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펜션 손님 끊기고 토지 거래 꽁꽁
대남방송 스피커가 설치된 북한 모습. 이승욱 기자

“끼이익~ 끼익~ 쿠우우우우우우웅….”

지난 6일 오전 11시께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에서 만난 김옥순(59)씨는 휴대전화로 유튜브 계정 ‘대남방송’을 찾아 보여줬다. 전날 밤 11시22분에 촬영한 영상에는 거대한 기계가 작동하는 듯한 소리가 마을 전체를 집어삼켰다. 김씨는 “최근 소리가 더 커졌어요. 한달 전부터 그런 것 같은데 북한에서 스피커를 더 많이 설치했나 봐요”라며 울상을 지었다. 김씨 집은 한강 하구를 사이에 두고 북한에서 2.2㎞가량 떨어져 있다.

지난해 7월 시작된 북한 대남방송은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소리가 커지면서 소음 피해는 강화군 전 지역으로 번졌다. 강화군 하점면 정아무개(32)씨는 “우리 집에선 대남방송이 들리지 않았지만, 요즘은 퇴근하고 집에 오면 방송 소리가 들려 놀랐다”며 “읍내에서 일하는 아내도 대남방송 소리가 들린다고 하더라”고 했다. 강화군 관계자도 “지난해 말 북한에서 스피커를 개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동·양사·송해면에서만 방송 소리가 들렸지만, 지금은 그 밑에 있는 강화읍과 하점면까지 들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환기(77)씨는 대남방송 소리를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창과 문에 여러겹의 에어캡을 설치했다. 하지만 그 사이로 들려오는 대남방송 소리로 인해 신경안정제 등을 처방받아 먹는다고 전했다. 이승욱 기자

소음은 지역 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올해 6년째 글램핑장을 운영했던 고계순(65)씨는 지난달 1일 폐업 신고를 했다. 그는 “손님이 절반 이상 떨어지면서 도저히 운영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단골손님들도 ‘아직 대남방송 심하냐’고 문의 전화가 오니 어쩔 수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씨는 “시설비만 4억원이 들었는데 하소연을 할 곳이 없다. 민가는 그나마 방음창 설치비를 지원해준다는데 소상공인은 지원 대상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씨는 이날 글램핑장 시설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펜션도 마찬가지다. 인근 펜션 업주 김아무개씨는 “소음 때문에 손님이 있을 수가 없지 않겠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토지 거래와 건물 신축도 얼어붙었다. 송해면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남방송이 부동산 거래량 감소에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라며 “매물을 찾는 사람들이 방문했다가 (대남방송 소리에) ‘지금 들리는 소리가 뭐냐’고 묻기 일쑤”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이아무개씨는 “돈을 많이 들여서 이곳에 토지 개발을 했는데, 건물 짓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최근 들어 계획을 취소하겠다고 하더라”며 한숨지었다.

고계순씨의 글램핑장 현재 모습(왼쪽)과 과거 모습. 이승욱 기자, 고계순씨 제공

인천시는 접경지 30가구에 방음창 설치비를 지원하고 올해 20가구에 추가 방음창 설치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주민들 설명이다.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대북방송 우선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경선 강화군 대북방송중단 대책위원장은 “대북 전단지 살포로 대남 오물 풍선이 날아들고, 대북방송이 재개되니 대남방송도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가 대북방송을 우선 멈춰야 북한이 대남방송을 멈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 5일 인천시청에서 유정복 인천시장 등을 만나 주민 300명의 탄원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인천시는 지난 5일 당산리에 소음측정기를 설치해 48시간 동안 대남방송 소음을 측정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071 [단독] 학생 복귀 시급한 의대들…연대는 '제적' 엄포까지 랭크뉴스 2025.03.11
47070 남성이 98% 차지…국민연금 '월 200만원 이상' 수급자 5만명 랭크뉴스 2025.03.11
47069 ‘트럼프발 경기 침체’ 우려에 나스닥 4%↓…2년 반 새 최대 하락 랭크뉴스 2025.03.11
47068 올 양회에서도 시진핑 앞에만 찻잔이 두 잔인 이유? 랭크뉴스 2025.03.11
47067 한글빵의 배신에...세종시 "다른 사업으로 불똥 튈라" 좌불안석 랭크뉴스 2025.03.11
47066 오동운에 뺨맞고 심우정에 분풀이[최민우의 시시각각] 랭크뉴스 2025.03.11
47065 30년 호떡달인, 월 매출 2천만원 비결은 “매일 새 기름” 랭크뉴스 2025.03.11
47064 “임대 딱지 많더니”…자영업자 두 달 새 20만 명 감소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5.03.11
47063 한동훈 "계엄과 줄탄핵 모두 자유민주주의 파괴... 내가 '87년 체제' 문 닫겠다" [인터뷰] 랭크뉴스 2025.03.11
47062 엑스 접속 장애···머스크 “대규모 사이버공격, IP주소 우크라이나” 랭크뉴스 2025.03.11
47061 휘성 돌연 사망에 가요계 추모 이어져…KCM 합동 공연은 취소 랭크뉴스 2025.03.11
47060 40세 미만 젊은 녹내장 왜?… 고도근시· 다이어트약 ‘요주의’ 랭크뉴스 2025.03.11
47059 국민연금 월 200만원 이상 받는다…이런 수급자 5만명 육박 랭크뉴스 2025.03.11
47058 ‘트럼프 침체’ 우려에 나스닥 4%↓, 테슬라 15.4%↓ 랭크뉴스 2025.03.11
47057 미국 “우크라이나 2014년 전 영토회복 불가···군사지원 중단 문제 해결 희망” 랭크뉴스 2025.03.11
47056 20대 남성 아파트 화단서 심정지 상태 발견, 경찰 경위 조사 랭크뉴스 2025.03.11
47055 윤석열 정부 부동산 공급 계획 ‘낙관’에서 ‘악몽’으로[올앳부동산] 랭크뉴스 2025.03.11
» »»»»» 더 커진 ‘대남방송’에 강화 주민들 고통…“대북방송 우선 중단하라” 랭크뉴스 2025.03.11
47053 어서 와, 양자컴퓨터는 처음이지? 랭크뉴스 2025.03.11
47052 경기도, 여성 빠진 '여성의 날' 홍보 사과 [와글와글 플러스] 랭크뉴스 2025.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