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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 상태로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는 경기 고양 덕은지구 내 지식산업센터와 주변 일대 모습. 사진=이승재 기자

지식산업센터 공실 폭탄은 ‘주택 수 산정 제외’, ‘대출 최대 90%’, ‘임대수익 보장’ 등 홍보문구와 함께 이어진 대규모 분양의 결과였다.

신기루 같은 분양홍보와 달리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업집적법)은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는 자격부터 입주 가능 업종, 입주자의 의무까지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실수요자인 기업이 분양을 받아야 하는 특수한 상품이다.

그럼에도 부동산 시장에는 법 규제를 따돌리려는 ‘꾼’들이 언제나 존재했다. 정해진 환경에서 수익을 올리려는 시행사는 준공업지역과 산업단지 내에 최대한 크게 건물을 짓고 면적을 잘게 쪼개 시장에 내놓았다.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세금 감면 혜택도 받았다.

일부 분양 상담사들은 수분양자들에게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정보를 숨기거나 단지 내 기숙사에 대해 아예 오피스텔이라고 속이기도 했다.
기숙사가 오피스텔로
실제로 최근 분양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가장 흔한 피해사례는 “오피스텔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지식산업센터 지원시설인 사원용 기숙사가 분양되는 과정에서 오피스텔로 둔갑했다. 투자자들이 수요가 안정적인 주거 상품을 선호한다는 점을 겨냥한 수법이다.

‘라이브오피스’, ‘오피스텔형 기숙사’라는 이름으로 계약자를 모으기도 했던 지식산업센터 내 기숙사는 입주기업 근로자들의 편의를 위해 공급된다. 따라서 일반 임대사업자가 아닌 지식산업센터 입주업체가 분양받는 것이 원칙이며 미분양일 때만 일반 임대인이 분양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계약을 맺은 수분양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행사에서 지식산업센터 입주 업종이 포함된 사업자등록을 권유할 때가 돼서야 문제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기숙사를 임대 놓으려면 편법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에 공급된 ‘나주토담휴로스센트럴타워’가 대표 사례다. 나주토담휴로스센트럴타워 비상대책위원회는 “임대를 목적으로 분양한 피해자들이 제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고 중도금을 갚느라 파산까지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11월 광주지법 민사13부는 분양자 35명이 낸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에서 토담건설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는 한편, 분양대행사에 대해서는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2023년에는 건설사 대표와 분양대행사 대표가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점을 영장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아 구속되기도 했다.
알고 보니 모두 편법
지식산업센터는 1979년 시범사업을 통해 ‘아파트형 공장’으로 출발할 때부터 각종 혜택을 받는 동시에 까다로운 규제의 대상이기도 했다.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지역·성장관리지역·자연보전지역에는 각각 공장에 관한 신증설을 제한하는 일명 ‘수도권 공장총량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지식산업센터는 이 규제를 빗겨갈 수 있는 방안이기도 했다. 공업용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대도시의 토지이용을 고도화하고 중소기업에 합리적인 가격에 생산·업무시설을 공급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기 때문이다.

지식산업센터를 공급하는 개발업자는 저리의 공적자금 대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지방세 특례제한법’에 따라 신축 또는 증축하는 건축물에 대해 취득세 35%를 감면 받는다. 최초 분양자도 취득세 35%, 재산세 35%를 5년간 감면 받는다. 이 같은 세제 혜택은 올해 말까지 해당되나 매번 일몰 연장을 통해 지속되고 있다.

2010년 산업집적법이 제정되면서 아파트형 공장은 지식산업센터로 옷을 갈아입고 ICT(정보통신기술) 또는 첨단지식산업을 위한 오피스로 방향성이 바뀌었다. 하지만 입주업종 제한은 제조업에서 지식기반산업, 정보통신산업 등으로 여전히 존재한다. 산업집적법 제38조 2에 따르면 산업단지 내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입주 가능 업종으로 사업자등록, 사업 개시를 한 뒤 임대 사업이 가능하다.

산업단지 내 지식산업센터가 아니라도 최초 분양자는 결국 사업자등록을 하는 것이 관례다. 대부분의 시행사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분양 또는 임대하는 경우”에 한 해 지방세를 감면해주는 특례제한법에 따라 취득세 등을 감면받았기 때문이다.

임차인도 당연히 입주 업종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 만약 지식산업센터가 준공된 이후에도 사업 개시를 하지 않거나 다른 업종으로 활용 또는 취득일로부터 5년 내 매각 및 증여된다면 감면받은 세금이 추징된다.

그럼에도 편법이 워낙 흔한 데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이 같은 문제를 모르고 일반 오피스로 오해하는 사례가 흔하다. 경기도는 2023년 도내 지식산업센터에서 취득세를 감면받고도 해당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사례를 912건을 적발해 지방세를 추징했다.
최대 연면적 받아 분양
그만큼 지식산업센터 대부분은 서울이나 수도권, 지방 신도시 등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전국에서 지식산업센터 단지가 가장 많은 광역시도는 경기도로 총 717개 지식산업센터가 자리하고 있었으며 서울이 391개로 그 뒤를 이었다. 여기에 인천(81개)까지 수도권에만 전국 지식산업센터 1539개의 77.3%가 있다.

시군구 단위로 보면 금천구가 서울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총 139개 지식산업센터를 품고 있다. 2~4위는 성동구(75개)와 구로구(63개), 영등포구(48개) 순이다.

수도권에 지식산업센터가 밀집된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준공업지역에서 가장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개발 방안이 지식산업센터였다.

지식산업센터가 많은 자치구는 수십 년 전부터 공장지대가 있던 곳으로 현재까지 준공업지역 면적이 넓게 자리한다. 서울에는 총 1998만㎡에 달하는 준공업지역이 있는데 특히 영등포구(502만㎡), 구로구(419만㎡), 금천구(412만㎡), 강서구(292만㎡), 성동구(205만㎡)에 분포한다. 그중 구로구와 금천구에는 최초의 국가산업단지인 서울디지털단지가 위치한다. 특히 2~3단지인 가산디지털단지는 총 147만㎡ 면적을 자랑한다.

서울시 조례상 준공업지역의 용적률 상한은 법정 상한과 마찬가지로 400%에 달한다. 용적률은 대지면적 대비 연면적(지하층 등을 제외한 건축물 층별 바닥 면적)을 뜻한다. ‘국토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각 지자체들은 법에 정해진 용적률 내에서 정해진 용도에 따라 다른 용적률을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용도에 맞지 않는 시설을 조성하면 더 낮은 용적률을 받게 된다. 일례로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준공업지역 활성화 차원에서 공동주택에도 상한용적률을 400% 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그동안은 서울 준공업지역에 아파트(공동주택)를 지을 경우 용적률을 250% 적용받았다. 즉 준공업지역에 다른 시설을 공급하면 손해였다. 1979년 시범사업과 함께 ‘아파트형 공장’으로 출발한 지식산업센터를 짓게 된 이유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용적률 때문에 지식산업센터로 건축허가를 받아 건물을 지은 뒤 암암리에 오피스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호실을 터서 제조시설이나 사무실로 활용하는 지식산업센터 특성상 연면적을 잘게 쪼개 분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신도시에서는 자족시설용지에 지식산업센터가 조성됐다. 도시의 고용창출과 도시경제 활성화 목적으로 330만㎡ 규모 택지지구 내에는 자족시설용지에 도시지원시설이 들어가게 되는데 오피스텔이나 지식산업센터, 호텔 등 숙박시설 등이 조성될 수 있다.

‘베드타운’이 되지 않도록 자족 기능 향상에 힘쓴다는 점에서 지방정부는 자족시설용지나 산업단지에 지식산업센터 건립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더 이상의 주택공급보다 일자리 공급을 원하는 주민들도 이미 주거 대체 상품이 돼버린 오피스텔보다 지식산업센터 공급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최근 용인, 화성, 하남 등에 지식산업센터 공급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신도시에선 부지 확보가 원활해 대형 지식산업센터가 공급되기 쉽다. 통상 주차장이나 편의시설 확보가 용이한 대형 지식산업센터는 소규모 단지보다 인기가 많다. 그러나 공급과잉 시대에 지식산업센터 규모가 클수록 공실을 부추길 뿐이다. 경기도는 더하다. 기존 인프라가 적고 위치나 교통이 불편해 선호도가 낮아서다.

연면적 31만5935㎡로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지식산업센터인 미사강변 스카이폴리스는 입주 3년이 됐지만 공실률이 70%에 달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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