녁은 '공짜'로 먹어볼까"…짠내나는 마감할인족 위해 '무료'로 준다는데 랭크뉴스 2025.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