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 주먹을 불끈 쥐고 지지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뉴스1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현직 대통령이 52일 만에 풀려난 건 허망하기 짝이 없다. 내란 혐의에 대한 실체적 판단이 아니라 절차적 하자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작 그의 지휘에 따라 움직인 내란 종사자들은 대부분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다.
법원이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면서 문제 삼은 건 크게 두 가지다.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공소 제기됐다는 절차 문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가 관련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권한 문제다. 혐의 본질과는 무관한 것들이다.
공수처의 수사권 문제는 초기부터 제기됐다. 공수처는 현행법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데도 직권남용 연관 범죄로 수사가 가능하다며 검경에 이첩요구권을 행사했다. 수사 자원도, 능력도 부족한 공수처의 만용에 가깝다. 결국 공수처는 별 성과도 없이 구속기한을 거의 꽉 채워 기소권을 가진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공수처법 등 관계 법령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것도 영향이 컸을 것이다.
검찰 책임도 무겁다. 열흘이라는 구속기간을 시간이 아닌 날짜로 계산한 것이 관행이었다고는 해도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더 신중했어야 한다. 법원이 구속기간 연장을 불허했을 때 즉시 기소했으면 될 텐데 검사장 회의를 열며 시간을 허비했다.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즉시항고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을 거라며 지레 포기한 것 역시 자기부정에 가깝다.
법원은 기존 날짜 단위 구속기간 계산 방식을 깨고 시간 단위로 엄격하게 계산한 것이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왜 하필 최고 권력자가 형법상 가장 무거운 죄를 저지른 사건에 적용한 건지, 증거인멸 등 구속 필요성 판단은 왜 전혀 없었던 건지 납득이 쉽지 않다.
결국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만 불구속 재판을 받는 불공평은 공수처, 검찰, 법원, 그리고 국회의 합작품에 가깝다. 그런데도 어느 누구 하나 책임도, 반성도, 사과도 없다. 심지어 심우정 검찰총장은 어제 “적법절차 원칙에 따라 소신껏 결정을 내렸다”는 변명에 급급했다. 이러니 윤 대통령이 마치 개선장군이나 된 것처럼 기고만장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