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필리핀 마닐라 말라테구 길거리에서 한국인 A씨에게 총격을 가한 강도들이 오토바이 2대(흰색 원 안)를 나눠 타고 달아나는 모습이 현지 CCTV에 찍혔다. GMA뉴스 유튜브 캡처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번화가 한복판에서 한국인 1명이 강도의 총격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10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GMA뉴스와 주(駐)필리핀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7시 45분쯤 마닐라 말라테구 번화가에서 한국인 남성 A씨가 강도 2명이 쏜 총에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씨는 이 지역에 거주하는 교민으로 소매치기를 하려는 강도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총에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말라테구는 마닐라의 상업·관광 중심지로, 마닐라 코리아타운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현장 폐쇄회로(CC)TV를 보면, 큰 길을 걷던 A씨가 골목길로 들어가자 오토바이 2대에 탄 강도 4명이 오토바이에서 내려 그를 따라갔다. 이들은 조금 뒤 골목길에서 도로 뛰쳐나와 세워 둔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났다. A씨와 동행 중이던 여성이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도 CCTV에 담겼다. 현지 경찰은 용의자들을 추적하는 동시에 이들의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치안이 불안정한 필리핀에선 한국인 교민과 관광객 등을 상대로 한 살인·강도 사건이 빈번하다. 외교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인 피살 사건의 희생자는 총 38명으로 전체 아시아·태평양 국가 희생자 86명 중 44%를 차지했다. 2·3위인 일본(13명), 중국(5명)을 합한 숫자의 2배가 넘는다.

지난해 5월에도 유명 관광지인 필리핀 북부 루손섬 앙헬레스에서 한국인 남성이 소매치기를 당하는 과정에서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2016년에는 한인 사업가 지익주씨가 현직 경찰관 3명에게 납치돼 살해되기도 했다.

한국일보

조영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