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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유실 막으려 도입한 '개민증', 등록률 오리무중
유실 동물 12%만 주인 찾아…내장칩 제거후 유기도
'코 무늬'·유전자정보 등 생체정보 기술 도입 추진


'오늘의 주인공은 나'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지난해 9월 27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2024 서울펫쇼에서 반려견이 옷을 입고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5.3.14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의 유기·유실 문제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처하고자 2014년 반려동물 등록제가 도입됐지만 지지부진하다. 그런 상황에서 제도를 악용한 펫보험 사기도 등장했다.

반려동물 개체 수 관리는 모든 반려동물 정책의 근간을 이룬다. 인간으로 치면 '인구주택총조사'와 같다.

그러나 당국은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반려견 수도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반려견 주민등록증인 '개민증' 등록률은커녕 전체 양육 개체 수조차 오리무중이다.

국내 반려동물 등록제 11년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내가 어린이들에게 인기스타"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지난해 5월 4일 제주시민복지타운 광장에서 열린 2024년 제주 반려동물 문화축제에서 어린이들이 반려견과 함께 각종 체험행사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5.3.14


반려견만 등록 의무…무선전자식별장치 달아야
현행 반려동물 등록제는 개에 대해서만 의무화돼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2개월령 이상의 반려견은 소유권을 취득한 날로부터 30일 이내 동물을 등록해야 한다.

반려동물을 등록하려면 무선전자식별장치를 달아야 한다. 장치는 크게 내장형과 외장형으로 구분된다.

내장형은 쌀알 크기의 마이크로칩을 동물의 피부와 근육 사이 공간에 주입하는 방식이며, 외장형은 펜던트 같은 목걸이를 동물의 목에 걸어주는 방식이다.

그간 체내 삽입에 대한 거부감으로 내장형 장치에 대한 선호도가 낮았으나, 최근에는 외장형이 분실·파손 우려가 높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내장형의 선호도가 개선된 상태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견에 대한 외장형·내장형 장치 신규등록 비율 격차는 2021년 9%포인트에서 2022년 7.6%포인트, 2023년 2.8%포인트로 크게 감소했다.

반려묘는 의무 등록 대상이 아니지만, 최근 유실 방지를 위해 자발적으로 등록하는 보호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고양이 신규 등록은 2021년 9천마리에서 2023년 1만3천마리로 증가했다.

'반려견 등록, 선택 아닌 필수입니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동물보호법에 따른 '동물등록 자진신고 기간'이 시작된 지난해 8월 5일 서울 동작구 동물등록 대행기관인 굿파파 24시 반려동물건강검진센터에 관련 안내문과 내장형 동물등록 마이크로칩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5.3.14


유실 동물 10마리 중 1마리만 주인 찾아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유기·유실된 반려동물 10마리 중 약 1마리만이 보호자에게 돌아갔다.

총 유기·유실 반려동물 11만3천마리 중 소유자에게 반환된 반려동물은 12.1%(1만3천628마리)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자연사(27.6%·3만1천마리), 입양(24.2%·2만7천마리), 안락사(18%·2만마리), 센터 보호(13%·1만5천마리) 등 조치됐다.

유실·유기 동물이 보호자에게 돌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이 보유한 무선식별장치다.

실제로 등록제가 의무화된 개는 고양이와 기타 동물에 비해 유실되더라도 보호자에게 되돌아가는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실·유기된 개 중 16%가 반환돼, 고양이(1%)와 기타 동물(6%)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처럼 반려동물 등록제가 유기·유실에 핵심적인데도 사실상 보호자의 자율에 맡겨진 채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미등록 보호자에 대한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점, 등록 예외 지역이 존재한다는 점, 식용개가 사각지대에 놓인 점 등을 꼬집었다.

김영환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국장(숭실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은 "등록뿐 아니라 반려견 사망 신고도 잘 이뤄지지 않아 통계적 오류가 많다"며 "실제 번식장에 가보면 외장형 목걸이를 목에 걸지 않고 한편에 쌓아두는 곳도 있다. 실효성 있는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이상휘 의원(국민의힘)은 동물등록방법에 무선전자식별장치 장착 방법 외에 동물혈액·침 등을 통해 유전자를 분석하는 유전자검사 정보 등록 방법을 규정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일부 나쁜 주인의 경우 반려견의 생살을 찢어 등록시 부착했던 내장칩을 제거한 후 유기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강아지+고양이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펫 보험 사기도 기승…등록제 현실화해야
반려동물 간 식별이 어려우니 펫 보험 사기도 증가하는 분위기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 출시 초기에는 자기 부담률이 높았으나 최근에는 자기부담금을 없애거나 보장 비율을 90%까지 확대하는 상품이 나오면서 사기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비슷하게 생긴 여러 개를 키우면서 그중 한 마리에 대해서만 보험에 가입해놓고 돌아가며 보험금을 받거나, 병력이 있는 동물에 대해 보험 가입한 뒤 새로 진료를 받는 등 수법이 대표적이다.

일부는 반려동물 나이를 속이거나, 존재하지 않는 가짜 반려동물을 등록해 허위 청구를 시도하기도 한다.

가입자에 대한 면밀한 관리가 어려운 만큼 펫보험 시장은 반려 인구 증가세에 비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펫보험 가입률은 1.4%에 그쳐 영국(25%)이나 일본(12.5%)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펫 보험은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을 낮춰 양육 포기·파양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반려동물의 복지 향상과 유기동물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꼽힌다.

농식품부가 발표한 '2024 동물복지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 포기·파양을 고려한 이들 중 36.3%가 그 원인으로 '예상보다 지출이 많음'을 꼽았다.

개의 코무늬
[창원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신개념 '코무늬 등록제' 등장
최근 등록제 현실화 대책 중 하나로 사람의 지문처럼 반려동물 일생 변하지 않는 생체정보를 활용한 등록제가 주목받고 있다. 바로 '코 무늬(비문) 등록제'다.

창원시는 2023년 9월부터 전국 최초로 반려견 코 무늬 등록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시는 반려견마다 코에 고유한 무늬를 갖고 있고, 코 무늬가 사람의 지문처럼 평생 변하지 않아 개별 식별에 쓰일 수 있는 생체정보라는 점에 착안해 앱 개발을 추진했다.

보호자들은 앱을 내려받아 인적 사항, 반려견 정보 등을 입력하고 코 무늬를 카메라로 찍어 등록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해당 서비스는 체내에 칩을 주입하는 내장형 방식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견주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훼손될 우려가 적고 따로 병원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 제도 취지를 달성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도 생체인식 동물등록서비스 개발업체와 협력해 반려동물 코 무늬 등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비문 등록제에 관심을 보이는 지자체가 많아지고 있다.

이 밖에도 경기도는 반려동물의 복부 정맥 패턴을 영상으로 인식해 시스템에 등록하는 기업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승인하는 등 다양한 동물 등록 방식을 육성하고 있다.

치매 할머니 발견 당시 옆에 있던 '까미'
[경찰청 유튜브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반려동물 등록으로 치매 할머니 가족 찾아주기도
반려동물 등록제를 기반으로 지자체는 다양한 동물 복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기 구리시는 관내 반려동물 놀이터에 동물 등록번호를 기반으로 한 '펫 패스' 출입 시스템을 도입했다.

펫 패스는 반려견 등록 시 발급받은 고유번호와 보호자 인적 사항을 토대로 놀이터 출입이 가능한 QR코드를 발급해 출입 절차를 간소화한 시스템을 말한다.

해당 시스템은 대전시 반려동물공원에도 이달부터 본격 적용되고 있다.

반려동물 등록제가 뜻밖의 용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경찰청 유튜브에 따르면 2021년 2월 18일 제주 중앙지구대는 치매를 앓던 할머니를 발견했는데, 당시 함께 있던 반려견 '까미'의 내장칩을 활용해 할머니의 가족을 찾아주었다.

경찰은 할머니와 의사소통이 어렵고 지문조회 등을 통해서도 신원 기록이 나오지 않아 고민하던 중 까미의 내장칩에 등록된 기록을 토대로 가족과 연락이 닿아 할머니를 돌려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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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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