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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공군 KF-16 전투기 오폭 사고에 대해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이 지난 6일 경기 포천시 전투기 오폭 사고 직후 ‘좌표 오입력’과 ‘오폭’을 파악하고도, 공군의 폭탄이 맞는지 파편까지 찾아 확인하느라 발표를 100분가량 미룬 것으로 드러났다. 사람이 다치고 건물이 파손되는 등의 피해를 입어 주민들이 불안해하는데도, 공군이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만 집중한 것이다. 사고를 낸 전투기 조종사들은 폭격할 곳의 좌표를 잘못 입력한 뒤에도 임무 수행 과정에서 이를 확인해 바로잡을 기회가 세 차례 있었으나, 그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책임 소재’부터 따진 공군

공군은 10일 전투기 오폭 사고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해, 사고 초기 상황 파악과 지휘 체계 내 상황 보고, 대국민 공지까지 전반적 오폭 상황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오전 케이에프(KF)-16 전투기 2대는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실사격 훈련을 하다 폭탄 엠케이(MK)-82 8발을 훈련장에서 10㎞ 떨어진 민간 지역에 잘못 떨어뜨려 33명이 다쳤다. 공군작전사령부는 사고 당일 오전 10시4분 오폭이 발생하고 3분 뒤인 오전 10시7분 조종사들과 교신해, 조종사들이 잘못 입력한 좌표에 폭탄이 떨어진 사실을 파악했다.

사고 직후 오폭 원인과 위치까지 파악했는데도 공군은 오전 11시34분 폭발물처리반(EOD)이 피해 현장에 출동해 폭탄 파편을 최종 확인한 뒤 오전 11시41분에야 사고 사실을 언론에 공지했다. 사고가 난 지 1시간37분이 지나서다. 당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는 육군 전차포 사격 훈련 등도 있었기 때문에, 공군은 민간 피해를 일으킨 탄이 전투기에서 투하된 폭탄이 확실한지 검증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사고 지역 주민과 불안해진 국민들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오발탄 위험을 빨리 알고 싶어 했지만, 공군은 육군 포탄인지 공군 폭탄인지 사고 책임 소재부터 따진 것이다.

이날 공군은 “상황의 중대함을 고려했을 때 상황이 발생한 즉시 국민에게 먼저 알리는 것이 더 적절한 조치였다고 판단한다”며 “잘못 입력된 좌표가 사격장 남쪽 민간 지역임을 고려해, 낙탄 예상지역 육군 부대, 경찰, 소방 등을 통한 사실 확인이 필요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급부대에 대한 보고도 늦었다. 합동참모본부 첫 보고는 사고 발생 20분 뒤인 오전 10시24분에 이뤄졌는데, 이는 공군이 아닌 사고 현장 근처 육군 6사단이 했다. 이 보고가 합참 의장에 10시40분,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에 10시43분에 전달됐다. 이들이 받은 첫 보고는 “전투기 오폭 발생”이 아니라 “미상의 폭발 발생”이었다. 공군 작전사령부는 오전 10시43분에서야 “폭탄이 비정상 투하됐고, 탄착을 확인하고 있다”고 합참에 보고했다.

6일 KF-21 포천 오폭 사고 당시 시간별 상황

오류 확인 기회 세 차례 날린 조종사

이날 공군이 발표한 중간 조사결과를 보면, 전투기 조종사는 △비행임무계획장비를 활용한 비행준비 과정 △비행자료전송장치를 전투기에 심은 뒤 이륙 전 항공기 점검 과정 △사격 지점에서 표적 육안 확인 과정 등 적어도 세 차례 이상 표적을 재확인해야 했으나, 사고를 낸 1번기 조종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우선, 조종사들은 사고 전날인 지난 5일 오후 표적 좌표를 노트북과 비슷한 비행임무계획장비에 입력하면서 좌표의 위도 7자리 숫자 가운데 네번째 숫자인 ‘5’를 ‘0’으로 잘못 입력했다. 공군은 1번기 조종사가 좌표 숫자를 잘못 불렀는지, 1번기 조종사가 맞게 불렀지만 2번기 조종사가 잘못 입력했는지는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려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좌표를 입력한 뒤엔 종이로 출력해 입력이 올바르게 됐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이들은 사무실 프린터 이상으로 출력을 못 했고 장비 화면에서도 확인하지 않았다. 첫번째 비행준비 단계에서 표적 확인 기회를 놓친 것이다.

조종사는 비행 전 좌표를 이동식저장장치에 담아 전투기 조종석 내 슬롯에 끼운 뒤 좌표가 조종석 시현기에 뜨면, 이를 비행임무카드에 적힌 좌표와 일치하는지 재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1번기 조종사는 이 단계에서도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2번기는 장비 오류로 데이터가 제대로 저장돼 있지 않아, 조종사가 조종석에서 손으로 자판을 눌러 정확한 표적 좌표를 입력했다.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인 폭탄 투하 단계의 표적 육안 확인 과정에서도 조종사들의 부주의가 이어졌다. 1번기 조종사는 진입 지점 이후 비행경로와 표적 지역 지형이 사전 훈련 때와 약간 다르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예정된 훈련 시간에 맞추느라, 육안으로 표적을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는데도 사격장 내 최종공격통제관에게 “표적 확인”(Target in Sight)이라고 통보하고 폭탄을 투하했다. 표적 좌표 입력 오류로 비행거리가 예상보다 200m가량 늘어나자, 정해진 탄착 시각을 맞추느라 조급해진 것이다.

10일 오전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현장에서 방역 차량이 부서진 집을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확한 좌표가 입력된 2번기 조종사는 밀집대형 유지에만 집중하느라 표적 좌표에서 벗어나는 것을 알지 못한 채 1번기 지시에 따라 동시에 폭탄을 투하했다. 당시 전투기가 연습한 밀집대형 동시 공격 전술은 표적에 화력을 집중하려고 전투기 2대가 동시에 폭탄을 투하하는 방식이다.

공군 관계자는 “조종사가 바다와 하늘을 착각하는 등 비행 착각이 발생해 시계비행이 어려울 때는 육안보다는 계기를 믿고 비행해야 하지만, 사고 당시처럼 육안으로 지형을 확인해 시계비행이 가능할 때는 계기와 육안이 일치하지 않으면 육안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종사가 실사격 훈련 때 계기와 육안이 불일치하면 폭탄을 무리하게 투하하지 않고 기지로 귀환해도 조종사에게 불이익이 없다”고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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