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엔 더 강한 ‘관세폭탄’ 예고…통상교섭본부장, 13일 방미
쌓이는 근심 미국 정부가 모든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시작한 12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수출을 기다리는 철강 제품들이 쌓여 있다. 권도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12일부터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산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가 부과됐다. 대미 수출 농산물에 대한 관세 부과가 예고된 가운데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30개월 이상 수입제한 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본격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은 이날 오후 1시1분(미 동부시간 기준 0시1분)부터 미 현지에서 통관 절차를 밟는 철강·알루미늄과 볼트·너트, 스프링 등 파생상품 166개에 대해 가격 기준으로 25% 관세를 부과했다.
다만 파생상품 중 범퍼·차체·서스펜션을 비롯한 자동차 부품과 항공·가전 부품 등 87개 품목은 철강·알루미늄 함량에 따라 관세가 매겨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이날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30개월령 수입제한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검역 규정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발병 우려로 2008년부터 한국은 30개월 미만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미국 소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다음달엔 더욱 강력한 ‘관세폭탄’(상호관세)이 예고돼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의 대미 수입품 평균 관세율은 지난해 기준 0.79%다. 그러나 미 정부는 부가가치세와 같은 세금, 수출보조금, 각종 규제, 환율조작 여부 등 광범위한 무역장벽을 모두 관세로 환산해 제시할 계획이다.
지난달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나 한국에 대한 관세 면제를 요청했다. 당시 한국은 미국이 군함과 탱커, 쇄빙선 등을 대량 주문할 경우 미국 물량을 우선 제작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해 러트닉 장관의 긍정적 반응을 끌어냈다. 하지만 이러한 협상카드만으로는 관세폭탄을 피할 수 없었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13일 미국을 찾아 USTR의 고위 관계자 등을 만난다.
관세 부과가 시작되자 관련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특히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철강업계의 경우 그간 무관세 적용을 받던 263만t 쿼터가 사라진다.
다만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관세 부담을 동일하게 지기 때문에 한국에 특히 더 불리한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산 철강의 경쟁력을 인정받는다면 미국의 LNG 시장 확대와 맞물려 ‘쿼터 족쇄’를 넘어선 수출 호조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