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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파면, 재구속’ 외친 시민들
윤석열 대통령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야5당 공동 사전 집회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13일 저녁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안락한 저녁을 포기하고 광장에서 함께 슬픔을 이겨내기로 결심한 당신에게. 혼란한 이 세상에서 우리가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희망을 바라보는 한 그 무엇도 당신을 불행하게 만들지 못할 것입니다. 투쟁!”

기타를 들고 무대에 선 싱어송라이터 정우씨가 나직한 목소리로 시민들에게 띄우는 편지를 낭독했다. 정우씨가 이어 자신의 노래 ‘철의 삶’을 부르자 어둠 속에서 응원봉의 물결이 조용히 흔들렸다. 잠시 후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는 구호의 함성이 다시 거리를 흔들었다.

여전히 안갯속인 헌재의 탄핵 선고 일정, 윤 대통령의 석방을 겪으며 불안을 느낀 시민 15만명(주최 쪽 추산, 연인원 기준)이 13일 저녁에도 경복궁 동십자각 앞에 모였다. 이날 저녁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매일 긴급집회’(긴급집회)를 열었다. 윤 대통령 석방 이튿날부터 5일째 이어진 집회다. 시민들은 “불안해하지 말자”고 서로를 다독이며 검찰을 규탄하고 헌법재판소에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했다.

무대에 선 이들은 윤 대통령 구속취소에 대한 법원행정처장의 사실상 ‘즉시 항고 권유’에도, 항고 포기 입장을 유지한 검찰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황호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처장은 “대검찰청이 즉시 항고를 하지 않겠다는 최종 입장을 낸 것에 대해 한 명의 법조인으로 비참함을 느낀다”며 “대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구속 기간을 시간으로 계산했고, 다른 사람에게는 이런 기준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법률 해석이 아니라 권력 정당화를 위한 억지”라고 비판했다.

분노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도 오롯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온 노연수씨는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의 명암을 들여다봤다. 극우세력이 법원 쳐부수는 걸 보았고, 그들을 애국청년으로 감싸는 국민의힘을 보았고, 구속취소 판결 내리는 판사를 보았지만, 계엄군 총구 앞에서 물러서지 않은 시민들과 국회 보좌관들이 있어 희망이 있다. 미래 세대에게 공정한 대한민국을 물려주자”고 말했다.

정치권은 시민을 향해 지치지 말자는 응원을 이어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우리에겐 독재자가 결코 국민을 이기지 못한 역사가 있다. 내란 수괴 윤석열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이제 우리에게 한 걸음 남았다. 지치지 말자”고 시민들을 위로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의원탄핵연대 공동대표)도 “1948년 정부수립 이후 헌법의 규범성 확보하기까지 대한민국 최고의 보루는 헌법재판소였다. 우리는 헌법재판소를 굳게 믿는다”며 “민주주의가 부서지는 걸 다들 똑똑히 보았다. 윤석열 막을 수 있는 법 기술은 이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확신으로 말한다. 윤석열은 8대0으로 민주주의와 시민의 힘에 의해 파면될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한 김아셀(34)씨는 “다음 주 토요일에 결혼식이 예정돼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결혼식을 치르고 런던으로 떠날 줄 믿는다”고 말했다. 문순자(73)씨는 “탄핵 집회에 한 번도 안 나오다가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뒤부터 집회에 매일 나오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석방되어 본인이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겠지만 어림없다. 대한민국이 살아있는 한 우리한테 맥 못 춘다”고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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