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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2시 기준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에서 ‘등록’ 버튼을 누르면 의견 작성을 위해 5800여명의 대기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헌법재판소 홈페이지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론을 앞두고 헌법재판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대통령 지지자들이 글을 남기기 위해 ‘매크로’까지 사용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헌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 ‘등록’ 버튼을 누르면 5800여명의 대기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전날 오후 8시 대기 순서가 1700번이었던 것에 비해 3.4배 늘어난 수치다.

게시글 작성자를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이 폭증한 배경에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매크로’를 이용해 글을 남기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날 오후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갤러리’에는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 탄핵 반대 딸깍으로 끝내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개딸(개혁의 딸·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좌표 찍었다고 해서 손쉽게 등록할 수 있는 스크립트를 만들었다”며 법원 사이트 외에 사이트에서 버튼을 누르면 법원 자유게시판으로 이동하고, 자유게시판에서 다시 버튼을 누르면 의견 등록 페이지로 가고, 등록 페이지에서 다시 버튼을 누르면 반대 문구를 자동 생성해 등록하는 매크로를 공유했다.

작성자는 ‘탄핵 반대’ 문구 생성을 위해서는 챗GPT도 이용했다고 밝혔다. “사기 탄핵 각하하라” “탄핵반대! 국민의 선택을 무시하지 마십시오” 등 13개 버전의 제목과 이에 따라 “내란 부역자들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와 같은 내용을 챗GPT를 이용해 생성해 무작위로 등록되게 만들어뒀다.

지난 9일 오후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갤러리‘에는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 탄핵 반대 딸깍으로 끝내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디시인사이드 갈무리


헌법재판소 게시판에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탄핵반대! 국민의 선택을 무시하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글 개수 검색해보면 8300여건의 게시글이 있다. 헌법재판소 홈페이지 갈무리


실제로 이날 헌법재판소 게시판에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탄핵반대! 국민의 선택을 무시하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글 개수를 보면 8300여건에 달한다.

문제는 이 매크로로 ‘대기 순번’을 무시하고 글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매크로를 이용하면 수천명의 대기 순서를 기다릴 필요가 없이 먼저 본인인증을 한 후 글을 남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매크로가 업무방해 혐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강혁 법무법인 에이치앤케이 변호사는 “헌재의 자유게시판은 특정 개인이나 세력이 아닌 모두에게 참여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글 작성 기회를 독점해 정치적 이익을 볼 수 있다”며 “업무방해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순 변호사는 “홈페이지 관리자가 예비해둔 방법을 피해 글을 작성할 수 있게 한다면 홈페이지 관리 주체에 따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에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홈페이지 폭주’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2월 18일부터 50인 이상 동시 접속 시 대기열을 표시하도록 조치했고, 대기자 병목 현상 해소를 위한 서버 증설은 내부 논의 중이나 예산의 한계상 어려운 상태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지난 9일부터는 자유게시판 글 수가 10배 이상 늘어나 게시판 구동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라며 “매크로에 관한 사항도 인지하고 있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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